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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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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Apr 15. 2019

귀의 재발견

2019년 4월 7일 아침.


꼬리가 아침에 전화로 노래를 불러준 적이 있다. 수화기는 귀에 대고 있는데, 발끝이 찌릿했다. 아니 귀로도 오르가슴을 느끼다니요. 오늘 아침엔 다행히 수화기 너머가 아니라 옆에 있었다. 나란히 누운 채로 게으름을 피우다가 꼬리가 날 끌어안았는데, 꼬리 숨이 내 귀를 뜨겁게 덮었다. 소리를 지를 뻔했다. 내 귀가 성감대였다니. 꼬리는 깔깔 웃으면서 부러 귀에 키스를 하고, 난 으악 소리를 지르면서 꿈틀댔다. 분하다. 꼬리는 성감대가 어디냐고 물으니, 자기는 목이라고 답했다. 나는 꼬리 목에 입 맞추다가 문득 귀를 핥았는데, 이번엔 꼬리가 꺅 소리를 질렀다. 자신도 귀가 성감대인 걸 지금 알았다고 했다. 킬킬대며 서로 끌어안고 침대를 뒹구는데, 꼬리 손가락이 내 갈비뼈를 스쳤다. 으악. 비명과 함께 허리가 튕겨져 올랐다. 갈비뼈마저! 얄미운 꼬리는 손가락 끝을 세워 갈비뼈 마디마디를 훑고, 나는 몸을 비틀면서 또 도망을 갔다. 이래도 되는 건가. 꼬리의 목소리, 숨, 손끝이 닿는 곳마다 성감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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