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 프로젝트는 잊힌 한국 고유문화의 다양한 가치를 발굴하며,
우리 일상 속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던 전통 공예품과 그 쓰임에 대해 재고합니다.
장석, 목공예의 화룡점정
한 개인의 일상을 말한다면 그 중 건축, 건축이라면 가구를 빼놓고 말할 수가 없겠죠. 한국의 전통 공예 중 건축과 가구에 필수불가결적 역할을 한 도구이자 화려한 장식의 역할을 한 특별한 공예가 있습니다.
바로 “장석(裝錫)”입니다.
두석장이 제작하는 제비초리 장석 장석이란 목공품 같은 생활 용품을 제작할 때에 기능의 필요성에 의해 몸체에 부착되는 금속재의 장식을 통틀어 말합니다. 모든 금속재의 장식을 통틀어 말한다면, 자물쇠, 경첩, 손잡이… 등등 이 모든 것을 말합니다.
한반도는 예로부터 충분한 양의 목재료로 훌륭한 목가구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축적된 재료와 기술로 소목장들은 가구를 만들 때 나무마다의 무늬와 성질을 고려해 제작합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넓은 목가구의 파사드는 소목장의 안목과 주문자의 취향을 반영해 고급스러운 매력을 발산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목가구는 습기로 인한 수축과 뒤틀림에 취약합니다. 이를 보안하기 위해 목가구를 제작할 시 수축, 팽창이 별로 없는 오동나무나 소나무 판재를 엇결리게 붙입니다. 혹은 골재와의 결합은 홈에 끼우는 방법을 사용해 사용할수록 단단하게 물리도록 합니다.
한국의 다양한 목가구들
더욱 완벽한 기능의 강화를 위해 장인들이 고안한 것이 장석이며, 그러므로 장석은 목 가구의 힘과 기능을 보안하는 금속재 장식을 통틀어 일컫는 용어입니다.
장석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목가구를 보안하는 동질성이 있으므로 그 모든 장석을 만드는 장인을 “두석장”이라 부릅니다. 두석장은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64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두석장 보유자 박문열, 김극천 (출처: 문화유산포털)
쓰임과 꾸밈, 장석의 특별한 역할
장석의 근본은 가구를 보안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과거 삶의 현장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으며, 생활 속에서 빈번히 등장할 수 밖에 아주 흔한 공예입니다. 하지만 고요한 느낌의 나무 가구를 화려하게 꾸미기도 하며, 가구가 쓰이는 공간에 걸맞는 위엄 혹은 미감을 줄 수 있기도 합니다. 또한 왕에서 서민까지, 모두가 다양한 형태의 목가구를 사용했기 때문에 신분과 역할에 따른 다양한 표현 방식, 혹은 서민들의 솔직한 미감과 염원을 이해할 수 있는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가장 실용적인, 과학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진 도구가 표현과 장식의 수단을 하는 이중적인 장석의 역할은 공예사적 맥락에서도 아주 특별합니다.
장석을 분류할 때는 목가구에 기능적 필요를 더하는 것들과 결구를 보강하기 위하여 붙이는 것들로 나뉩니다. 예를 들어, 목가구에 여닫는 기능을 더해주는 경첩은 현재 쓰이는 의미 그대로 문을 만들어주는 장치입니다. 통귀쌈은 목공물에서 3면이 모이는 귀퉁이 부분을 통째로 감싸 주는,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목가구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결구를 보강하기 위한 장석입니다.
현시대에도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들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지만, 이 기능들이 조선시대 목가구 장석으로 발현할 땐 현시대에서 보기 힘든 화려함이 표현됩니다.
경첩을 예로 들자면, 현시대 가구에서 흔히 보이는 경첩은 제 기능을 하기 위해 숨어있습니다. 문과 문 사이 홈에 묻혀 있거나, 문과 비슷한 색을 띠고 있습니다. 반면, 조선시대 목가구에선 두 날개가 화려하게 투각 되어 있는 경첩, 따듯한 나무의 색과 어울리는 황동색 호리병형 경첩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장석은 가구 속 부품인 기능적 역할을 기반으로, 시대와 환경이 제시한 조선시대 목가구에 꾸밈을 주는 장식적 역할도 하였습니다.
취향의 문화가 된 장석
가구의 장식인 만큼, 장석은 사용자나 지역, 제작자의 성향에 따라 표현 방식이 달라집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가구가 바로 장석과 찰떡 케미를 자랑하는 반닫이장입니다. 반닫이는 우리나라 옛 물건을 수집하는 콜렉터들 사이에서도 아주 인기 품목입니다. 귀한 반닫이를 만드는 것은 바로 이를 꾸미는 장석들입니다.
반닫이장은 한옥 속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안방, 사랑방 등에 있던 가구로, 주로 무거운 이불 혹은 옷을 보관하는 낮고 넓은 궤입니다. 그중 앞판의 상부가 사용자를 향해 열리는 궤를 반닫이라고 흔히 부릅니다. 반닫이장은 한반도 전역에서 양반, 서민 가릴 것 없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며 독특한 지방색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 지방색은 지역의 다른 수목 환경과 그 목재에 맞는 장석 꾸밈으로 드러납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반닫이는 강화반닫이입니다. 반닫이 중에서도 금속 장석의 정교함과 판재의 조화로움이 으뜸간다고 평가받습니다. 내부의 서랍과 특별하게 제작된 고비가 그 정교한 기술을 반증합니다.
특유의 안정감으로 유명한 강화 반닫이 (출처: 호림미술관)
강화반닫이만큼 유명한 반닫이는 바로 평안도반닫이입니다. 다른 지역의 반닫이와 도드라지는 것은 바로 유난히 큰 크기와 전면을 가득 채운 백동 장석입니다. 누군가에겐 너무 화려하다고 평을 받기도 하지만, 웅장한 크기에 무게감 있는 백동 장석의 화려한 장식은 그 어떤 반닫이보다 이목을 끌길 마련입니다.
화려한 백동 장석이 가득한 평안도 반닫이 (출처: 중앙일보 "고가구 입문자의 첫 선택 … 쓸모 많고 친근한 반닫이의 매력")
가구의 부품, 꾸밈의 완성
가까운 과거, 조선의 문화 속 꽃핀 장석은 그 기능과 미감, 그리고 문화 속 표현 방식으로 주목할만한 한국의 전통문화입니다. 목가구 기능 강화를 넘어, 일상 속 해학과 미감을 표현하는 수단.
21세기 우리는 장석이 사용되었던 때와 너무 다른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무거운 목가구, 나무 창살에 둘러 쌓여 사는 것은 이제 옛 말이 되었지요.
하지만 작은 부품이 배경을 완성하는 매력을 가진 장석! 장석을 통해 단조로울 수 있는 주변 환경을 쓰임으로 밝히는 조선의 미감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출처:
"Bandaji, Traditional Korean Chests with Decorative Fittings"
http://www.koreanheritage.kr/interview/view.jsp?articleNo=4
"반닫이 첫 번째 이야기 – 조선시대 반닫이의 숨겨진 매력", 월간 민화
http://bitly.kr/Bec5z6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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