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세부부 Sep 27. 2020

누구에게나 직업병은 있다.

뒷목 통증 이야기

2주 전부터였던 것 같다. 뒷목이 뻣뻣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도 옆으로 돌려 아내를 봐도 아래를 숙여 내 발끝을 봐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부터 자기 전에 고개를 뒤로 젖히는 스트레칭과 어깨 돌리기를 해 봤지만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뒷목은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딱딱해졌고 목뼈 특정 부위를 누르면 찌릿찌릿했다. 착한 아내는 밤마다 내 뒷목에 맨소래담을 발라주고 마사지를 해줬지만 그 정성도 통증을 없애주진 못했다. 내가 아프면 이래저래 고생하는 것은 아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2주간 행적을 되돌아봤다. 특이한 것은 없었다. 예전처럼 재택을 하고 업무를 마치고 금요일에는 아내와 함께 와인을 먹고... 잠시만. 변한 것이 있었네. 일주일에 세 번 재택에서 일주일 내내 재택으로 변했다. 그거였구나. 그게 목에 무리를 준거구나.


재택근무의 장점은 차고 넘친다.

첫 번째는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두 번째는 집중이 잘되고,

세 번째는 값싼 비용으로 우리가 먹고 싶은 점심을 해 먹을 수 있다. 그 외에도 많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나에게 재택근무의 유일한 단점은 회사 책상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회사 책상은 집에 있는 책상과 달리 높이 조절을 할 수 있다.

즉, 책상 옆에 있는 위, 아래 버튼을 이용하여 책상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난 보통 회사에 출근하면 최소 오전에 1시간 이상은 서서 일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목 때문이다. 서서 일하면 목이 편하다. 물론 장기간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아프긴 한데 그럴 때는 얼마간 앉아서 일하다가 다시 서서 일하면 된다. 또 다른 이유는... 뭐랄까? 있어 보인달까? 전문직 느낌?

아무튼, 난 높이 조절되는 책상을 좋아한다.


30대 후반 목 때문에 한동안 고생한 적이 있다.

한 번은 긴급한 업무를 대응을 하느라 거의 한 달간 야근을(황당하게도 긴급한 일이 한 달간 지속됐다)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일이 끝난 후 한 달간 목과 등 근육이 아파 매일 점심시간에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던 적이 있다. 이후 인도에서 요가를 배운 후로는 나름 잘 관리한 덕분인지 목이 아픈 적이 없었는데 재택근무와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 마감일이 겹치면서 본의 아니게 집에서 열일해버렸다. 그 결과로 난 오랜만에 ‘뒷목 통증’이라는 직업병을 다시 얻었다.

나 인도로 돌아갈래~


사람이란 게 몸이 아프면 이전에 재미있게 했던 일들도 급격하게 심드렁 해지거나 귀찮아진다.

나도 그 증세가 나타났다. 등산이 귀찮아졌고 주식공부가 심드렁해졌고 책을 읽고 순간에도 잡생각이 많아졌다. 이 목을 먼저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그러다 우연히 눈에 띈 클럭 미니 마사지기.

아! 이거. 저번에 장모님 댁에 갔을 때 목이 아프다고 하니까 처제가 내 목에 붙어줬던 그 마사지기네.

다시 봐도 장난감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느낌은 괜찮았는데... 하나 사볼까? 목도 아픈데?


아내에게 이 마사지기를 사고 싶다고 하자 아내는 당근 마켓부터 검색했다.

오빠. 이 제품은 없네요.

하하. 그래요? 그럼 이번 기회에 하나 삽시다.

내가 본전은 충분히 뽑을 테니.


그렇게 클럭 마사지기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그런데 무슨 머피의 법칙도 아니고 기다리는 클럭은 안 오고

다른 택배들은 빠르게 그것도 제 시간을 딱딱 맞춰 도착했다.

클럭이 우리를 애타게 만들려고 작정을 했구나!


기다림에 현기증이 날 때 무렵 클럭이 도착했다.

정말 장난감 같네. 오호~ 패드도 생각보다 다양하고 리모콘까지? 잼있네.


곧바로 내 목에 부착해 테스트를 해봤다.

오호~ 좋다.

그래. 이거야. 이거지. 더 세게~ 더 더 더!

클럭 마사지기

다음날 아침 일어나는데 뒷목 통증은 그대로였다.

쩝. 내가 지금 뭔 기대를 한 거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이게 뭔 짓이야.

입맛 없을 때 종종 가는 일식집에 가서 맛있게 돈카스와 붓카케우동을 먹고 한의원에 갔다.


한의원 문을 열자 진한 약초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음~ 그냥 약초 냄새일 뿐인데 왜 믿음이 생기지? 접수를 하고 의자에 앉아있는데 잠시 후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렀다.


한의사는 나보다 젊어 보였다. 그는 나에게 어디가 아파서 왔냐고 물었고 내 뒷목 통증과 날갯죽지가 아파서 왔다고 하자 상의를 벗고 침대에 엎드려서 누우라고 했다.

곧바로 그 의사는 내 뒷목 주변에 침을 놓았다.


침 자주 맞으세요?

아뇨. 저도 오랜만입니다.

어렸을 때는 허리나 발목 삐면 항상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었는데요. 요즘엔 한의원에서도 침을 놓지는 않더라구요.

아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침을 좋아하지 않더라구요.

아. 그렇군요.


침을 맞고 집에 왔는데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여전히 뒷목은 뻐근했고 날갯죽지 근육은 아팠다.

아쉬운 대로 클럭을 붙이고 유튜브에서 뒷목 통증 풀기 동영상을 보며 스트레칭을 따라 했다.

클럭의 지잉~ 지잉~ 탁탁탁~ 소리와 함께.


앞으론 목 관리에 좀 더 신경 써야겠다.

재택근무할 때는 1시간마다 스트레칭하고

출근할 때는 근처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아야겠다.

그리고 틈틈이 클럭 마사지도 하고.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귓가에는 클럭의 지잉~ 지잉~ 탁탁탁~ 소리가 들린다.


아.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클럭, 한의원 기타 등등은

모두 피, 땀, 눈물? 흘려 번 내 월급으로 지불한 것이니 오해하지 말길.

그런데 생각해보니 일일 글 조회수가 소박한데 광고 오해를 걱정하다니!

내가 오바했네. 오바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