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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Nov 17. 2020

글축가라고요?

쓰다 보면 언젠가......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보다 더 넓어진다고 해요. 불현듯 무엇에 마음이 가면 일상에 밀도가 생긴다고 하잖아요. 저에게는 그것이 가끔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에요. 더군다나 평일 저녁에 고민 고민하며 완성하지 못한 글을 실컷 잠을 자고 일어난 쉬는 날 아침에 마무리할 때가 있는데요. 그때, 그 밀도라는 것, 뭐랄까 그 행복감은 정말 마음의 근육을 탄탄하게 해 줘요. 그래서 솔직히 지금까지 그런 감정에 취해서 글을 써온 것 같아요. 자뻑이랄까요.


내년 1월이 되면, 이년 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셈이 돼요. 자주 나의 글쓰기 실력의 바닥을 보며 절망하지만, 잘 쓰고 못 쓰고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설계쟁이가 전문 작가도 아니고 그냥 쓰고 안 쓰고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앞으로 왜 쓰는지 무엇을 쓰는지 생각은 좀 해보려고요. 부끄럽지만 어딘가 글축가라고 소개되는 날조한 듯한 프로필에 대해 당당해지고 싶기 때문이에요.






의무감에 쓰지 않는다.
차고 넘쳐날 때 쓴다.



처음으로 쓰고 싶어서 휴가를 내고 답사기를 써봤어요. 작년 가을 2018년 네덜란드 여행을 기억하며 쓴 글모음으로 첫 번째 브런치 북을 엮어 보았죠. 다시 본 답사노트에서 느낀 그 시절의 열정과 흥분. 그리고 우연히 디지털카메라에 일 년 넘게 저장되어 있었던 그날의 사진을 본 것이 기폭제가 되어 처음으로 글을 작정하고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쓰고 싶단 기분에 취해 몰아서 쓴 것 같아요. 그날 그곳에서의 느낌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남긴 추억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느낌보다는 정보전달의 색이 강한 글쓰기였어요. 떠나기 전에 유럽의 도시들 중 특히 창의적인 건축물이 많은 네덜란드의 도시에서 시민들의 장소가 어떻게 작동하고, 더 나은 시민들의 장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인사이트를 얻어야 할지 많이 찾아보고 준비하고 떠난 답사라 애착이 컸지요. (물론 회사에서 보내준 건축기행이라 준비를 많이 한 것도 사실이고요.) 여하튼 앞으로 코로나가 종식되어 다시 떠날 여행을 상상하며 여행 에세이인지 관광 가이드 인지 혹은 현대 건축물과 도시사에 대한 보고서인지 모를 글쓰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나를 위해 쓰지 않는다.
우리를 위해 쓴다.



관심이 내가 아닌 타자에게 우리의 관심사에 꽂힐 때 이상하게 지속적인 에너지가 뿜뿜 올라오는 것을 느껴 본 적 있으시죠? 의 글쓰기 일부분도 그런 에너지를 동력으로 흘러간 것 같아요. 두 번째 브런치 북은 코리빙 신사업팀과의 대담과 코리빙 트렌드를 함께 나눈 이야기를 썼어요. 코리빙이 어떻다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주제 선정에 관한 저의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에요. 앞으로 우리의 관심사에 대해 그것이 무엇이던 생각을 나누며 더 깊이 있는 글을 써보고 싶어요.







내 커리어를 위해 글을 쓴다.
그리고 결과로 회사에 기여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회사의 성장은 개인의 성장에 대한 후행지표라는데 동의해요. 개인이 성장하면 회사는 반드시 성장한다는 것에 자주 공감하죠. 개인이 가진 역량의 총합이 조직이고, 역량의 총합이 늘 때, 훌륭한 개인들이 모여서  뛰어난 조직을 만들 때, 회사는 분명히 성장한다고 믿어요. 세 번째 브런치 북은 일을 하면서, 출장이나 답사를 다녀오면서, 관련 지식을 쌓으면서 알게 되고 느낀 공간의 컨셉에 대한 이야기를 썼어요. 그 시점에 내가 경험한 것, 그리고 알게 된 것을 장르 불문하고 써 내려간 글들을 모았고, 모아서 분류하다 보니 크게 복합 상업시설, 주거, 공공시설 세 꼭지로 나뉘더라고요. 가끔 상도에 어긋나게 회사의 자료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시는 분도 있는데, 제 글을 끝까지 읽어 보신 분 같진 않아요. 하지만 내 커리어를 위해, 그리고 그 결과로 회사에 기여하기 위해 계속 글을 쓸 예정이에요.








"건축가의 자질은 우선 역사를 꿰뚫어야 하고, 천공의 원리를 이해하고, 인체를 알아야 하며, 악기의 소리 체계를 이해하고, 기하학과 소묘, 그리고 법률에 익숙해야 한다. 그리고 문필에 능력이 있어 자신의 설계를 글로 남길 수 있어야 한다. " BC1세기 로마에서 활약한 비트르비우스의 말 중에 21세기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제가 공감하는 부분은 "문필에 능력이 있어 자신의 설계를 글로 남길 수 있어야 한다." 저 정도.


쓰다 보면 언젠가 잘 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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