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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 Project Mar 18. 2017

SUBI(水飛) 브랜드 탄생기 3

SUBI(水飛) 브랜드 탄생기 - 3. 마르쉐 판매 편

SUBI(水飛)는 취 프로젝트의 첫 번째 프로젝트이다.

취 프로젝트는 한국의 전통공예 장인을 브랜딩 하고, 그들의 제품을 브랜딩 함으로써 소비자에게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이다. 기존의 전통공예품을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로 재해석하여 그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함이 우리의 목표이다.


SUBI(水飛)의 브랜딩 과정이 마무리될 때 쯔음, 이 제품을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소개할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소개를 하는 방법도 있었고, 오프라인 판매를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내 우리는 백경현 장인님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던 도시형 농부 마켓인 '마르쉐'에 함께 참가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유인즉슨, 장인님이 매 달 참여하시는 마켓이기에 장인님 뿐만 아니라 장인님의 마미체 제품을 꾸준히 지켜봐 온 소비자들에게 새로워진 SUBI라는 브랜드를 소개함으로써 반응을 지켜보기 용이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2월 1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마르쉐에 참가하게 되었다.


마르쉐 판매 준비를 시작하면서 가장 고민되었던 부분은 얼마만큼의 제품을 준비해야 하느냐 였다. 단가가 높은 편이고 평소 공예품이 관심이 많은 소비자 위주로 판매되던 제품군이다 보니, 평상시보다 얼마만큼의 제품이 더 판매될 것인가가 미지수였다. 욕심을 부려서 평소 판매량의 10배를 준비했다가는 외려 판매하지 못한 재고가 많이 남게 될 우려가 있었다. 장인님과 논의 끝에 우리는 1회 참가 시 평균 판매량의 6배가량을 (물론 약간의 욕심을 담았다) 준비하게 되었다.


2월 12일 마르쉐 당일 날, 오전 10시가 좀 넘어 도착한 우리 팀은 판매를 위한 부스 세팅을 시작했다.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렸던 마르쉐에만 가본 지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모습은 어떠할지 사실 많이 궁금했는데, 도착하자마자 내리쬐는 따사로운 아침 햇살과 부지런하게 마켓 준비를 하고 있는 스태프와 참가자들 모습은 정겹다 못해 가족적이었다. 장인님이 평소 마르쉐에 참가하시면서 친하게 지내신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우리의 프로젝트를 공유하면서 우리의 첫 마르쉐가 시작되었다.


부지런히 준비중인 마르쉐 참가자들


점차 활기를 띄어가는 마르쉐


우리는 새로운 옷을 입은 장인님의 SUBI(水飛)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알리되 기존 장인님의 색을 지킬 수 있도록 판매대를 구성하였다. 아무리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되었다고 하더라도, 수공예 특유의 친근함과 편안함, 자유분방한 느낌과 예술적인 느낌을 지키고 싶었다. 대량 생산된 공산품이 아니라, 시간의 숨결이 깃든 특별한 물건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장인님께서 판매 때마다 사용하시는 손수 수놓으신 천 간판도 걸어두고, 브랜딩 된 패키지 상자를 열어두어 제품의 내용물을 직접 손님들이 만져볼 수 있도록 연출을 하였다. 또, 마미체 차 거름망을 사용하여 우려낸 차를 방문객들이 시음해볼 수 있도록 뜨거운 물을 담은 보온병과 찻잎을 준비하였다.


SUBI(水飛) 판매대 진열중인 모습


천으로 된 간판을 걸고 있는 장인님과 취프로젝트 팀원


분명 11시부터 마켓이 오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1시쯤에 이미 많은 방문객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다양한 농산물뿐만 아니라 눈 앞에서 바로 구워주는 빵, 갓 만들어 신선함이 눈으로 보이는 유기농 케이크, 지글지글 완성되어 가는 다양한 점심 메뉴들까지. 아직 완연한 봄이 오지 않았음에도 활기가 넘기는 마르쉐 참가자들과 방문객들의 표정에서 이제 겨울의 끝자락임을 체감할 수 있었다.


농산물과 다양한 식재료, 먹을거리 위주로 이루어지는 마르쉐이지만 마켓 한편에 마련된 수공예 부스들 쪽에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취프로젝트 팀원 3명이 모두 일어나 방문객들에게 개별적으로 제품 홍보를 하느라 점심을 거른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눈으로 보이는 제품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장인님의 노력과 시간, 그래서 가치로 환산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알리고 싶어 우리는 배고픔도 잠시 잊고 제품 홍보와 프로젝트 취지를 나누는 데에 주력했다. 수공예에 대한 식견이 깊은지 보자마자 "아 말총공예군요"라고 말씀하는 분들 뿐만 아니라 용도나 재료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 없어 "이게 정말 말꼬리라고요?" 하며 놀라워하는 분들까지 정말 다양한 손님들이 말총공예와 SUBI(水飛)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다가와주셨다.  



SUBI(水飛)에 관심을 보이는 방문객들


커피필터와 차 거름망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면, 소비자들은 "이 거름망이 그래서 뭐가 다른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해왔다. 장인님이 말 꼬리를 엄선해서 깨끗이 다듬어 준비하는 것, 그리고 배틀을 직접 제작하여 한 가닥 한 가닥 말 꼬리털을 묶어 놓는 것, 그리고 공산품과는 판이하게 달리 많은 시간을 들여 거름망 하나가 완성된다는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하지만 그 밖에도, '그래서 이 제품이 일반 커피필터/차 거름망과 기능적으로 어떻게 다른가'를 듣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는 단연 스토리텔링만으로는 안 되는 부분, 즉 제품력으로 승부해야 되는 부분이었다. 마미체 거름망과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종이필터를 비교하자면 단가 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지만, 종이필터는 한 번 쓰고 폐기되는 반면 마미체 거름망은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로 깨끗이 씻어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말려두면 두고두고 지속 가능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제품인 셈이다. 말꼬리 털이 워낙 굵고 뻣뻣하여 제품이 손상될 염려도 적으며, 세마미체 기술로서 아주 촘촘하고 세밀하게 말꼬리를 엮었기 때문에 마미체 필터를 통해 여과된 커피와 차는 그 특유의 향이 증폭되고 맛 또한 한결 부드러워진다. 이 부분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끓인 물과 찻잎을 준비하여 시음을 주기적으로 하려고 했으나,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제품 설명을 해야 했을 뿐 아니라 마르쉐 자체에서 종이컵 등의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관계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이 부분이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지만, 찻잎이나 커피 원두를 사용하여 직접 내린 커피와 차를 곁들여 판매하는 것이야 말로 제품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우수한 제품력을 알리는 데에 큰 몫을 한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SUBI(水飛) 판매대


SUBI(水飛) 판매대


다양한 마미체 필터들


브랜딩을 하거나 시각적으로 정체성을 구축하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과는 달리, 이렇게 생동감 넘치는 현장에서 방문객들과 1:1로 대화를 나누며 제품의 탄생 배경과 장인님의 노력,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전부 말로 풀어가는 것은 완전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 모든 것을 짧은 시간 내에 함축적으로 진심을 담아 소비자에게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그러한 채널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달을 수 있는 기회였다. 호기심을 갖고 제품을 만지작거리는 소비자들과 직접적으로 만나 눈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면서 우리 취 프로젝트 팀원들도 '제품을 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전통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깊이 깨닫고 공감할 수 있었다.



SUBI(水飛)와 말총공예를 설명하는 취 프로젝트 팀원들


SUBI(水飛)와 말총공예를 설명하는 취 프로젝트 팀원들



조금은 우려가 되었던 마르쉐 시험 판매가 평소 판매량의 300%를 기록하면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기에 우리의 방향성과 우리의 진심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말 좋은 일 하시네요!", "어떻게 젊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셨어요?" 등의 응원과 긍정적인 반응을 통해서 우리 취 프로젝트가 앞으로 할 일이 정말 많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또한 취프로젝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실 분들이 있다는 것이 굉장한 용기를 심어주었다. 취프로젝트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 다양한 채널들을 발굴하고, 이를 확장해 나감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것, 그럼으로써 대한민국 전통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여 변화를 확산해 나가는 것, 그것에 대한 확신을 더욱 견고히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판매대를 정리하고 마무리하면서 고맙다고, 이다음 번 SUBI 프로젝트가 기대된다고 이야기해주시던 장인님의 말씀과 미소가 그렇게 값지게 느껴질 수 없었다.


앞으로도 말총 공예와 친숙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말의 꼬리를 한 올 한 올 엮고 거듭 옻칠을 하여 향긋한 차와 커피를 내려마실 수 있는 우리의 전통 필터. 취프로젝트를 통해서, 그리고 마르쉐에서 우리를 만났던 수많은 방문객들을 통해서, 그리고 이 날 구입한 SUBI(水飛) 거름망으로 포근한 티타임을 가지실 분들을 통해서 말이다.



SUBI의 마미체 차 거름망




(본 글에 사용된 사진 및 텍스트는 취프로젝트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수비(水飛) 브랜드 탄생기 1편 보러가기

https://brunch.co.kr/@chiprojectseoul/4


수비(水飛) 브랜드 탄생기 2편 보러가기

https://brunch.co.kr/@chiprojectseoul/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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