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꼬리는 잘 먹는다. 꼬리 말로는 원래부터 잘 먹진 않았다고 한다. 특히 어릴 적엔 먹는 게 꼭 숙제처럼 느껴졌고, 그런 꼬리를 먹이느라 부모님이 애를 꽤나 쓰셨다고 했다. 지금 꼬리는 먹는 걸로 치면 이미 자식의 도리를 다 했다. 밥을 먹고 후식도 빠뜨리지 않고, 어떤 음식을 줘도 사명감을 가진 양 남김없이 먹는다. 나는 요리로 꼬리를 깜짝 놀래주기를 좋아한다. 내가 볼 땐 별로 특별하지 않은 요리도, 꼬리는 어떻게 이런 요리를 할 생각을 했느냐며 딸의 재능을 발견한 엄마같은 표정을 한다. 한입만 먹고도 이 음식으로 장사를 하라고 부추기거나 칩코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일장연설한다. 오늘도 들기름비빔국수를 먹더니 감탄을 국수가락만큼 뽑기 시작했다. 칩코가 없었으면 자긴 굶어 죽었을 거라느니, 평생 입맛없이 살아온 자신이 칩코를 만난 2019년도 이후 이렇게 잘 먹게 됐다고 역사를 읊었다. 나보다 늘 먹는 속도가 빠른 꼬리는 자기 그릇은 깔끔히 비운 채로, 아직 남은 국수를 먹느라 딱히 응수도 하지 않는 날 앞에두고 쉴 새 없이 쫑알댔다. 오늘따라 감격이 과하다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오늘따라 진지한 칭찬폭격기의 양 입가에 사이좋게 참깨 두 알이 붙어있다. 놀려주려다 나도 전에 앞니에 김조각을 끼고 웃었다가 놀림 당한 적이 있어 그만두었다. 그런데 그만둔 게 아까워 이렇게 글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