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꼬리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칩코 Jul 12. 2019

텔레파시

2019년 7월 7일 저녁.


호주에 사는 한 원주민 부족은 서로 텔레파시를 한다고 한다.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먼 곳에 있어도 서로의 말을 들을 수 있다. 마음에 거짓이 하나도 없는 상태, 나의 온 마음을 드러내도 좋은 상태여야 가능하다고 했다. 그럼 언어가 달라도 소통할 수 있다. 서로 먼 대륙에 살던 사람끼리도, 혹은 저 물살이와도, 고양이와도 대화할 수 있다. 믿거나 말거나 중에 난 고민도 없이 믿거나를 택했다.


함께 사는 고양이가 집을 나갔다. 마당에서 어슬렁거리더니 기어코 담장을 넘었다. 워낙 겁쟁이인 탓에, 담장 밖에서는 도망치지 않았다. 얌전히 품에 안기는가 싶더니, 결국 발톱으로 내 팔에 작은 구멍을 냈다. 쓰라리기도 했고, 멍이 들어 욱신거리기도 했다. 고양이에게 미안했다. 너무 꽉 끌어안았나, 너무 억지로 데려왔나. 그는 내가 치료를 받는 동안 멀찍이서 앉아있었다. 조심스레 그의 미간을 쓰다듬었다. 고양이는 내 마음을 들은 것처럼, 그 사과를 받아주는 것처럼 눈을 감았다. 나에게 약간 미안해하는 것도 같았다.

  

꼬리는 무서워했다. 고양이가 이대로 사라질까 봐 심장이 벌렁거렸다고 했다. 꼬리는 간혹 나에게도 그런 말을 했다. 자기 전에 내가 떠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했다. 내가 없는 밤엔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고도 했다. 꼬리가 기도하던 밤을 떠올렸다. 꼬리와 마음과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다면. 그 밤에 내가 온 마음을 보내주었다면 어땠을까. 꼬리가 어린 고양이를 데려와 평생 함께하기로 다짐한 그 날과 똑같은 마음을 보내줄 텐데.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를 사랑한 최초의 상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