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리지언니 Mar 01. 2021

홈페이지 탭메뉴 하나 내어 주는 것

시설과 상품을 작품으로 만드는 마법


"언니 나 더현대 다녀왔거든.

그거 다 누가 설계한 거야?

걸그룹 룩처럼 양 옆에  빨간 띠 두른

고층 빌딩도 있던데......"



"너 퐁피두 간 적 있지?

그곳 설계한 건축가가 설계한 거야.

더현대를 놓고 두 동은

파크원 타워라고 오피스이고

반대편은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이야.

파크원 홈페이지 가보면

네가 궁금한 빨간 띠 이야기도 있고

건축가의 마스터 컨셉도 나와 있어."


찾아보지 않고 물어보는 건 빨리 답해줄 언니 찬스를 쓰는 것이겠지만, 저 또한 홈페이지에 나온 건축가의 컨셉 이야기를 복붙하는 찬스를 씁니다. 공간을 채우는 브랜드는 물론이고 층별 안내뿐만 아니라 공간 기획자나 건축가의 마스터 컨셉까지 한 번의 복붙으로 알려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동생은 매번 이렇게 알려 줄 것을 기대하지만 파크원 같은 홈페이지는 참 드문 사례이거든요. 밀레니얼은 각자 좋아하는 도시 공간을 신발이나 옷처럼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어서 나름의 브랜드 스토리를 궁금해하기도 하고 혹하는 이야기에 한 없이 다정한데 이렇게 한 곳에서 탭메뉴만 번갈아 눌러봐도 다 알 수 있다면야....


눈길이 머무는  공간을  방문하면 종종 홈페이지를 둘러보고 인터넷 수사를 해본 오지랖 동생은 말합니다. 기사는 분양정보 같은 상업용 정보에 낚이기 쉽고, 건축가의 홈페이지는 뭔가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결국은 사업 주체가 만든 홈페이지에서 공간과 상품 같은 총체적인 브랜드 스토리를 만나는 것이 편하다고요. 그리고 건축가가 대가라서 이야기가 장중한 것인지 건축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 그런 것인지 딱히 재미는 없다면서요......


ⓒ삼우건축&시아플랜건축
ⓒ삼우건축&시아플랜건축





1_Parc.1



ⓒ파크원 홈페이지 (국내로컬사 이야기와 비하인드 스토리는 나무위키에서^^)





2_롯폰기 힐스


롯폰기 힐스 홈페이지에도 짧게나마 각 시설별로 건축가를 소개하고 있음





3_토라노몬 힐스


설계사 이름만 나와 있음




4_미드타운


(미드타운 홈페이지에 딱히 건축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요. 예전에 제가 오지랖을 부리며 써 본 글을 대신 링크합니다. )





집마다 지은이가 있으니....



"건축가 없는 건축"은 만든이를 찾을 수 없지만 건축의 형태를 띤 토속 건축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도 북아메리카의 나무 위에 사는 주민들의 집을 누가 지었나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열대 아프리카의 바오밥 나무의 속을 파서 생활하는 공간의 만든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데 도시의 크고 작은 건물에 여전히 건축가 없는 건축이라니요...... 복합상업시설 호텔 오피스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의 공간들 심지어 학교 공공기관 병원도 만든 사람에게는 미래의 사용자를 위한 활용법과 공간 가이드라인이 있어요. 집요하게 인터넷 수사를 하다 보면 정보를 얻겠지만 사실 손쉽게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한 시대잖아요. 위에 링크한 도심 속 복합 문화공간을 만든 개념 있는 디벨로퍼처럼 시설 홈페이지의 여러 개의 탭메뉴 중에 끄트머리에라도 공간이 태어난 이야기를 좀 넣어 주면 어떨까요?


시설이나 상품이 아니라 작품으로 공간의 격을 높이고 기획자나 건축가가 제안한 사용법과 스토리가 둘도 없는 장소를 만들기도 하니까요


준공석이나 현판 대신

홈페이지 탭메뉴 하나 내어 주세요!

꼭 대가가 아니더라도

만든이의 이야기를 실어 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감정을 건축하는 배우, 필모그래피 쓰는 건축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