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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Jan 09. 2021

젊은이의 여행지, 은퇴자의 휴양지

상상력이 더해진 Marina baie des anges 이야기


당신이 하루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갈래요?



나이 지긋하신 시니어에게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하실까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젊은 시절의 어느 하루를 떠올리시겠죠. 우리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하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가 헷갈리게 흐르는 ‘카페 벨 에포크’ 같은 영화를 보며 공감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바다와 마을을 소개할까 해요. 뭐랄까 젊은 시절 추억이 깃들어 있는 여행지에서 남은 여생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전형적인 프랑스풍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으니까요.


지금 이 마을은 젊은 시절 이 곳을 누비며 다녔던 액티브 시니어들의 은퇴자 마을이 되기도 하고, 예약사이트를 통해 여행자 아파트를 예약해서 놀러 오는 젊은이들의 여행지이기도 하고, 처음 이 콘도 단지를 만든 개발자인 남편을 추억하며 살아가는 부인이 머무르는 곳이기도 해요.


인생의 황금기 그 시절 그때의 장소를 마주 할 수 있는 곳에서 산다 것은 어떤 느낌 일까로 시작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이곳 또한 다양한 거주민들이 살아가는 진정한 마을이라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네요. 물론 저도 이 곳을 가보지는 못했어요. 요즘 개인적으로 마을 만들기 예찬론에 꽂혀서 Marina baie des anges 거주민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마을에 대한 이야기에 상상력을 조금 더해 써보려 해요. 마을을 그려보는 데는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우선 이 곳은 Marina baie des anges라고 불리우며 남프랑스 깐느와 니스 사이에 있는 해안 도시 빌 누베르 루베 (Villeneuve-Loubet) 마리나 단지예요. 거대한 산이나 피라미드, 어떻게 보면 파도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죠. 지금도 매매 사이트에 매물이 올라오고 있고 초기부터 분양형 콘도나 여행자 아파트로 단지로 개발된 것으로 같아요. (개인적으로 요즘 한국에서 핫한 생활형 숙박시설에 가까운 시설 같기도 해요.) 1968년에 개발자 Jean Marchand과 건축가 André Minangoy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당시에는 바다의 풍경을 독차지하는 거대한 콘크리트 산이라며 세간의 비평을 받았지만 오히려 지금은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인으로 문화부의 건축유산이 되었다고 하네요.



각종 인터뷰에 나오는 개발자의 부인입니다. 돌아가신 남편을 대신하여 이곳저곳을 소개합니다. 물론 이 아파트에 살고 있지요. 건축가에 준하는 식견을 가진 부인은 조형언어까지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소개하고 있어요.



100평 가까운 아파트에 사는 노부부는 죽을 때까지 이 곳에 살 것이라고 하고, 어떤 아저씨는 10년을 사셨는데 일 년 내내 바캉스를 보내며 사는 것 같다고 하세요. 이 아파트는 11제곱미터부터 800제곱미터가 넘는 다양한 평형대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소셜믹스도 잘 이뤄지고 있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버지가 개발자에게 집을 팔지 않은 이야기도 흥미로운데요. 나이 든 딸은 지금까지 단지 한켠 옛날 집에서 마리나의 신문물?을 누리며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죠. 이것이 가문을 지키는 진정한 알박기^^



요트를 즐기는 꽃할배부터, 작은 요트에 온갖 살림을 갖추고 살아가는 가족까지 모두가 이 곳을 풍족하게 누리며 편견 없이 살아가고 있어요. 한국보다 남들 사는데 관심이 덜하고, 소셜믹스 이야기까지는 거창하겠지만 소박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과 부유한 꽃할배 아저씨가 함께 살아도 어색하지 않은 마을이랄까요?



이 곳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방문객을 위한 답사 프로그램도 생겨났다고 해요. 예전에 GRAND ENSEMBLE이라고 우리로 치면 아파트 단지 답사를 간 적이 있었는데요. 방금 준공된 새 건물의 공간을 보는 것과 다르게 사람 사는 손 때 묻은 삶의 장소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에 어질 어질 했던 추억이 떠올랐어요. 40년도 더 된 이런 곳에 답사를 오시는 분들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걸까요?



저도 사실 마리나 프로젝트를 하면서 알게 된 사례였고, 궁금해서 인터넷 수사를 하다가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되었는데요. 사업으로써의 건축과 삶의 장소로써의 건축의 차이에서 고민할 때 이런 사례들을 들춰보는 것은 중심을 잡게 해주는 것 같아요. 아이디어로써의 건축을 이야기하지만 착한 생각과 돈이 되는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구분하게 되는 것도 현실이잖아요. 그렇지만 개발자의 이익과 미래 거주자의 삶의 질을 놓고 좋은 개발 사례들을 깊숙이 찾아보는 것은 저에게는 항상 숙제 같은 일이에요.


여하튼, 최근 기사를 보니 Marina baie des anges는 다시 리모델링에 들어간다고 해요. 조만간 코로나가 종식되어 다시 남프랑스 여행을 꿈꿔보며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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