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7일
꼬리의 방학이 끝났다. 꼬리는 내가 머무는 지리산에서 한 달을 보내다, 다시 도시로 갔다. 눈을 뜨면 함께 명상을 하고,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었다. 나는 밭일을 하고, 꼬리는 불을 피운다. 일부러 일을 나눈 것은 아닌데 그렇게 됐다. 내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밑 빠진 독 같은 할 일 리스트가 있다. 이를 처리하다 보면, 보다 못한 태양이 정수리를 지지고, 손목이 비명을 지를 때쯤에야 정신을 차리고 일을 멈춘다. 그러면 정말 밥 해먹을 힘 한 줌도 남아 있지 않도록 일을 해버렸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쫄쫄 굶다가 기운 차릴 때쯤 또 고생고생해서 불을 피워 밥을 해야 하고, 운이 나쁘면 장작이 다 떨어졌다는 것을 그때야 알게 되는 수가 있다. 물론 이건 꼬리가 떠난 뒤 경험한 것들이다. 꼬리가 있을 때는, 꼬리가 미리 밥을 해두었으니까. 정오의 태양이나 내 삐걱대는 손목보다 먼저 나를 멈춰주었으니까. 꼬리가 떠난 지 고작 일주일도 안되었다. 등에 땀으로 찰싹 붙은 티셔츠, 자꾸 만지작거리는 오른 손목, 밀려오는 허기짐. 꼬리의 방학이 끝났다는 감각은 이런 것들인가. 꼬리보다 서툴게 불을 피우며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