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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Feb 24. 2021

감정을 건축하는 배우, 필모그래피 쓰는 건축가

신박한 비유에 숨겨 놓은 배우와 건축가의 싱크로율


예술의 순위를 매긴다면 건축이 제일 아래에 위치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요즘 예술적 가치를 가지는 건축은 매우 드물겠지만요. 예술의 최상의 위치는 음악이며, 다음이 미술, 문학이 세 번째이고, 건축이 제일 아래 위치한다고 합니다. 순위를 매기는 기준은 ‘영감’이 결과물로 나오는 시간이라고 해요. 음악은 마음속에 떠오른 느낌을 즉각적으로 악기나 악보로 표현해낼 수 있는 반면, 건축은 다양한 협력 분야의 검증을 통해서만 그 타당성이 완성되듯이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어쩔 수 없이 원래의 ‘영감’은 더 오염된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중요한 논점이라고 합니다. 창작 작업에서 시간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도 건축만큼 결과물이 나오는 시간이 길고 협업으로 이뤄지는 창작활동이기 때문에 공통점이 있어 보입니다. 그중 하나는 아마 예술의 하위권에 사이좋게 머무를 수도 있다는 것이 될 수도 있겠지만요.


갑자기 예술과 같은 건축을 하는 대가인 양 저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뜬금없지만 조연 배우의  필모그래피 같은 작업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형식의 포트폴리오라고 할까요. 배우와 건축가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어서 은근슬쩍 필모그래피의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어느 날 배우는 감정을 건축한다라는 브런치 글을 읽었습니다. 저와는 반대로 건축을 비유로 들어 배우와 드라마 작품의 유기적인 관계를 부분적으로 잘 설명해 놓은 글입니다.



드라마 : 배우 = 도시 : 건축가
드라마 : 캐릭터 = 도시 : 다양한 건물
데본 = 설계도
드라마 주인공 = 도시를 대표하는 건물
조연 및 출연 배우 = 도시를 풍성하게 만드는 다양한 건물
배우 < 이야기와 캐릭터 (작품 완성도가 높아짐) = 외력 < 내력 (건물이 지지) = 건축가 < 작품



배우는 조직을 갖춘 개인 = 건축가는 조직을 갖춘 개인

필모그래피 = 포트폴리오



필모그래피는 배우의 작품 활동을 나열한 기록입니다. 주연이던 조연이던 각자의 역할을 중심으로 기록하여 배우의 캐릭터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비단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 기획자 아마 엔지니어까지 영화나 드라마에 참여한  사람들의 기록을 필모그래피라 부르는 것 같습니다. 뜬금없지만 이런 맥락이라면 우리도 필모그래피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작품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니며 각자의 역할만이 있을 뿐이니까요.


혹시나 팀작업에서 소외되는 기분이 든다고 의기소침하지 마세요. 낮은 자존감 때문에 주목받는 것이 두렵다가도 주목받지 못하면 분노하던 날들! 그런 병적인 자기애로 뒤범벅된 어두운 감정에 맥없이 일상이 허물어진 경험은 저만 있는 것은 아니죠?^^ 직급이 깡패라고 나에게 대단한 일을 맡겨 주지 않는다고 나의 작업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실망도 마세요.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할 뿐입니다.




그 대신 기록하세요. 오늘의 경험과 생각

그리고 그것이 녹아든 나의 작업이 모여서

나를 설명해 주는 날까지요.




필모가 가장 드라마틱한 철수 건축사님 (출처 : 내 머리속의 지우개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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