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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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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Apr 18. 2019

꼭 맞는 레고조각

2019년 4월 18일 저녁.


왼발로 버티는 자세를 했다. 왼다리의 근육들이 꿈틀거린다. 이제 발을 바꿀 차례인 거 같은데, 선생님은 또 왼발에 무게중심을 두라 하셨다. 왼다리의 근육이 비명을 지른다. 아차, 오른발 차례죠. 뒤늦게 오른발로 바꾸어도 두 다리의 감각은 다르다. 선생님을 힐끔 째려본다. 요가는 늘 균형을 맞춘다. 허리를 뒤로 젖혔으면, 다음엔 배꼽을 꾹 눌러 허리를 굽힌다. 왼 옆구리를 늘렸으면, 오른 옆구리도 늘린다. 모든 요가 동작들은 짝꿍이 있다. 고양이자세와 소자세는 짝꿍, 쟁기자세와 물고기자세도 짝꿍. 앞의 동작은 뒤의 동작을 위한 완벽한 파트너. 꼬리와 몸을 합치는 방법은 많다. 꼬리의 목에 팔을 두르면, 꼬리는 내 허리를 안는 자세. 내가 뒤에서 꼬리의 허리를 안으면, 꼬리는 포개진 내 팔을 감싸는 자세. 끌어안은 채 꼬리가 내 발 위에 올라타면, 나는 어기적어기적 발맞추어 걷는 자세. 누워서 끌어안을 땐, 꼬리의 가슴은 내 귀에 닿게, 내 가슴은 꼬리의 아랫배가 오르내리는 걸 느끼게. 서로의 허벅지는 늘 교차되어 엉키게. 두 몸이 온전한 균형을 찾는 자세. 이 동작들은 완벽한 파트너야. 내게 꼭 맞는 레고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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