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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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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May 23. 2019

증명할 수 없는 것

2019년 4월 29일 낮.


세상엔 증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내가 계절 냄새를 안다는 것, 꼬리의 주먹 쥔 손을 만지작대는 걸 좋아한다는 것, 어제 낮엔 고양이와 대화하는 꿈을 꿨다는 것. 논리나 근거 없이 우연과 교감으로 믿어야 하는 것. 증명할 수 있는 것들보다 증명할 수 없는 것들을 더 사랑하게 되면서 난 사주를 믿게 됐다. 내가 태어난 순간의 일시, 당시 온 우주의 별과 행성들의 위치로 정해지는 거라나. 우주의 모든 것들이 한 줌씩 나를 낳았구나. 너무 로맨틱하잖아! 꼬리의 지인이 사주를 봐줬다고 한다. 꼬리의 사주는 화, 수, 목, 금, 토가 고루 있어 모난 곳 없이 둥글둥글한 성격이지만, 현실에서는 병화가 둘이나 있어서 강한 불의 성향이라 혁명가 타입일 수 있다고 한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인복이 많아서 주변에 귀인이 세 명 정도 있다는 것. 내가 셋 중에 한 명은 들어가겠지, 속으로 생각한다. 가장 센 살은 괴강살. 고집이 세고 남자를 업신여겨서 결혼은 못하거나 해도 이혼할 팔자. 맙소사, 이건 거의 온 우주의 축복 속에서 태어난 게 아닌가. 이러니 사주를 홀딱 믿어버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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