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꼬리는 동그랗게 생겼다. 얼굴도 동그랗고 눈도 동그란데, 성격도 동그랗다. 꼬리는 매콤짭짤한 과자를 좋아하지만, 난 달달느끼한 과자를 좋아한다. 그런데 사실 꼬리는 달달느끼한 과자를 주면 그것도 엄청 잘 먹는다. 나는 목소리가 너무 간드러지는 뮤지션 노래가 나오면 단숨에 넘겨버리는데, 꼬리는 ‘오빠 믿지’ 같은 가사가 나오지 않는 한 거르지 않고 잘 듣는다. 꼬리는 그릇이나 옷이 좀 못생겼어도 웬만하면 집에 두고 같이 살지만, 나는 별로 취향이 아니면 즉시 당근마켓에 보내버린다. 난 대사도 달달 외운 지브리 영화 돌려보기를 좋아하는데, 꼬리는 속으로는 금쪽상담소를 보고싶으면서도 옆에서 같이 잘 봐준다. 우리는 꽤 닮았지만 퍽 다르다. 그런데 꼬리는 동그래서인지, 나랑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다가도 같은 방향으로도 잘만 굴러간다. 그게 원래 자기 방향이었던 양 편하게 굴러다닌다. 동글동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