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함과 싱그러움 가득한 마켓과 취 프로젝트
저번 주 금요일, 열기가 가득한 서울을 뒤로하고 우리는 부산행 KTX에 올랐다.
부산을 대표하는 플리마켓, 마켓 움에 취 프로젝트가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KCDF의 공예 주간과 함께 마켓 움이 진행한 마켓 유랑 첫 참가 후 재방문이다. 당시 첫 방문이었지만 무척이나 반응이 좋았어서 설레는 마음을 갖고 준비했다.
마켓 움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짧게 설명하자면, 마켓 움은 부산을 대표하는 플리 마켓이자 방문객들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팝업 문화 행사다. 플리 마켓이면 간혹 동네 시민공원에서 열리는, 혹은 주말 길거리에 부스를 설치해 물건을 파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마켓 움은 방문객들에게 거의 축제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 마켓 움 현 대표님이 친구들과 함께 기획한 예쁘고 즐거운 벼룩시장은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 약 3만 명, 1~ 2달 간격으로 열리는 마켓마다 100팀 이상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거대 문화 행사가 되었다.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아이 그리고 반려동물까지 온 가족이 나들이 올 수 있는 편안하고 즐거운 곳이라는 점이 마켓 움의 가장 큰 매력이며, 많은 방문객이 마켓 움을 다시 찾는 이유기도 하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우린 부산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광안리 쪽으로 향했다. 이번 7월 마켓은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고려제강의 옛 공장, F1963에서 열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F1963의 주차장이지만 넓고 높은 4층 건물에 군데군데 덩굴 식물을 키워 주변 대나무 숲과 건물을 어울리는 아주 싱그러운 공간이다. 들어가 보니 뻥 뚫린 공간에 밤바람이 잘 들어와 천장에 걸린 마켓 움 포스터가 살랑살랑 흔들리며 우리를 반겨줬다. 북쪽에 있는 서울보다 남쪽 바다 동네가 훨씬 시원했다. 이번 7월 마켓 테마인 여름의 부산에 적격이었다. 미리 화물로 보내 두었던 취 프로젝트 짐을 찾아서 풀고, 내일 손님들을 가장 예쁘게 맞이하기 위해 디피를 시작했다.
열심히 우리의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으니 주변 셀러분들이 찾아와 밝게 인사를 건네주신다. 첫 참여 시 무척 인상 깊게 남았던 부분 중 하난데, 마켓 움에선 모든 셀러가 서로를 응원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이런 문화가 마켓 움을 행복한 교류의 장으로 만드는 강력한 원동력 중 하나이지 않을까? 이번에 디피를 하다 처음 배정받은 공간이 우리 제품과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현장에서 급하게 위치를 옮겼으나, 오히려 양 옆에 계셨던 비슷한 분위기의 셀러분들이 어쿠스틱 한 감성 넘치는 예쁜 공간을 꾸리실 수 있어서 결론적으로 모두가 행복해진 훈훈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옮긴 자리에 부지런히 디피를 하고 우리는 내일을 위해 들어갔다.
마켓 첫날, 토요일. 날이 조금 흐렸지만, 경쾌하게 내리는 비가 되려 웃음을 피어나게 했다. 디퓨저를 꾸밀 꽃을 아침에 구매하고 일찍 준비를 시작했다. 역시 명실상부 마켓 움, 분명 11시부터 마켓이 오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찍부터 재밌는 구경을 하러 온 손님들이 꽤 계셨다. 부스들도 분주히 손님들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취 프로젝트는 이번에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대나무 디퓨저와 말총 공예로 만든 SUBI 마미체를 들고 갔다. 서둘러 마지막 단장을 마치고 취 프로젝트도 마켓 움의 여름에 풍덩 빠질 준비 완료!
1층에는 사람 냄새 가득한 잡화점, 수공예 제품들. 2층에는 트렌디한 패션 아이템들과 가족을 생각한 포근한 품의 옷들. 3층에는 건강한 식재료로 준비한 다양한 먹거리, 그리고 야외엔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위한 부스들. 그리고 그 물건들과 행복하게 교감하고 싶은 손님들이 손에 손을 잡고 어우러져 마침내 생동에 설레는 부산의 여름이 활짝 완성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저번 5월 방문과 달리 상대적으로 가볍게 돌아오게 되어 조금 걱정이 앞선 것도 사실이다. 5월엔 장인 선생님들을 모두 모셔 시민들과 함께 하는 워크숍도 진행하고, 핸드메이드 페어에서 사용했던 병풍형 매대와 취 프로젝트 전 제품을 모두 들고 와 굉장히 성대하게 부산 시민들께 신고식(?)을 치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 프로젝트를 바로 알아봐 주시고 또 일부로 찾아와 주신 손님들을 만날 수 있어 무척 감사한 순간들이 많았다. 저번 방문 때 구매하셨던 디퓨저의 리필을 구매하러 오신 손님, 그때 사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아 바로 부스로 직진하신 손님 등. “네, 알고 왔지예~”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을 통해 전통을 일상생활에 쓰일 수 있도록 하고픈 취 프로젝트의 진심이 부산까지 닿았다는 사실, 그리고 함께 취 프로젝트라는 브랜드를 아끼게 된 친구가 생긴 것 같아 너무 반갑고 감사했다.
그밖에도 대나무 디퓨저와 마미체가 예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손님들, 취 프로젝트의 방향에 공감하시고 멋진 일이라며 칭찬하신 손님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 셀러로서 뿌듯한 기분을 내내 느낄 수 있었다. 페어를 참가하든, 마켓에 셀러로 참여하든, 이렇게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하는 일의 보람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는 감사한 순간들이다. “이게 말 꼬리예요?” “너무 예뻐요!” “정말 의미 있는 브랜드네요.”라는 말과 함께 커지는 눈을 보면 그 사람과 우리가 새로운 ‘취 프로젝트’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켓 움에서 이렇게 공감대를 나누게 되는 것은 정말 더 특별한 것 같다. 방문한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 한 켠, 주머니 한쪽 따듯한 마음을 심어주고 가는 마켓 움은 판매와 구매의 장, 혹은 홍보와 조사의 장을 넘어, 셀러와 손님 모두 순수한 취향으로 만나서 취향으로 설레고, 취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다정하고 따뜻한 고유의 문화가 존재하는 것을 한번 더 체감하고 왔다. 이 문화를 4년간 발로 뛰며 지켜 오신 마켓 움 대표님께 한번 더 존경스러운 마음을 전한다. 실제로 대표님은 매 순간 손님은 물론, 셀러 한 분 한 분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취향으로 만나는 문화의 가장 큰 지킴이가 되어 주셨다.
다양한 한국 고유의 문화를 즐기는 분들과 즐겁게 취향으로 소통하고, 또 즐기고 싶으신 분들께 취향을 쉽게 선물해드리는 플랫폼을 지향하는 취 프로젝트가 이렇게 마켓 움의 열린 장 속에서 함께 했다는 것은 너무나 뿌듯한 일이다.
첫 마켓이었던 국립현대미술관 마르쉐 마켓에서 약 2년 반이 지났다. 그때 들고나갔던 마미체 차, 커피 거름망인 SUBI가 이번 마켓 움에 들고 간 것과 같다. 다만 SUBI는 더 보안되었고, 취 프로젝트가 선보일 수 있는 품목이 더 많아졌으며, 인지도와 브랜드의 완성도가 올라가 설명하기 전에 우리를 찾아주신 분들도,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생겼다. 하지만 마켓이란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취 프로젝트만의 “취향”으로 서로 공감할 수 있음은 여전히 같았다.
이 거름망이 저희가 2년 반 동안 쓴 것인데 커피 물만 들고 아직도 좋은 컨디션으로 잘 사용하고 있어요. 반영구 제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어요.
손님들께 마미체를 소개해 드렸던 말을 떠올리며 취 프로젝트의 성장을 재고해본다. 오랜 시간 동안 부드러운 커피를 내리며 그 커피의 색을 입은 마미체와 같이, 취 프로젝트도 깊이를 쌓아가며 우리 물건의 맛을 알아주는 분들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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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마켓 움 사진 - F1963홈페이지 http://www.f1963.org/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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