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월, 꼬리가 구례에 왔다. 방학이라 온 게 아니고 아주 왔다. 명상을 덜 하고, 저녁을 먹는 날이 많아졌다. 밥에 채소를 한번에 넣고 요리해버리던 상차림이 조금 덜 궁색해졌다. 이웃들이 우리집을 ‘마당에 장작 늘어놓은 집’이라고 기억할만큼 한참을 방치해둔 장작더미가 드디어 제자리를 찾아 각을 잡았다. 뒷산에 산책할 적마다 부엽토를 긁어다가 마당에 덮어줘야지 수십번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던 일이 현실이 됐고, 우리집 창밖으로는 나 혼자 연습할 적보다 훨씬 듣기 좋은 우쿨렐레 연주소리가 흘러나간다. 세상을 떠난 새벽이를 묻어줄 때 삽질할 인부가 한명 늘었고, 감기에 걸리면 순식간에 옮아 같이 앓아누울 환자도 한명 늘었다. 나는 종종 베시시 웃으며 ‘꼬리랑 있으니까 너무 행복해’하곤 하는데, 그럴 적마다 꼬리는 내가 꼭 맛있는 걸 먹고 있다며 진정성을 의심했다. 어느 날 아침을 먹다가 꼬리에게 말했다. ‘혼자 살 때는 그런대로 살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꼬리랑 같이 사니까 그때로 돌아가기 싫어’라고 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필 고구마가 몹시 목을 메어서 형편없는 목소리로 말을 마쳤다. 꼬리랑 약속이나 한듯이 눈에 눈물방울을 매달고 고구마를 마저 먹었다. 그 고구마는 덜 익어서 별로 맛이 없었는데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