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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현 Dec 21. 2021

8월의 크리스마스, 함축이 담은 서정

서사를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연기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섬세한 연기가 줄거리를 이끌어 나갈 수 있구나 하고 느꼈다. 내러티브도 없고, 자세한 설명도 없지만 배우의 마음 상태, 그 마음 상태가 드러나는 절제된 표현을 통해서도 충분히 극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던 흥미로운 영화였다.

한석규는 친구에게 장난스럽게 자신의 생명이 다해감을 고백했고 친구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지만 곧 다음 장면에서 그의 친구들이 그가 시한부임을 알았다고 관객은 알 수 있다. 내러티브나, 누군가의 설명이 없었지만 친구들이 그를 바라보는 표정으로 관객들은 모든 걸 알 수 있는 것이다. 말이 중요한 게 아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이 영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진심 같은 게 있구나 하고 느꼈다. 그게 더 이 영화를 세련되게 여전히 느끼게 하는 이유라고도 생각했다.


특히 한석규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으면서, 독특한 자기의 말투(예~ 나 음식 잘해야~~~), 캐릭터를 유지하고 있었다. 상대방의 온도에 맞추어서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잘 반응하는 매력이 있었다.


극 중에서 첫사랑인 전미선과 붙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둘은 별말하지 않지만 그들이 자아내는 분위기나 태도에 의해서 관객들은 충분히 과거의 인연이 있었던 남녀라고 추측해낼 수 있다. 둘은 서로를 어색해하면서도 의식하려 하고 말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신경 쓴다. 서로 여전히 애틋하고 다정하며, 한석규는 특히 여전히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느껴졌다. 그것은 아마도 첫사랑인 전미선의 마음의 편했으면 좋겠다, 자신의 호의를 받게 한다라는 목표에 충실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심은하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지속적으로 한석규에게 관심을 표현한다.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도발적이다. 먼저 팔짱을 낀다거나 술을 같이 먹자고 한다. 심은하의 목표는 뚜렷해 보인다. 한석규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녀는 행동하고, 또 상대방에게 편안함을 주기 위해 많이 솔직하다.


그녀의 편지 내용이 무엇인지는 끝끝내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석규의 표정, 그리고 다림이 돌을 던지면서까지 그를 원망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그 편지가 다림의 마음이 들어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이다. 설명 없이도 인물들의 행동, 반응을 통해 모든 걸 알 수 있다. 연기자의 역할이 돋보이는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신구와 한석규가 붙는 장면도 좋았다. 편안한 부자 같으면서도 서로를 아끼는 마음과 진심이 엿보였다. 신구의 집에서 발톱을 깎는 장면조차 정원이라는 인물의 쓸쓸함,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


어릴 때는 항상 말로 표현해야 직성에 풀렸는데 살아가면서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것은 얼마나 많은 작은 행동들로  드러나는지 느껴간다. 어쩌면 이 속에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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