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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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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May 24. 2019

사과맛 사탕

2019년 5월 10일 저녁


꼬리와 세 번째 만나는 날이었던가, 꼬리가 여행지에서 산 반지를 끼고 왔다. 꼬리에게 악세사리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꼬리는 아니라고 답했다. 나무에 물감을 칠해 만든 듯한 반지, 터키석이 꿰인 목걸이, 은색 코 피어싱, 양 손목에 차고 온 매듭 팔찌 여러 개. 꼬리는 아니라고 답해놓고, 몸에 걸린 악세사리들을 보더니 민망해하며 웃었다. 자기가 악세사리를 좋아하는 줄 몰랐다고 했다. 그 뒤로 꼬리는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했다. 꼬리의 몸짓, 꼬리가 자주 짓는 표정, 꼬리가 어울리는 색, 꼬리의 말투를 내가 알아챌 때마다 꼬리는 자신보다 내가 꼬리에 대해서 더 잘 아는 것 같다고 했다. 꼬리에게 직조로 헤어밴드를 만들어줬다. 새빨강 실이 예뻐서 고른 것이었는데, 꼬리에게 이 색이 너무 잘 어울린다. 짧은 머리를 질끈 묶고, 흘러내리는 머리를 헤어밴드로 고정해서 맨다. 얼굴은 동글동글, 머리카락은 삐죽 묶여서 솟아있다. 꼭 빨강 포장지로 동여맨 사탕 같아! 꼬리는 웃을 때면 턱이 더 동그래지고 볼도 발갛다. 사과맛 사탕 같은 꼬리. 목을 똑 따서 얼굴을 입에 쏙 넣고 데굴데굴 굴리다가 다시 목에 끼워 넣고 싶다고 해버렸다. 내가 생각해도 경악스러운 말이었는데, 꼬리는 웃더니 꽥 하고 목이 부러진 흉내를 낸다. 꼬리도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더 잘 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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