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메이드 라이프》《츠바키 문구점》
필화 님, 저는 부예진 어항 속 금붕어가 된 기분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답신을 씁니다.
물론 이 회차가 공개될 때면 장마 따윈 이미 맑은 하늘 저편으로 사라진 뒤 오래 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중요한 답변부터 해야겠네요. 네, 우리 꼭 조만간 함께 시나몬롤 먹어요! 저 시나몬롤 잘 구워요(찡긋).
저는 지금 유피의 <바다>를 들으면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답니다. 낭랑 18세께서는 으아, 90년대 갬성- 이러면서 진저리를 치면서 방에 들어가 버리는군요. 저는 고상하게 비웃고 맙니다. 네가 나중에 네 자식 낳아서 키워봐라, 으에에에- 2020 갬성 소리 안 들을 줄 아냐.
그런데 재미있는 게 뭔 줄 아세요, 필화 님?
저는 10-20대 때 가요를 전혀 듣지 않았습니다. 네, 전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들을 알고 있는 이유는 수월한 또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대중교양을 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른 나이에 터득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보지도 듣지도 않더라도, 유행하는 것들은 빠르게 캐치하는 습관이 있어요. 그야말로 사회생활을 위한 생존형 스킬인데, 제게는 (아직은 비교적 상당히 쓸만한) 암기력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듯싶습니다. 얼마나 갈지…
그러니까, 전혀 드라마를 보지 않음에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든가, <더 크라운>의 주요한 내용을 꿰고 있는 것 같이요. 실은 며칠 전 동네 절친이 그 이유 때문에 박장대소한 적이 있었답니다. 보지도 않은 사람이 그 시리즈를 다 본 자신보다 잘 기억하고 있는 건 대체 무슨 아이러니냐며 말이죠.
흥미롭지 않나요. 정말로 푹 빠져들어 내가 이 세계의 주민이라도 된 듯 사랑했던 책은 어찌 그리 쉽게 잊고, 형식과 요점만을 스쳐 지나가듯 봐 둔 것들은 이미 유행의 시효가 다 했음에도 도무지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는지. 이 또한 기억의 신비입니다.
《카모메 식당》 저도 영화와 소설 모두 보았습니다. 굉장히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고요.
저는 그처럼 계획적으로 삶을 단도리하는 사람이 아닌 까닭에 사치에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정말로 놀랐습니다. ‘저렇게 사는 게 가능하단 말이지, 놀라운걸’ 하고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도 어떤 측면에서는 삶을 계획적으로 굴리는 데는 소질이 제법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그것이 시간 한정이라는 데 소소한 맹점이 있지요. 저는 이 프로젝트를 그닥 주변에 홍보하지는 않았는데, 그나마 알려준 소수의 친구들이 하나같이 폭소하며 하는 말이 ‘시간 쪼개기 어쩌고, 그거 너지?’ 였습니다.
그네들이 보기에도 저는 시간에 굉장히 집착하는 캐릭터였던가 봅니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라는 책이 있습니다. 시간통계 노트까지 써 가면서 자신의 시간을 철저하게 통제하려 한 사람이었지요.
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다소 하루키적으로 시간을 운용하는 편이기는 합니다. 그러니까 24시간을 공간적으로 표현한다면 저는 상당히 단정하게 구획되어 있는 서랍을 갖고 있는 축에 속하는 겁니다. 누가 제게 무슨 요일의 몇 시는 무엇을 하는 시간이냐 물으면 거의 즉시 대답이 튀어나올 정도로 말이죠.
시간은 그토록 깔끔하게 정리하고 사는 저이지만, 공간으로 포커스를 돌리면 그냥 말을 하지 않고 싶어집니다. 저는 공간 정리라는 것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사치에는 시간과 공간을 모두 장악한 실로 모범적인(이라고 쓰고 초현실적인이라고 읽는다)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까. 비인간적일 정도로 단정한 그 모습에 존경심이 절로 일어납니다. 솔직히 말하면, 약간의 질시도 함께요.
그래서 저는 사치에와는 조금 결이 다르지만, 비슷한 공간에서 자신의 삶을 일으켜 세운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에세이… 지만, 그들 나라에서는 이런 책들을 memoir라는 장르로 묶더군요. 필화 님이 이야기하신 바로 그 회고록이라는 장르가 버젓이 존재하는 거죠. 그리고 저는 memoir 장르도 상당히 즐겨 읽습니다. 진솔한 삶의 이야기는 잘 쓴 소설만큼 흥미로우니까요.
그건 그렇고, 어쩐지 이것이 저의 징크스처럼 되어버렸는데 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몽땅 절판인지. 이것 참.
이 책을 쓴 사람은 몰리 와이젠버그라고 하는, 요리를 업으로 하는 분입니다. 음식을, 먹는 일을, 그리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너무나 사랑했고 앞으로 틀림없이 사랑할 게 분명한 사람이죠.
《홈메이드 라이프》가 이 책의 제목입니다.
웃자고 서브타이틀을 붙이면 이런 느낌이죠. ‘나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했을 뿐인데…?’
아무튼, 말줄임표 뒤에는 클리셰적인 무엇을 갖다 붙여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여기서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을 그녀가 대부분 쟁취했기 때문입니다. 다 가진 여자… 가 되셨죠.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그녀는 명성을 얻었고 남편을 얻었고 그리고… 예, 뭐 대강 우리가 세속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얻었습니다.
그런데 필화 님, 그거 아세요? 제가 '다 가진 여자'라고 쓰고 나서 순간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기분에 저자인 몰리 와이젠버그를 검색해 보니 이미 꽤 오래전에 이혼하셨더군요. 다른 책을 알아봐야 하나 잠시 갈등했지만 그 역시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사는 보통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두기로 했답니다.
음식은 절대 그냥 음식이 아니다. 음식은 다른 무언가에,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었고,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지에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길이다. p.9
나는 땅콩버터와 젤리, 저 거리 아래 타코 식당에서 파는 2달러 짜리 콩과 밥도 꽤나 먹었다. 그 음식들이 얼마나 빨리 만든 것이든 또 얼마나 불만스러운 것이든, 나는 여전히 그 음식들에 관심을 갖는다. 그 음식들이 내가 살고 있는 곳,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 관해 보여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 내게는 음식의 ‘알맹이’다. 그것이 나를 먹여 키우는 것이며, 그래서 나는 요리를 하고 글을 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홈메이드 라이프>라고 부른다. 왜냐면,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우리 -당신과 나, 섞고 젓고 하기를 좋아하는 우리 모두- 가 부엌에서, 식탁에서, 만들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고 하는 그 단순한 행위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삶인 이야기를 만들고 계속 이어나간다. p.14
그런 의도를 갖고 쓴 책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몰리가 기억하고 싶은, 평범해서 특별한 음식들이 그녀의 삶에 자리한 풍경과 그 장면이 영화처럼 흐르는 것을 감상하는 기분으로 읽게 됩니다. 가장 슬픈 기억과도, 가장 행복한 기억과도 음식은 항상 얽혀 있죠.
참고로 말씀드리건대 몇 가지를 직접 만들어 본 바, 레시피도 굉장히 훌륭하답니다.
문득 지금껏 제게 남은 음식의 추억이 어떤 것이 있는지 헤아려보게 되네요. 그 시절치고는 드물게 홈베이킹을 하셨던 엄마가 생일이면 특별히 구워주시던 초콜릿 케이크가 떠오릅니다. 이제는 저도 초콜릿 케이크쯤은 그냥저냥 구울 수 있게 되었지만, 역시 뭐가 됐든 엄마의 맛을 이길 수 있는 건 세상에 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 인용문을 내려놓아 보겠습니다.
행복이란 단어는 많은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솜사탕과 작약과 옹알이하는 아기들일 것이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아이스크림과 텔레비전 드라마 「Law & Order : Criminal Intent」의 새로운 시즌이 돌아오는 것이며, 3월 초 따사로운 햇볕에 얼굴을 쬐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확신컨대 그림 사전에서 행복이란 단어를 찾아본다면 팬 위에서 천천히 구워지고 있는 토마토 그림일 것이라고 믿는다. p.242
필화 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제게도 행복이란 따뜻하고 맛있는 한 그릇의 식사일 때가 많습니다. 혹은 조금 약식으로, 갓 갈아낸 원두를 한 스푼 폭 떠서 필터 안에 붓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요즘은 위염으로 그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어서 조금 아쉽지만요.
그럼, 답신 기다릴게요.
담화님
안녕히 지내고 계신지요...
시나몬롤 잘 구우신다니 너무 좋습니다!!!! 더위가 가시기 전에 꼭 만나요! 신난다~
그나저나 유피의 <바다>라니... 도대체 무슨 곡인가 생각하다가 유튜브를 뒤져보고서야 한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이었다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시간이 오래 흐른 만치 그들의 삶에도 큰 변화가 있겠지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 매우 궁금하네요.
《홈메이드 라이프》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결혼하고 이 책을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아서 잘 가지고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이 책을 주신 분께서 “너도 이제 홈메이드 라이프를 만들어야지.”라고 말씀하시는데, 당시 저는 요리를 해 본 적도 별로 없고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파스타, 카레, 된장국 세 가지 뿐이라서 일종의 반항심이랄까... 하는 게 생겨나서 읽다가 말았습니다. 역시 요리에 대해서 모르니 당시에는 책의 내용에도 큰 재미를 못 느꼈던 것 같아요. 추천을 받았으니 한 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지난번에 소개해주셨던 《고양이 가장의 기묘한 이야기》는 딸과 함께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물론 따뜻하고 맛있는 한 그릇 무척 사랑합니다만, 저는 역시 남이 해주는 게 좋습니다. 만들고 맛보기까지가 너무 힘들고, 먹고 나서 치우는 게 너무 일이라서 말입니다... 그래도 카모메 식당에서처럼 ‘이 세상이 끝나기 전날’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식사를 하고 추억을 이야기 하고 싶네요.
음식 말고 저에게 은근한 즐거움을 주는 건 뭐가 있을까... 하고 보니 제가 또 어릴 때부터 문방사우를 엄청 사랑하지 않았겠습니까.. 보통의 여자아이들이 그렇듯이 저도 예쁜 노트, 스티커, 연필, 샤프, 자, 지우개, 필통 등등의 문구류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건 변하지 않는 취향이었던지 자주 대형 서점의 문구류 코너에 가서 새로 나온 펜이며 노트들을 시간 들여 구경하고, 시필하고, 결국은 사들고 나오곤 했습니다.
특히 색이나 질감이 다른 펜들이 나오는 걸 무척 즐거워하고 좋아했던 저는,,, 지금 만년필 스무 자루와 잉크 40병을 소장하고 있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이것도 많이 줄였습니다만..
그리고 만년필을 비롯한 문방사우와 그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면 바로 이 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츠바키 문구점》
이 책을 그냥 읽을 수는 없지요. 진한 녹차 한 잔이 필요한데 적절한 게 없어서 오늘은 Malty Assam으로 밀크티 한 잔을 내려서 빗소리 들으면서 리클라이너에 앉아 한참을 읽어봅니다. (BGM보다는 BGTea가 필요한 날이 있으니까요.)
오가와 이토의 소설로 꽤 많이 인기를 끌었던 소설입니다.
문구점과 대필업을 하는 집안의 손녀딸로 ‘선대’라 부르는 할머니와 대차게 싸우고 집을 나와 유랑하다가 할머니 사후에 다시 문구점으로 돌아와 대필업을 잇는 하토코, 일명 포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그녀가 하는 대필업과 그녀와 선대와의 관계라 주를 이루고 있지요.
이 책은 ‘마음을 전하는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옆집 바바라 부인은 엄마처럼, 친구처럼, 이웃사촌의 몫을 하며 돌보와 주고, 남작은 어릴 적 딸내미 같은 포포에게 일을 맡기며 지켜보고, 밥을 사주고, 바에도 데려가며 ‘한 사람 몫을 하는 어른으로서의 포포’를 인정하고 응원해 줍니다. 또 함께 수다를 떨 수 있는 한티나, 사랑스러운 펜팔로 귀여운 마음을 전하는 큐피가 있지요. 뒤늦게 밝혀지긴 합니다만, 포포의 할머니는 자신의 손녀딸에 대한 애정을 먼 이탈리아에 사는 펜팔 친구에게 털어놓기도 합니다.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순간, 톡 하고 작은 소리가 났다.
잘 다녀오렴.
마치 내 분신을 여행 보내는 기분이었다. 편지를 기다리는 시간도 즐겁다.
부티 큐피에게 무사히 도착하기를.. p.242
비록 담화님과 저도 이메일로 서신(?)을 주고받고 있긴 합니다만, 대필 의뢰를 대하는 포포의 정성은 어마어마합니다. 악필이라서 대필을 의뢰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어떤 말로 마음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도 대필을 의뢰합니다.
그들의 마음을 대신하여 어떤 내용으로 대필을 할 것인지, 종이의 크기와 지질은 어떤 것으로 할 것인지, 호칭은 어떻게 할 것인지, 한자로 할지 가나로 할지, 수기로 쓸 것인지 인쇄소에서 활자를 쓸 것인지, 손글씨로 한다면 어떤 종류의 펜으로 할 것인지, 잉크는 어떤 종류로 할 것인지, 봉투는 뭘로 할지, 봉투의 내지는 무슨 색으로 할지, 봉투를 붙이는 것은 풀을 쓸 것인지 아닌지 우표는 무엇을 붙일지 등등등. 모두 까다롭게 고르고 신중하게 생각하며, 의뢰인의 마음을 가득 담아서 쓰고 고이고이 접어서 보냅니다.
과연 ‘마스야’의 원고지는 쓰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다양한 잉크와의 궁합을 연구하여 개량을 거듭하면서 개발한 원고지라고 한다.
게다가 몽블랑 중에서도 걸작이라고 하는 ‘마이스터스튁 149’와의 궁합은 발군이었다. 전쟁 전에 발매된 이 모델은 축이 굵어서 힘을 주어 남자 글씨를 쓰는데 최적이다.... 본문 뒤에는 한 줄 비우고 날짜, 그 아래에 남작의 이름, 다음 줄에 상대의 이름, 그 왼쪽 아래에 조그맣게 ‘궤하’라는 호칭을 붙였다. 호칭은 써도 되고 쓰지 않아도 되지만, 남작의 마음가짐을 표시하기 위해 굳이 덧붙였다. 봉투는 크림색이 도는 화지를 골랐다. 평소 기모노 차림의 남작 이미지에 어울리는 봉투를 쓰고 싶었다.
봉투에 쓰는 주소와 받는 사람 이름은 종이와의 궁합도 생각해서 만년필이 아니라 붓으로 썼다. 경의를 담아 ‘사마さま가 아니라 복잡한 쪽인 ‘사마様’’를 썼다. 그리고 받는 사람 이름에도 궤하라고 호칭을 썼다. 남작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봉투에서 튀어나올 정도로 위세 당당한 글씨를 썼다.
우표는 금강역사상 도안을 붙었다. 이것은 엄연한 거절 편지다. 금강역사상 우표는 500엔이지만, 절대로 돈은 빌려줄 수 없다는 남작의 강한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이 정도 붙여도 좋을 것이다. p.113~114
생각해 보면 대필이라는 게 우리나라에는 없어서 (어릴 때 러브레터 대필 정도 있었으려나요.... 저는 의뢰도, 대필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만... 여하튼) 잘 감이 안 오지만, 무형의 마음을 활자로 콕 찝어내 문장을 만들고 그 마음을 전할 문체로 적는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대단한 통찰력을 요하는 일 같은데, 그 일을 참으로 잘 해내는 젊은 포포를 보면 '역시 대필가로구나!' 싶기도 해요. 특히 ‘절연’ 의뢰를 쓸 때의 포포는 아주 대담하고 거침이 없지요. 선대의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업’이라는 말이 정말 거짓말이었다면, 포포는 가문 대대로 해 온 일도 아닌 것을 업으로 삼아 참으로 잘도 해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일로서의 ‘업’이라는 것,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찾아나가고, 해내고 있는 걸까요?
일로서의 ‘업’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을 찾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실 굉장히 멋진 과정인데, 요즘은 직업이 ‘업’의 개념보다는 수익 창출의 도구로만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있긴 합니다.
강상중 교수가 쓴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에서는 일을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라고 표현합니다. 과연 그 입장권은 언제 영주권이 되는 걸까요? 우리는 과연 업을 찾은 걸까요?
여덟 번 째 답장. 필화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