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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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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Jun 20. 2019

기쁨조

어릴 적부터 엄마는 내가 ‘기쁨조’ 같다고 했다. 난 엄마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았고, 그걸 해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엄마가 집에 오기 전 청소기를 돌리거나, 내가 먹을 고구마를 찔 때 엄마 몫을 더해놓는 것 정도의 일이었다. 엄마는 아주 작은 것에 감동했다. 엄마를 감동시키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언젠가 ‘기쁨조’의 뜻을 검색했을 때, ‘북한 기쁨조’가 떠서 경악했지만, 난 엄마가 말하려는 바를 알았다. 꼬리는 거의 모든 순간 내게 기쁨을 준다. 꼬리는 요리조리 표정을 바꾸기도 하고, 뒤뚱뒤뚱 춤을 추기도 한다. 내가 귀엽다고 소리를 지르면, 꼬리는 ‘아무 것도 안했는데?’하며 황당해하기도 한다. 꼬리는 공방에서 있던 일들을 조잘조잘 늘어놓고, 내 하루를 궁금해 한다. 내 기분이나 고민을 염려해주는 사람이자, 그걸 단숨에 풀어주는 사람. 날 행복하게 해주려고 태어난 요정 같아. 난 엄마의 말을 빌려, 꼬리는 내 ‘기쁨조’ 같다고 해버렸다. 꼬리와 살기 시작하면서 엄마를 자주 보지 못했다. 나에게 꼬리 같은 사람이, 이제 엄마에게는 없어져버려서 어쩌지. 코가 순식간에 시큰해졌는데, 꼬리는 그걸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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