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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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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May 15. 2019

실룩실룩

2019년 5월 12일 아침.

 

꼬리를 만나러 가는 날,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옷을 골랐다. 노래에 맞춰 나도 모르게 엉덩이를 실룩실룩. 엄마는 황당해하며 웃었다. ‘지원이 요새 사는 게 재밌나 봐. 춤이 절로 나오네’ 맞아, 요새 확실히 들떠있다. 사는 게 너무 재밌다. 사람은 왜 신나면 춤을 출까? 팔을 휘적휘적, 목도 리듬을 따라 끄덕끄덕. 기분이 좋을 땐, 온몸으로 에너지가 발산돼야 속이 시원하다. 덩실덩실 온 힘을 다해 표현하고 싶다. 꼬리가 춤을 춘다. 귀엽다는 말을 낯간지러워하던 꼬리는 이제 포기를 한 건지, 적응을 한 건지 귀엽다는 말을 좋아한다. 두 팔을 쭉 뻗고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두 발을 동시에 방방 뛰기도 하고, 손을 앙증맞게 움켜쥐고 짤짤 흔들기도 한다. 나는 기쁜 비명을 지르며 박수를 치다가 꼬리를 끌어안는다. 오늘도 꼬리와 함께 맞는 기분 좋은 아침. 고구마를 삶는다. 부엌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냄비를 바라보다가, 꼬리는 합장한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고구마 모양을 하고 꿈틀꿈틀 춤을 춘다. 통통이 고구마춤은 팔을 더 둥글게 휘고 춘다. 나는 폭소하며 마주 보고 따라 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구마처럼 길쭉하게 뻗고 엉덩이를 실룩실룩. 춤을 추면 왜 더 즐거울까? 사람은 왜 신나면 춤을 출까? 고양이가 누워서 우릴 끔뻑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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