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Narrative 2
지 : 누가 여기에 살 것인가? 어디에 살 것인가? 에 이어 마지막으로 얼마에 살 것인가? 에 대한 이야기에 이르렀습니다. 밀레니얼이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살 수 있는 적정한 코리빙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지불 가능한 적정 임대료를 책정하시는 것은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은데요. 요즘 밀레니얼의 돈에 대한 태도와 반응은 똘똘하고, 즉각적이며, 솔직하다고 해요. 욜로를 외치다가도 소위 영끌하여 빚투하는 세대로 돈의 가치와 속성에 다르게 접근하는 까다로운 세대라고도 말하는데요. 이런 밀레니얼의 경제력을 어떻게 이해하셨나요? 그리고 어떤 근거로 적정 임대료를 책정하실 예정인가요?
이 : 우리가 지출하는 다양한 항목 중에서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거주하는 장소’, 즉 ‘집’입니다. 그렇기에 보통의 사람들이 이 비용에 대하여 얼마나 민감하게 생각하는지는 최근 몇 달 동안 부동산 문제로 무척 시끌시끌한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지요.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1인 가구’의 경우 이 비용에 더 민감할 수 있습니다. 다수의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대비 낮은 소득 수준을 가지고 있고 여기에 대부분이 주거 공간을 월세로 지내고 있기 때문이지요. 서울시의 경우 ‘1인 가구’ 중 월세 거주 비율이 64%라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1인 가구’, ‘월세’를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PIR(연소득 대비 주택 가격) 또는 RIR(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 등의 어려운 용어와 여러 통계기관에서 조사한 결과값을 알 수 있습니다. 홀로 생활하는 1인 가구의 경우 월 소득 대비 월세의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사회학적으로 매우 중요한데 이를 알려주는 지표인 RIR은 20% 이하로 유지하여야 주거비 부담에 대한 사회적인 스트레스를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기사에서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33만 9000원이라고 하니까 월세는 이 소득의 20%인 약 45만 원 이하가 되어야 하는 것을 알 수 있네요.
지 : RIR지표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 같아요. 월 소득 대비 월세의 수준을 20%에 맞추려는 노력을 하셨다니 흥미롭네요. 땅값 비싸고 물가 높은 서울에서도 실현 가능한 지표인지는 의문스럽네요.
이 : 그래서 지역을 조금 한정하여 서울에서 진행된 월세 계약에 대한 최근 자료도 조사해봤지요. 먼저 보증금의 차이에 따라 다르고 자치구별로 지역 편차가 커서 매우 다양한 가격 분포가 보이는 것이 확인되었고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크기인 15㎡에서 30㎡ 규모의 방은 30만 원에서 60만 원 사이에서 대부분의 계약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지역적으로 부동산의 가격 차이가 있기에 월세의 크기도 달라지겠지만 현재 서울지역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월세로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의 한계 가격이 60만 원 미만의 수준이라는 것이죠. 이렇게 가격에 대한 자료 조사와 분석 작업을 몇 주간 진행하였습니다. 코리빙을 시작할 지역을 정하는 것과 함께 우리가 상품을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깊게 생각했던 것이 임대료의 설정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다른 일반적인 원룸 임대와 달리 코리빙은 거주하는 공간과 공유하는 공간, 그리고 약간의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는 기존에 볼 수 없던 상품이기에 더더욱 고려할 점이 많았습니다.
지 : RIR지표에 따라 월세가 60만 원일 경우 역산해 보면 월평균 소득이 300만 원이 넘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인 셈이네요.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적정한 가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원룸처럼 기본적인 월세에 코리빙으로 운영하면서 추가되는 비용이 부담이 되지 않아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주거도 하나의 상품으로 치면 마케팅 적으로 포지셔닝과 타겟을 정하고 그에 따르는 제반 환경을 설정하잖아요. 밀레니얼도 다 같은 밀레니얼은 아닐테니 월세 대비 타겟팅과 포지셔닝에 대해 어떻게 정의내리고 시작하셨나요?
이 : 우리가 생각하는 수요층의 경제적 수준 또한 고려의 대상이었습니다. 앞서 글에서도 언급을 많이 했지만 지금 준비하고 있는 코리빙 타겟은 밀레니얼과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준비하는 상품이었기에 이들이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수준을 제공할 수 있어야 했었습니다. 포지셔닝이라 하면 극히 한정된 일부 대상을 목표로 하는 잘 디자인된 고급 주거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고요. 서울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 초년생이 일반적으로 지불 가능한 가격에 화려한 겉치장 없는 편안한 코리빙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이 상품의 최종 목표였습니다. 물론 서울은 워낙 토지 가격이 높아 이 가격 목표가 구현되지 못할 지역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만 도시와 건축의 전문가로서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위치와 조금 새로운 설계적 해결방법을 찾아 생각했던 목표에 접근해 갔어요.
지 : 몇 개월 동안 서울 중심부에 인접한 입지를 조사하고 주택공급 관련 제도의 분석 및 적용, 공간 기획, 상품 기획, 운영에 대한 협의 등을 진행하면서 가격에 대한 방향을 결정하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운영에 참여하기로 한 홈즈 컴퍼니의 의견과 검토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하셨는데요.
이 : 잘 해오던 전공분야를 넘어서 새로운 일을 하는 것에는 어려운 점이 많을 수밖에 없지요. 이럴 때 ‘구루(Guru, 스승)’가 필요합니다. 다른 분야에 계신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건축 설계만 잘 해왔던 저희에게 다년간 공유 주거를 운영해온 경력을 가진 홈즈 컴퍼니가 이 ‘구루’의 역할을 해 주셨어요. 처음 해보는 주거 상품 기획에서 주의할 점, 특히 실제적인 가격 설정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을 몇 개월간의 협의를 통해 자세히 조언하고 도움을 주셨습니다. 디자인 단계에서도 미리 생각해야 운영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다양한 이슈도 놓치지 않고 말씀해 주셨지요. 최종적으로 저희는 서울 시내에서 1인이 제공할 가격을 50만 원 중반으로 설정하였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대지의 결정, 주어진 공사비에 맞는 설계의 진행, 깔끔한 운영을 도와줄 협력사 및 파트너 구성 등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 : 그럼 결론은 최종적으로 누가 어디에 얼마에 라는 질문의 답은 "서울"에 "밀레니얼"이 "50만 원"으로 정리가 되는 건가요?^^ 결론은 단순해 보이는데 참 긴 여정이었습니다. 코리빙 디자인 내러티브는 코로나 이전에 시작해서 이제 마지막 회에요. 그 동안 코리빙 사업기획과 디자인 사이에서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신 것 같아요. 끝으로 소감 부탁드립니다.
이 : 건축설계 사무실에서 지금까지 누구도 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삶에는 힘든 점이 참 많았습니다. 남들이 닦아 놓고 잘하고 있는 편한 길을 떠나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과정을 하나하나 진행하다 보면 고민도 많아지고 포기에 대한 유혹도 커져 갑니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슬쩍 불안해지기도 하지요. 지난 추석 연휴에 공중파에서 나훈아 가수의 화려한 공연 방송이 있었습니다. 노래도 좋았고 화면에 볼거리도 많았고 공연 중간중간 좋은 멘트도 많았지요. 그중에서 이 한마디가 많은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내가 안 하던 것, 새로운 것을 자꾸 시도해야 내가 세월을 끌고 갈 수 있습니다.”우리가 세월을 끌고 가서 새롭고 멋진 세상이 더 빨리 등장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