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꼬리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칩코 Apr 18. 2019

한 발로 서는 새

2019년 4월 17일 저녁.


“안 예쁘면, 틀린 거예요.” 요가 자세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 요가는 예뻐야 한다. 거울 속의 나는 엉덩이를 빼고 엉거주춤 서 있다. 선생님은 한 발로 서는 새처럼 선다. 완벽하게 아름답다. 자세가 예쁘지 않으면, 어딘가 힘을 잘못 주고 있는 거다. 턱 당기고, 배꼽에 힘주고, 무릎을 쭉 펴세요. 선생님이 이곳저곳 쿡쿡 찌르면 그제야 자세는 볼 만해진다. 균형이 잡히고 모든 게 조화롭다. 헬렌니어링은 ‘미학적’이란 이유로 채식을 한다. 피가 줄줄 흐르는 붉은 살점과 탱탱하고 싱그러운 과일은 비할 수 없다. ‘고기는 내 상상력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아름다운 시 구절을 인용하면서. 예쁜 건 중요하다. 꼬리와 먹을 아침 사과는 꼭 여덟 조각으로, 양말은 가지런하게, 등을 어루만질 땐 데워진 손으로, 고양이를 만지듯 조심스럽게, 눈빛엔 사랑을 가득 담아서, 두 손으로 꼬리 얼굴을 감싸고 꾸욱 부드럽게 누르는 입맞춤. 우리의 숨, 몸짓, 대화, 마주봄은 한 발로 서는 새와 같을 수 있게.

매거진의 이전글 두 개의 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