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집을 지어주마
사랑하는 사람아
은밀하여 누구도 못 찾을 곳에
이승의 쉼집을 마련해주마
동서남북 문을 내고
문들 사철 열어두는 집
살다가 살다가
세상이 손을 놓아
너 혼자인 날엔
문설주에 손자국 없이도
와 있곤 하겠느냐
한밤의 목마름과
못 고칠 미운 짓거리까지도
아아 너의 모든 것
예 와서 담겨주겠느냐
아무도 안 산다 싶은 곳에
바람은 능히 살고
아무도 안 온다 여길 때에
그리움 물밀 듯이
너의 집에 너 머물면
내 하늘 절로 달밤이리
너의 집을 지어주마
사랑하는 사람아
옷고름을 풀 듯이
세상살이 골병들을 풀어 버리고
엊그제 몸살도 지워 버리고
쉬어라 쉬어라
설핏이 보기만도
눈물 나는 나는
넉넉한 두 팔 되어
그 울타리 둘려주마.
20대에는 이 시를 참 좋아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넉넉한 집을 지어 주겠다는 내용이라면서요. 동서남북 문을 내고 사철 열어두지만 은밀하여 아무도 못 찾는 집이라니 이런 집을 입체적으로 공간화하는 것은 참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죠.
게다가 이승의 쉼집이기도 하지만 세상이 손을 놓아 너 혼자인 날엔 문설주에 손자국 없이도 와 있을 수 있는 곳이라니! 한 사람이 생을 마치고 무덤에 들어갈 때 이승에서 생을 마치는 쉼의 집이라니! 그러니 그 자기 집을 지어놓고 생을 마감할 때 찾아와 달라는 이야기라니!
이런 시해석을 읽을 때는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을 받습니다. 죽어서도 잊지 못할 사랑하는 사람를 위해 문설주가 없는 그래서 다른 사람이 왕래가 없는 쓸쓸할 그 무덤에 와 주겠냐고 묻는 그 대목은 눈물겹지만 섬뜩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한밤 사랑의 목마름과 그리움에 그 앞에 가서 서글피 우는 것은 무덤 주인이 보면 못 고칠 미운 짓거리지만 그렇더라도 예 와서 담겨주겠느냐고 묻는 마음이라니......그 동안 알지 못했던 두 번 째 연의 사연.
너의 집은?
퇴근길 감상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