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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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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Apr 24. 2019

익숙함―2

2019년 4월 23일 아침.     


칫솔을 바꿨다. 칫솔모가 너무 작고, 힘이 없다. 손잡이는 또 너무 납작해. 제대로 닦이는 것 같지 않다. 불만투성이던 새 칫솔에 3일 만에 적응 완료. 어이없다. 예전 칫솔 감각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몸의 감각은 뭘까.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익숙해져 버리는 몸. 안경을 쓴지 일 년이 더 되었는데, 아직도 불편하다. 적응을 못하고 뺐다 벗었다 하는가 싶더니, 아뿔싸. 안경이 없는 콧잔등 위로 슥 허공을 만진다. 결국 익숙해져 버린다. 꼬리와 함께 산지 보름이 넘었다. 나는 줄곧 침대에서만 잠을 잤는데, 꼬리는 딱딱한 바닥에서 더 잘 잔다. 꼬리와 잔지 일주일이 되던 때까지 허리가 지끈지끈하더니, 요새는 말짱하다. 내 물렁한 등근육도 적응을 하나보다. 같은 공간에서 숨만 쉬어도 내 코를 울리던 꼬리의 고양이도, 이젠 끌어안고 비비지 않으면 괜찮은 수준. 그러나 원치 않아도 익숙해져 버리는 게 있다. 꼬리 냄새! 내 냄새랑 섞여서 이제 꼬리 옷을 입어도 잘 나지 않는다. 내가 우리가족 냄새를 모르는 것처럼, 꼬리 냄새도 점차 분간이 안 된다. 꼬리가 지난주 본가에서 가져온 내 남방을 입고 간다. “딱 칩코 냄새만 나는 옷을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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