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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화 Oct 01. 2023

[和談集]_2

화담집은 책장담화 작가님 두 분의 인터뷰를 담은 다정한 공간입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맛집인 화담집和談集의 주인 화和입니다.

책장담화의 두 분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두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시간에 제가 두 분의 찰떡 케미에 너무 놀란 나머지 질문을 더 이어가지 못했지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시작할게요.






지난 시간에도 두 분 작가님께서 그야말로 환상의 티키타카를 보여주셨는데, 그  비밀은 무엇일까요?


담화: 일반적으로 훌륭한 케미의 비밀 레시피는 둘 중 하나입니다. 유유상종이거나 다른 한쪽이 월등한 인성의 소유자이거나 하면 됩니다.  저희의 경우엔 둘 다 해당사항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필화 님은 정말로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이시지만, 가끔 이래서 우리가 친구인 게 아닐까 제가 착각하도록 종종 제 수준에 기꺼이 맞추어 주신답니다.


필화: 오 노노. 제가 인성이 훌륭한 건 아니고요. 저희가 대학원에서 처음 만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고방식이나 취향이나,,, 이런 것들의 기저에 ‘닮은 꼴’이 있긴 하겠죠.  물론 거기에 더해 제가 종종 하는 말이지만, 저희 둘 다 내면의 어떤 부분인가가 도플갱어이거나 클론이라고;; 약간 오타쿠 같은 기질이랄까, 뭐 그런 게 공통분모처럼 있는 것 같습니다.






닮은 꼴이 있으시다는 거군요. 그럼 작업하실 때도 비슷하실까요?
매 화 어떤 책을 소개하는지 궁금해지곤 하는데요, 소재 발굴(책 소개)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담화: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한답니다. 책을 먼저 고르고 원고를 쓸 때도 있는데, 사실은 답신을 쓰기 시작하면서 책이 떠오를 때가 더 많아요. 그게 참 신기합니다. 목적 없이 쓰기 시작한 문장이 어느 한 권의 책에 가 닿는다는 사실이. 벌써 이만큼이나 써 왔지만, 지금도 여전히 새롭고 재미있어서 다행이지 싶습니다. 저는 원래 잔뜩 벌려 놓고 수습하는 일의 천재입니다… 만 최근 천재력이 급하락하고 있습니다.

한 번쯤 보상 아이템 나와주면 좋겠는데 제 인생에 그런 건 없더라고요. 하다못해 패치라도!! (그럴 리가) 눈앞에 상태창이 떠 줄 리도 만무하고. 그러니 별 수 있나요, 입에 지퍼  채우고 꾸준히 성실하게 읽을 수밖에요. → 장르 밖 독자님들을 위한 친절한 한 줄 해설 : “인생에 치트키 따위는 없더라”


필화: 편지를 읽을 때 바로 책이 떠오르는 경우도 많아요. 어떤 테마의 책을 할 지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럴 땐 서가를 왔다갔다 하다가 몇 권 꺼내놓고 고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럴 때마다 책의 내용이 리마인드가 안 되면 약간 ‘하… 이걸 다 기억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예요. 사실 책장을 보면 늘 그런 생각을 해요… ‘와 돈 많이 들여서 이 책 사놓고, 왜 다 기억을 못 할까… 싹 기억하면 다 버리고 미니멀리스트로 살 수 있을 텐데..’라고 말이죠. 아 물론 저보다 맥시멀리스트인 담화님이 들으시면 기분 나쁘시려나요? 그래도 담화님은 기억력이 좋으시니까 괜찮습니다!!


담화: 저는 사실적시에는 아무 유감 없습니다. 다만 팩트로 맞으면 좀 아플 뿐이죠…






그럼 적당한 책이 떠오르지 않으실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담화: 그냥 미뤄둡니다. 경험상 만24시간 안에는 대안이 떠오르더군요. 혹은 책 이야기를 쓰기 전에 써 둔 서설序說을 몇 번 훑어보다 보면 거짓말처럼 제 뇌의 4차원 영역(늪입니다)에서 둥둥 떠 내려오는 몇 권이 있습니다. 그럼 하나 건져서 쓰면 됩니다. 참 쉽죠? 뜰채 지참 필수!


필화: 이건 저도 담화님이랑 비슷합니다. 신기하네요. 정말 아무것도 안 떠오를 때는 일단  제쳐두었다가 이틀이 지날 것 같으면 일단 답장을 쓰죠. 반 정도 수다 떨듯이 쓰고 나서 다시 읽다 보면 자연스레 한 권 책이 탁 손에 잡히는 느낌이 들어요. ‘아 이 얘길 쓰자.’ 그 순간, 마음이 시원해지죠.

그래도 안 되면 서가를 왔다갔다 하면서 ‘아아아아… 나는 왜 책을 왜 이리 많이 안 읽은 걸까?’하고 괴로워하다가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을 또 훑어봅니다. 저도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병렬로 두고 읽거든요. 거기서 뭐라도 건져내 볼 요량으로 말이죠. 대체로 여기까지 오면 그냥 뭔가라도 쓰게 되더군요.






책장담화를 읽으면서 두 분이 무척 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분들이라는 것을 느꼈는데요. 다독의 비법이 있을까요? 또 책의 내용을 어떻게 기억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담화: 간단합니다. 책을 많이 읽으려면 현실의 친구가 많이 없으면 됩니다(진지). 아, 이건 제게 한정된 얘기입니다! 제가 그렇거든요. 친구가 별로 없습니다. 제 캐릭터 자체가 굉장히 별나다 보니 오래도록 저를 참고 견디는 이가 그닥 없더군요 ㅎㅎㅎ(아 그리고 저도 적당한 주기로 인간관계를 정리합니다… 살다보니 좋은 사람만 만나면서 살기도 짧은 인생 굳이 낭비하고 싶지 않더군요) 다른 말로 하면 지금까지 제 친구로 남아있는 이들은 인간성 갑님들이라는 뜻도 됩니다.

다독 비법이라면, 그건 그냥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하면 됩니다. 교과서 위주로 예습복습 철저히, 처럼요. 다 알죠?(찡긋- 퍽…) 내용 기억하는 법은 저도 좀 배우고 싶습니다. 한 수 가르침 받잡겠으니 언제든 제보 주세요!


필화: (제가 질문을 써놓고도 참,, 왜 이런 질문을 만들었을까요. 과거의 저는..) 다독의 비법은…. 음… 어릴 적부터 집에 항상 책이 많았고, 부모님도 항상 책을 가까이 하셔서;; 뭐 그냥 환경적 DNA 같은 것이랄까요. (아 너무 재수없어 보일까요…)

아! 이건 정말 이 외에는 적당한 답이 없습니다. 등산가 조지 말로리가 한 말로 대신 할게요. Because it’s there. (산이 거기 있으니까.)

그리고, 어른이 되고 나서는 좋아하는 작가들만 들입다 파는 시절도 있었어요. 그러고 나면 뭔가 한 세계가 열리는 느낌이 드는 게 좋았어요. 무라카미 하루키, 아사다 지로, 알랭 드 보통, 폴 오스터, 강상중,,, 등등등. 그러다가 육아와 출산을 계기로 멈추게 되었다는데……. (이하 생략. 잠시 울고 갈게요.)


아 또,, 네 그렇죠. 책의 내용을 기억하는 방법이요… 독후감 밖에는 없네요. 물론 정말 감명 깊었던 책은 제목만 봐도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일단 독후감을 다시 봐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독후감은,,, 사실 언제부터 썼는지, 왜 쓰기 시작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부터였을까요? 아무튼 학창 시절에는 일기 쓰는 것만도 바빴으니까 아마 어른이 된 이후 같습니다.

이제는 읽은 책은 정리해 두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책 읽고 나서 심상을 많이 적었는데, 요즘은 구조적으로 책을 보려고 하는 지라 줄거리 요약을 비롯해서 캐릭터에 대해 적을 때도 있습니다. 이 편이 확실히 기억을 자극하기에는 좋더군요.

담화님도 독후감 쓰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잘 되고 계십니까?


담화: 네? 그게 뭐죠? (먼산)

독후감. 음, 네… 독후감 좋죠. 쓰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 됩니다. 하지만 못 써요, 쓸 시간이 없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통합적으로’ 쓰는 리뷰라면, 못 쓰고 있지만 조각조각내서 분철하는 기분으로 기록은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기억하고 싶은 문장, 눈에 띄는 소재, 혹은 그 책/문장을 읽다가 떠오르는 다른 책/문장. 적고 보니 이건 독후감이 아니라 자료수집이로군요. 저는 제 자신에게 조금 관대해지기로 했습니다. 한 달에 한 편만 써도 선방인 걸로. ㅋㅋㅋ 하지만 독후감… 저는 리뷰가 조금 더 친숙합니다만, 아무튼 그런 형식의 글을 써버릇하면 책을 보는 눈이 확실히 키워집니다. 그, 그러니까 저도 부지런히 기록을 계속해 나가보도록 할게요!






오 역시 그냥 읽기만 하는 건 아니셨어요.  그럼 이런 질문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많이 읽으시는 만큼 이런 책만큼은 안 읽고 싶다! 하는 책도 있을까요?


담화: 당연합니다. 하지만 책 한 권을 쓴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에 어떤 책이 읽기 싫다는 말은 굳이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최근에 정말 제가 지금 뭘 본 건가 싶은 광고문구를 단 신간을 발견하고 할 말이 없어졌던 일이 있긴 했네요… 참고로 그 책을 보고 화를 냈던 건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ㅋㅋㅋ 더 이상의 언급은 자제하도록 하죠(이미 다 말했다 이 자식아).


필화: 아 네.. 있습니다. 대체로 제목이나 포장이 화려한데 내용이 부실한 책들을 피하는 편이에요.  또 독자들도 성장해 가는데, 그걸 고려하지 않고 충분히 시장조사를 하지 않은 책도 피합니다. 특히 실용서의 경우에는 더더욱이요.







아, 그럼 SF를 사랑하는 담화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은 게 생각났어요, 만약 usb같은 장치에 책의 내용이 다 저장되어 있고 뇌로 바로 전송할 수 있는 독서 트렌드가 생겨도(기술적 가능성은 일단 배제하고요), 그럼에도 활자책을 선택하실 건가요?


담화: once again, 당연하죠.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근사한 인용문을 덧붙여 드리겠습니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나의 독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독자가 된다. 이때 내 책은 단지 일종의 확대경일 뿐이다. …… 나는 그들 내면에 이미 자리한 것을 읽도록 수단을 제공한다.  <다시, 책으로 p.38>


다시 말해 책을 읽는다는 건 하나의 여정인 셈이죠. 그 길에서 나의 파편을 발견해가는 기쁨을 모조리 놓친 채 아무리 많은 지식을 얻으면, 그게 다 무슨 쓸모일까 싶은 건, 제가 낭만주의 사조의 옹호자여서 하는 소리일까요? The truth is out there... 이 대사에 귀가 쫑긋해지셨다면, 저와 같은 세대이실 거라는 데에 한 표 (~ ̄▽ ̄)~ !


필화: 아 저도 답해야 할까요?? 음.. 저라면, 이미 과거에 읽은 책들은 usb를 사서 뇌로 옮겨두겠습니다…. 만 새로 구매할 책들은 하드커버를 선택할 것 같아요. 과거의 것들은 기억으로 남기고, 새로 살 것들은 추억으로 남긴달까요…

뇌에 뭘 꽂는다 생각하면 약간 무섭긴 한데,, , (예를 들면, 뇌에 usb가 달칵 꽂히는 순간의 기계음 같은 건 상상만 해도 무섭습니다만… ) 오래 기억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긴 해요.






오 그러시군요. 두 분 모두 책과 함께 한 인생을 살아오신 것 같아서 소장 권수를 여쭙지는 않겠습니다.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말이죠...

대신 책장담화 얘길 해볼게요. 지금 25 Round를 지나고 있는데 언제까지 쓰실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담화&필화: <책장담화>의 season 1은 30 Round에서 끝마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아마도 새로운 기획으로 만나 뵐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슨 기획인지는 영업 비밀이므로 말씀드릴 수 없지만, 기대해 주세요! (사실은 아직 미정이라고.)







아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책장담화>의 season1이 끝날 무렵에 에필로그로 다시 찾아뵐게요.

그래도 되겠지요?






이 인터뷰는

서간문 형식의 독서에세이라는 다소 낯선 글을 접하는 독자분들에게 두 작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인사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어나가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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