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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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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Apr 17. 2019

기억을 가진 냄새

2019년 4월 5일 낮.


기억을 가진 냄새들이 있다. 새로 산  스티커의 냄새를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 치열하게 옷 입히기 스티커를 모으던 게 떠오른다. 오래된 졸업앨범을 펼쳤을 때의 코팅된 종이냄새, 엄마가  사이에 끼워두던 꼬릿한 마른 꽃 냄새, 페인트가 미끈하게 벗겨진 철봉 냄새, 미지근한 자두 냄새, 책장에 올려둔 소라껍데기의 희미한 바다 냄새,    냄새, 봄에 활짝 핀 목련 냄새. 모두 저마다 특정한 기억을 불러온다. 꼬리 냄새가 있다. 꼬리와 어색하던 때,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을 때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나란히 걸을 때는 냄새가 없었다. 처음 꼬리네 집에 갔을 때 맡았다. 꼬리 냄새! 뭐라 설명하면 좋을까. 꼬리의 숨, 꼬리와 사는 고양이, 꼬리가 마시는 차, 꼬리의 비누, 꼬리의 로션, 꼬리의 땀, 꼬리의 책. 꼬리의 생활은 이런 냄새를 가졌구나. 꼬리의 옷을 입 다. 꼬리의 냄새가 온종일 졸졸 따라온다. 꼬리와의 시간들을 부르는 냄새. 회사 언니에게 인수인계를 받던 중에도 불쑥 맡는다. 덩달아 꼬리와의 기억도 불쑥. 혼자 히죽 웃어버렸다. “지원씨, 왜 웃었어요?” “안 웃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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