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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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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Apr 16. 2019

그릉그릉

2019년 4월 14일 저녁.


함께 사는 고양이가 오늘따라 다정하다. 졸졸 따라다니다가 내가 앉으면 옆에 따라 앉는다. 호박색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마구 뽀뽀를 퍼붓고 싶다. 같은 공간에만 있어도 얼굴 이곳저곳이 간지럽고, 콧물이 줄줄 나는 코가 야속하다. 손가락 끝으로 미간만 정성껏 쓰다듬었다. 그만 글을 쓰려고 앉았는데, 작은 발바닥으로 허벅지를 꾹꾹 누르더니 양반다리를 한 중앙에 자리를 잡는다. 종아리와 발을 삼키는 물렁한 뱃살, 뜨끈한 체온, 온 몸으로 진동하며 부르는 그릉그릉 소리. 그래, 코로  울어도 좋아. 꼬리가 잠에 취해 있을 땐, 머리카락에 손을 넣어 3mm로 자른 부분을 쓰다듬는다. 가지런하고 부드러운 짧은 털. 고양이의 미간 같잖아.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감싸고 손가락만 움직여 여러 번 결을 더듬는다. “고양이 같아.” 꼬리는 졸린 눈을 감은 채, 그릉그릉 소리를 내고 푸시시 장난스럽게 웃는다. 마구 뽀뽀를 퍼붓는다. 이마에, 코 끝에, 속눈썹에, 웃는 입꼬리에. 손가락 끝마디는 여전히 살살 뒤통수를 어루만진다. 골골송 앵콜을 요청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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