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3일
꼬리는 일을 잘한다. 누군가를 돕는 일에도 늘 나선다. 나는 꼬리가 두 팔 걷고 일을 도우고 나설 때면, 뒤에서 눈치를 슬슬 보다가 약간 난감해 하기도 하다가 결국 같이 한다. 꼬리는 어쩜 그렇지. 도와준 만큼 돌려받지 못해도 별로 개의치 않고, 그다지 귀찮아하지도 않는다. 나도 그런 꼬리를 닮으려고 한다. 하루는 뱁새가 가랑이 찢어지듯 몸져 누웠다. 답지 않게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집에 와서까지 말짱했는데, 씻고 나니 긴장이 사르르 풀리면서 콧물도 주르르 흘렀다. 목이 붓고 목소리도 이상해지더니 으슬으슬 추웠다. 찜질팩을 끌어안고 왼편으로 누웠다가, 왼쪽 콧구멍이 막히다 못해 콧물이 그렁해지면 다시 오른편으로 돌아누웠다. 코맹맹이 소리로 들썩거리며 누워있는 동안, 꼬리는 내내 옆에서 수발을 들어줬다. 오늘은 그냥 놀러 간 거였는데 왜 그렇게 일했어. 칩코가 기꺼이 일 도와주겠다 하길래, 난 슬슬 눈치 보다가 일해 버렸잖아. 뭐! 발딱 뒤돌아 꼬리를 본다. 난 꼬리 따라 한건데. 꼬리라면 당연히 이러겠지 하고. 억울해. 코가 막혀서 어우래라고 발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