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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 Project Mar 06. 2017

SUBI(水飛) 브랜드 탄생기

SUBI(水飛) 브랜드 탄생기 - 1. 사천 방문 편

SUBI(水飛)는 취 프로젝트의 첫 번째 프로젝트이다.


취 프로젝트는 한국의 전통공예 장인을 브랜딩하고, 그들의 제품을 브랜딩 함으로서 소비자에게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이다. 기존의 전통공예품을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로 재해석 하여 그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함이 우리의 목표이다.


우리의 것들이 현대인의 삶에 그 쓰임을 다하게 하자


이러한 목표로 시작된 우리는 함께 할 장인님을 찾기 시작했다. 그 무렵 늦은 여름  ‘마르쉐’에 음식등을 즐기러 방문하였다. (마르쉐는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들이 모인 도시형 농부 시장이다.)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즐기던 중 특이한 커피 필터를 보게 되었다. 판매자 분께 이것 저것 물어보니, 말 꼬리로 만들었다고 하시며 호탕하게 ‘마미체馬尾篩’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위에 놓여진 것은 다양한 마미체 차 거름망이다. 아래는 전통 마미체.

 

말 꼬리로 만든 커피 필터라니! 생전 처음보는 물건에 이것 저것 물어보던 중 말 꼬리로 만든 체 즉 마미체는 한국 전통 방식의 체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탕하게 마미체에 대해 설명해주신 분은 마미체 장인 이였던 것이다. 전통의 방식, 전통적인 재료로 만든 커피 필터라니. 취프로젝트의 취지와 딱 맞는 것이였다.

더하여 요새의 소비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시는 장인님은 우리의 프로젝트에 놀랍도록 딱 맞는 분이셨다. 취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 드리고 함께 하고 싶다 말씀 드리니 흔쾌히 받아주시며 서울에서 간단한 미팅을 마치고 장인님의 터전이자 작업실이 계신 경상북도 사천으로 방문하여 마미체가 만들어지는 과정, 작업실 그리고 협업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하기로 하고 드디어 10월 사천을 방문하게 되었다.




사천은 경상남도에 위치해있다. 고백하자면 장인님을 만나 뵙기 전 사천은 중국 사천만 알고 있었다. 한국전통문화에 대한 일을 하며 사천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내가 부끄러웠다. 하지만 필자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 또한 "사천으로 장인님을 만나 뵈러 다녀올 것이다."고 하면 "중국 사천?" 라는 대답이 되돌아 왔다.


출장을 간다는 마음 이전에 처음 들어보는, 처음 가보는 곳을 간다는 설레임이 가득했다. 고속버스로 3시간 가량을 갔을까. 서울과 사뭇 다른 창밖의 풍경은 첫 프로젝트의 설레임과 여행의 설레임이 일렁였다.


장인님은 사천시에서도 '비토섬'에 살고 계셨는데, 이름은 섬이지만 다리가 있어 택시로 이동이 가능했다.

이동하는 택시안, 서울에서 사천으로 가던 창밖의 풍경과는 비교가 안되는 장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고즈넉한 분위기,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 아름다운 산과 한 두척 떠있는 배의 풍경은 평화로운 한국의 풍경 그 자체였다.


햇빛에 반짝이는 비토섬의 바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장인님의 자택겸 작업실에 금방 도착하게 되었다. 환하게 웃으시며 반겨주는 장인님을 보며 비토섬이라는 곳과 장인님이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미체로 내린 커피를 마시며 마미체에 대한 역사, 일본의 마미체와 다른 점 등을 심도있게 듣고, 장인님의 다양한 마미 공예품들을 보았다. 한땀 한땀 손으로 엮은 말꼬리, 수 십번의 옻칠 그리고 모양 그대로 다듬은 대나무 줄기로 만들어진 마미체의 커피와 차 거름망. 이렇게 아름다운 공예품을 브랜딩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장인님께 거듭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마미체 장인님과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마미체馬尾篩
술이나 장을 거르거나 가루를 곱게 칠 때 사용되는 말총으로 만든 체.
얇은 나무로 쳇바퀴를 만들고 바닥에 망을 친 것이다.
조선시대 의궤용어사전(I)-왕실전례편


마미체가 술이나 장을 거르는 행위를 수비(水飛)라 부른다. 물 수(水)에 날 비(飛). 이를 직역하자면 물의 날림, 물이 난다는 것이다. 체에 무언가를 거를때 튀는 물의 형상이 떠오르는 한자어 아닌가. 또한 '난다'라는 것이 날림이나 튀는 것 뿐 아니라 이물질 또는 거르고자 하는 것을 거름으로써, 행위자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는 것이 곧 비상(飛上)하는 것이 아닐까? 장인님과 대화를 하며 옛 선조들의 그 비상(飛上)함에 무릎을 몇번을 쳤는지 모른다. (이 후 마미체 차와 커피 거름망의 브랜드 이름은 SUBI 수비가 되었다.)



장인님의 마미체 공예품을 모아놓는 곳을 촬영차 들어갔을 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일렬로 전시되어있는 전통 마미체와 줄지어 메달려있는 차 거름망의 모습을 보니 장인님의 전통공예와 함께한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세월을, 전통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해석한다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하였다.


장인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밥때가 되었다. 장인님의 권유로 좀 걸어 근처 횟집에 가서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장인님과의 대화 때문이였는지, 집 앞에 펼쳐진 논과 밭 또한 아름답게 느껴졌다.

끝없이 펼쳐지는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의 모습에 소박하게 아름다운 시골 길에 마음이 뺏겨 10여분 정도 걸었을까 장인님께서 우리가 석화구이집을 보고 눈을 반짝인걸 보셨는지, 바닷가 바로 옆 석화구이집으로 우리를 안내하셨다.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먹는 석화구이는 석화를 못먹는 팀원도 맛있게 먹을만큼 훌륭했다.(석화구이때문에 다시 방문하고 싶을 정도였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돌아왔다. 멀리 떠나온 여독 때문이였는지 피곤이 몰려와 일찍 잠자리에 들려 했지만 첫 프로젝트의 설렘, 마미체를 얼른 사람들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설레임에 한참을 마미체에 대해 떠들다 잠들었다.

장인님 덕분에 사천이라는 아름다운 한국의 지역을 알게되어 기뻤다. 한 동안 주위 사람들에게 사천이 너무 아름다운 곳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 할 정도 였다.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싶을 정도 였다.

이런 사천이 우리의 전통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까마득한 옛날 부터 사천은 그렇게 좋은 곳이였을 것이다. 아름다운 바다와 섬, 산으로 둘러쌓인 아름다운 곳. 하지만 우리는 모두 모르고있었다. 사천은 중국에나 있는 곳인줄 알았었다. 장인님 작업실을 방문해서야 사천이 이렇게 좋은 곳이라는 것을 깨닿게 되었다.


우리의 전통도 그렇다. 아주오래전부터 전통은 계속 되어왔고, 발전해 왔다. 하지만 우리가 전통을, 전통공예를 만날 접점이 많지 않아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현재 전통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고리타분하고 따분한? 촌스러운 것?

일제강정기의 핍박속에 그 대가 끊어지고 우리의 생활속에 사라진 전통공예. 장인들의 장인정신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것에 얼마나 감사해야하는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우리는 잊지 말아야한다.

한국의 전통공예는 아름다운 것이다. 과정조차도 아름답고 그 과정을 행하는 행위자의 정신 또한 숭고한 것이다. 이러한 아름다움을 잊지 않고 이에 관심을 더 가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본 글에 사용된 사진 및 텍스트는 취프로젝트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수비(水飛) 브랜드 탄생기 2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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