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6일 낮.
나는 목련꽃을 싫어했다. 목련은 3월의 학교 운동장 모퉁이나, 아파트 화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꽃이었다. 제비꽃처럼 깜찍하지도 않고 배춧잎처럼 두툼한 모양. 벚꽃처럼 예쁜 분홍빛도 없는 밋밋한 흰색. 살짝만 손톱으로 자국을 내도 미운 갈색으로 생채기가 나는 꽃. 초봄이 지나면 목련 나무 근처는 여기저기 멍이 든 흰 꽃잎들로 지저분했다. 몇 해가 지나고 문득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에 커다란 꽃나무를 봤다. 하얀 휴지를 겹겹이 포개어 올려놓은 것 같은, 한 송이 한 송이가 너무 큼직하고 탐스러워서 저 탄탄한 굵기의 고동색 나뭇가지가 아니면 함박눈처럼 쏟아 내릴 것 같은 꽃. 우리 집 앞에 저렇게 화려한 꽃이 있던가? 가로등같이 환해서 눈이 다 부셨다. 나는 그게 목련이었음을 한참만에 알았다. 목련에 홀딱 반한 순간이었다. 그 뒤로 목련은 봄마다 기다리는 꽃이 됐다. 서로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어느 날, 꼬리가 돌연 아! 하고 말했다. 칩코는 꼭 목련꽃 같이 생겼어. 닮아서 좋아하나 봐. 꼬리는 내 두 볼을 감싸 쥐었다. 나는 목련에 반해버린 밤을 떠올렸다. 꽃을 닮았다는 말은 참 좋구나. 나도 꼬리의 볼을 감싸고 곰곰하게 말했다. 작고 동그랗고 하얀 얼굴. 꼬리는 사과꽃. 사과꽃을 닮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