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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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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Apr 24. 2019

익숙함―1

2019년 4월 19일 저녁.     


친구들이랑 있을 때의 꼬리를 보는 건 재미있다. 한 톤 낮아지는 목소리. 더 크고 호쾌한 웃음소리. 툭툭 던지는 장난스러운 말투. 낯선 사람들이랑 있을 때의 꼬리도 재미있다. 무심해 보이는 눈빛. 멋쩍은 미소. 조곤조곤하고 예의 있는 말투. 캠프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꼬리가 생각난다. 기획단인 줄 알고 식순을 물었더니, 뚱하게 대답하던 꼬리. 한쪽 눈썹을 휘며 대답하는 버릇이 있는 꼬리. 별 재미없는 말에도 예쁘게 잘 웃던 사람. 단둘이 있을 때와는 또 다른 꼬리의 페르소나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라 새삼 새롭다. 내게 익숙한 꼬리는 어린 말투를 쓰는 다정하고 다정한 사람. 꼬리는 내 앞에서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어색하다고 했다. 원래 절대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최근 알게 된 공방사람들에게 자기도 모르게 귀여운 척을 한다고 곤란해 한다. 오늘은 꼬리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는 . 친구랑 있을 때의 꼬리가 조금 달라졌다. 꼭 단둘이 있을 때처럼, 웅얼대는 말투에 히죽 웃는 웃음. 익숙하지 않던 꼬리의 페르소나들이 내게 익숙한 꼬리를 닮아간다. 꼬리는 나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다른 사람 이름도 자꾸 꼬리라고 부르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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