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세부부 Sep 26. 2020

합격이다!

인턴 화상면접 이야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OOO님.

화상면접은 처음이신가요?

네에.

처음에는 어색한데요. 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겁니다.

지원하신 인턴 면접은 30분 정도 볼 예정이구요.

면접 중간에 종종 키보드 소리가 날 수도 있는데요.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네에.

그럼 면접을 시작하기 전에

간단히 면접관들 자기소개하고 곧바로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네에.


한 달 전부터 업무가 많아져 인턴 TO 승인을 받고 채용공고를 냈다.

인턴 2명을 뽑을 생각이었는데 서류는 10배 넘게 들어왔다.

서류 검토를 마치고 서류 합격자들을 인사팀에 넘기니 곧바로 통합 면접(기술, 인성 면접을 통합해서 보는 면접) 일정이 며칠간에 걸쳐 주르륵 잡혔다.

일이 많아서 인턴 손을 빌리려고 했는데 오히려 일이 더 많아졌네. 이게 인생이지 뭐.

시간이 날 때마다 화상면접을 준비했다. 지원서들을 읽고 질문들을 메모하고 모르는 기술적 용어가 나오면 구글링해 정리했다.


첫날 면접은 오후 내내 잡혀있었다. 면접관들은 나를 포함해 총 4명.

면접 5분 전에 화상 면접 방에 들어가 각자 마이크와 화면 등을 체크했다.

저 잘 보이나요? 네에. 잘 보입니다. 목소리는요. 네에 잘 들립니다.

OOO는 목소리가 잘 안 들리는데요.

마이크 볼륨을 좀 높여야 할 것 같네요. 네에. 지금 잘 들리나요? 잘 들립니다.


딩동!


첫 번째 인턴 지원자가 화상면접 방으로 들어오겠다는 요청이었다.

수락을 버튼을 누르자 노트북 화면에 처음 보는 얼굴이 나타났다.


지원자를 포함해 다들 1-2초간 어색했지만 금세 분위기는 면접자와 면접관 모드로 들어갔다.

자기소개, 대학생활, 팀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 갈등 해결, 자신의 강점, 개선점 등을 돌아가며 묻다 보니 어느새 30분.


이제는 저희에게 궁금한 것들이나 준비한 내용이 있는데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 지금 하시면 됩니다.

아네. 혹시 제가 세 번째 질문에 답변했던 내용이 틀린 답변이었나요?

아. 그건 YES/NO 답변이 아니라서 단순히 맞다/틀렸다고는 할 수 없는데요.

저희가 원하는 답변에는 100% 부합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네. 알겠습니다.

혹시 다른 질문 있나요?

아니 없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네. 감사합니다.


첫 번째 면접자는 떨어졌다.

자기소개 때부터 긴장을 많이 해서 조마조마했는데 지나간 답변에 발목이 잡혀 이후 질문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 대잔치 수준이었다.

면접관만 아니라면 그 면접자에게 과거 답변은 잊고

현재 질문에 집중에 차근차근 답변을 하라고 했겠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다.

이어지는 면접. 불합격, 불합격, 보류.


다음날, 오후 일정도 인턴 면접으로 싹 도배되어 있었다.

네에. 반갑습니다. 2-3분 내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아~~ 이 지원자... 자기소개를 완전히 외웠네.

목소리 톤과 억양이 기계음처럼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


자기소개가 끝난 후 5초 정도 생각을 해야만 풀 수 있는 간단한 기술 문제 하나를 냈다.

면접자는 세상 처음 듣는 표정으로 당황하기 시작하더니 금세 얼굴이 붉어졌다.

자기소개를 외운 이유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게 정말 티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면접자도 떨어졌다. 다른 면접관들도 나와 의견이 같았다. 외워서 말하는 느낌이 강했다고.

물론 자기소개 때문에 떨어진 것은 주요 원인이 아니다.

기술과 마인드셋이 많이 부족했다.


그 면접자에겐 이렇게 조언해주고 싶다.

면접 잘하고 싶었던 알고 있습니다.

면접에 붙고 싶었던 열망, 화상으로도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당신은 자신 만의 소신과 색깔이 없었으며

나이와 외모는 분명 어른인데

어른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술이 부족했습니다.

면접에 합격하는 것은 당신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겠지만 자신의 현재 상태를 먼저 알지 못하면 앞으로도 면접에 붙을 가능성은 낮을 겁니다.

자신만의 소신, 철학, 색깔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그게 선행되어야 당신의 기술적인 지식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면접에 지쳐갈 때쯤 또 다른 면접이 시작됐다.

어? 이 지원자.

자기소개 참 편하게 하네. 어깨 힘 쫘악 빼고.

맥주 한잔이라도 했나?

그래. 계속 그렇게 하면 됩니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기소개가 끝난 후 기술적인 것들을 물어봤다.

네에. 그 부분은 이렇게~ 저 부분은 저렇게~.

구구절절...


이 사람은 정말 해본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웃고 있지만 눈빛에는 자신감과 겸손함이 함께 녹아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면접관 질문들을 미리 훔쳐본 것처럼 다음 질문을 할 필요가 없게 대답한다.

갑자기 면접관들이 추가 질문을 했고 분위기는 고조됐다.


합격이다!

우린 이 사람이 필요하다!


면접이 끝났고 지원자는 화상면접에서 나갔다.

화상면접에 남은 면접관들은 만장일치로 그 지원자를 합격 처리했다.

이틀간 힘들 면접이었지만 성과 있는 면접이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면접은 내일도 계속된다.


혹시 화상 면접을 준비하고 있는가?

1. 자신감을 키우자.

방법은 자신 만의 방법으로.


2. 면접 중간에 미리 포기하지 말자.

포기하는 순간 면접관들도 다 안다.


3. 지나간 답변에 집착하지 말자.

과거에 집착하면 현재 질문들을 모두 놓친다.


4. 자기소개를 외워서 준비하지 말자.

외워서 하는 이유 충분히 알겠는데

그렇게 면접 봐서 최종 합격까지 사람 , 아직까지   없다.


5. 최소한 면접 전에 자신이 지원한 회사 정보는 좀 알고 오자.

면접 시작부터 나는 누구? 지금 어디? 하는 표정으로 면접을 본다면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코로나 때문에 졸업한 후에도 취업을 못하고 있는 19살 어린 처남을 포함해 모든 취준생들에게 한마디 한다.


어차피 직장 들어가는 순간 죽을 때까지 일한다.

여유 가지며 좀 더 단단해진 상태에서 면접 봐도 된다. 세상 무너지지 않는단 말이다.


일할 땐 인생 짧지만 놀 땐 인생... 길다.

그러니 이 참에 인생 공부한다 생각하고 차근차근 준비하자.

남들의 부정적인 말들은 가볍게 무시하고(너무 짜증 나면 대한민국 족구하라 그래!라고 소리 질러봐도 좋다)

템포, 리듬, 박자에 맞추며 살자.

그러면 된다.


이전 15화 넌 도대체 어디서 왔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