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5일 낮.
기억을 가진 냄새들이 있다. 새로 산 투명 스티커의 냄새를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 치열하게 옷 입히기 스티커를 모으던 게 떠오른다. 오래된 졸업앨범을 펼쳤을 때의 코팅된 종이냄새, 엄마가 책 사이에 끼워두던 꼬릿한 마른 꽃 냄새, 페인트가 미끈하게 벗겨진 철봉 냄새, 미지근한 자두 냄새, 책장에 올려둔 소라껍데기의 희미한 바다 냄새, 요가원의 양초와 매트 냄새, 봄에 활짝 핀 목련 냄새. 모두 저마다 특정한 기억을 불러온다. 꼬리 냄새가 있다. 꼬리와 어색하던 때,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을 때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나란히 걸을 때는 냄새가 없었다. 처음 꼬리네 집에 갔을 때 맡았다. 꼬리 냄새! 뭐라 설명하면 좋을까. 꼬리의 숨, 꼬리와 사는 고양이, 꼬리가 마시는 차, 꼬리의 비누, 꼬리의 로션, 꼬리의 땀, 꼬리의 책. 꼬리의 생활은 이런 냄새를 가졌구나. 꼬리의 옷을 입고 출근한다. 꼬리의 냄새가 온종일 졸졸 따라온다. 꼬리와의 시간들을 부르는 냄새. 회사 언니에게 인수인계를 받던 중에도 불쑥 맡는다. 덩달아 꼬리와의 기억도 불쑥. 혼자 히죽 웃어버렸다. “지원씨, 왜 웃었어요?” “안 웃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