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0일 저녁.
아침에 일어나자 입안이 바싹 말라 있었다. 어젯밤부터 목이 살살 아프다 했다. 뻑뻑한 목구멍에 작은 밤송이가 걸린 것 같다. 침을 한번 삼키는 것도 굵은 쇠구슬을 삼키는 거처럼 크게 꿀떡 넘겨야 하는 느낌. 눈도 부어서 눈두덩 위에 고양이 엉덩이가 올려 진 느낌. 점심부터는 으슬으슬 춥기 시작했다. 컴퓨터 화면도 평소보다 두 배는 팽팽 돌았다. 오늘은 꼬리랑 서로 다른 일정으로 밤늦게 귀가하는 날이다. 꼬리는 오늘 연락을 자주 하기 어려운 상황인 걸 알고 있었다. 다 아는데, 하릴없이 길고 서러운 저녁. 일정이 빨리 끝난 꼬리가 내가 내리는 버스 정류장으로 마중을 왔다. 두툼한 패딩을 입은 꼬리를 꼭 끌어안자 꼬리 체취가 나는 바람이 푸욱 빠져나갔다. 홀쭉해진 패딩솜 사이로 꼬리와 내 배가 가까이 포개지고, 내 눈두덩처럼 뜨뜻한 꼬리 입술에도 입 맞추었다. 꼬리는 묻지도 않았는데, 연락하기 힘들었던 상황을 조잘조잘 설명해주었다. 보고 싶었다고 여러 번 말해주면서, 불안과 서러움을 들키기도 전에 위로해주는 사람. 꼬리 향기가 붕붕 나는 밤공기. 집엔 꼬리가 올려둔 감기에 좋은 차가 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