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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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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Apr 18. 2019

두 개의 띠

2019년 4월 2일 아침.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가슴 앞에 합장. 들이쉬며 두 손 천장으로 올려 머리 위에서 합장. 내쉬며 허리를 접어 이마와 정강이가 가깝게 전굴자세. 중심을 손으로 옮기고, 두 다리 번쩍 뛰어 점핑백으로 다운독. 겨드랑이가 매트와 가까워지도록 누르며 종아리 뒤쪽을 늘려주고. 다시 손으로 무게를 옮겨 플랭크. 팔뒷꿈치를 가슴 옆에 붙이고 천천히 매트와 가까워졌다가 가슴 미끄러지듯 들어올려 코브라. 엉덩이 치켜들고 다운독. 두 발 한 걸음 한 걸음 손 사이로 걸어오고, 허리 둥글게 말아 올리며 롤업. 크게 숨 마시고. 합장으로 마무리. 동작들을 물 흐르듯 잇는 요가가 있다. 숨을 채워 몸을 팽창했다가 움츠리게, 손과 발이 만났다가 다시 멀어지게, 온 몸이 부드러운 호를 그리며 연결되는 춤. 동작들이 툭툭 끊어지면 안 된다. 상체를 들어 올릴 땐, 고개가 가장 늦게 따라오도록, 팔로 원을 그릴 땐, 손가락 끝까지 원이 되도록. 손끝과 발끝의 움직임을 쫓아 색연필로 그림을 그린다면, 시작과 끝이 없는 여러 겹의 뫼비우스 띠가 되도록. 지리산 속, 저녁부터 타오른 구들장의 열기가 아침까지 갇힌 황토방. 꼬리와 나란히 선다. 발바닥부터 가열된 뜨거운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가슴 앞에 합장. 숨소리만 번갈아 오가고, 부지런히 동작을 잇는 두 개의 육체. 볼이 후끈해지고 다리가 떨려올 쯤엔, 공기 중에 울렁울렁 춤을 추는 두 개의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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