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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Mar 11. 2021

어른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세대별사심 픽VILLAGE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보니 늙어 죽을 때 까지도 온 마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는 가정과 동네라는 이웃과 사회의 보살핌 속에서 학교에서 배우고 성장하다가 사회에 진출하는 성인이 되면 일자리를 기반으로 정착하여 일하고 가정을 꾸리고 여가를 즐기며 살게 됩니다. 게다가 더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되면 건강을 생각해서 큰 병원이 있는 도시에 살거나 어쩌면 한적한 시골 요양원에서 살다가 생을 마감할 수도 있겠지요. 유년기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학교가 있는 동네에, 청년기에는 일터에서 멀지 않은 동네에, 노년기에는 의료시설에 가까이에 산다고 이야기하면 인간 생애주기에 팔 할은 맞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마을이라 하면 조금 시골 분위기가 나고 타운이라 하기에는 규모가 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Village란 단어로 우리가 모여사는 공간과 커뮤니티를 설명할까 해요.


사심 픽 세대별 마을에 대하여......

지금 나는......

내가 저 나이라면......

아니 미래의 나는......


어떤 빌리지에 살고 싶은지 팩트에 기반한 확증편향적 이야기입니다. 빌리지를 만든다는 것 또는 살아 본다는 것, 개발자 주자 양가감정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려 고민하는 이야기랄까요.






한창 때는 이런 빌리지에?





URBAN MORDEN VILLAGE

40대 지금 여유롭게 한 번 살아보고픈 도심 속 빌리지

모리빌딩 Toranomon Azabudai Project (출처: https://www.mori.co.jp)



모리빌딩의 힐즈 시리즈는 도시인의 완성형 빌리지의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곳입니다. 미나토구에서 진행 중인 새로운 힐즈 시리즈는 광장을 중심으로 오피스, 주거, 호텔, 국제학교, 상업시설, 문화시설 등 다양한 도시의 기능을 고도로 융합시킨 도시 속 자족형 도시의 새로운 기준이 될 만한 곳입니다. 


남편은 외국계 대기업에서 일하고 아이는 국제학교를 다니는 중산층 이상의 가족들이 모여서 살 것 같은 곳! 씨지를 보고 있으면 부티 나고 고급스러운 시설들을 수더분하게 만들어주는 어반 그리너리를 볼 수 있습니다. 헤더윅이 설계한 서로 얽혀 있는 비정형 저층부 상업시설은 어디에도 없는 궁극의 럭셔리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도쿄 여행 때 처음 가본 롯폰기 힐즈나 미드타운 같은 복합단지에서 느꼈던 우아하고 세련된 도쿄 시민의 일상을 잊을 수가 없어요. 미드타운의 넓은 공원과 트렌디한 상업시설에서 먹고 놀다 온 여행은 결국 남의 집 여행! 서울 부촌의 주상복합 공식을 깨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나누어 주었던 여유로운 일상! 2023년에 완공이 된다 하니 코로나가 종식되고 경제적 자유를 갖춘다면 한 번 살아보고 싶은 곳입니다.






URBAN VILLAGE PROJECT

사업 아이디어 솟구치는 모듈화된 빌리지

이케아 연구소 SPACE 10과 EFFEKT가 제안한 어반 빌리지 프로젝트는 거주자 관점보다 개발자의 관점에서 할 이야기가 많은 빌리지입니다.


Urban Village Project는 우리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미래의 집과 이웃과 도시를 설계하고 건설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특히 모듈화된 조립식 설계와 시공으로 저렴한 집을 만들 수 있는데요. 단일 모듈을 확장해서 여러 가지 타입의 주거를 만들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시설도 모듈처럼 다양하게 만들어 조합하여 빌리지 만들기를 가능하게 합니다. 커뮤니티 시설은 모든 연령대 불특정 다수를 위한 공유기반 시설을 만드는 것으로 탁아소, 도시 농업, 공동 식사, 피트니스, 공유 교통과 같은 공유 시설 및 서비스 다양한 혜택을 통해 더 나은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한다고 합니다.


표준화된 모듈식 건물 시스템은 사전 제작과 대량 생산이 가능하여 도심 한 복판이던 허허벌판 시골이던 상관없이 시공 가능합니다. 모듈식 건물 시스템을 사용하여 건물의 거의 모든 구성 요소와 재료를 분해하고 건물 수명 동안 쉽게 교체하고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건물 자체도 개조하거나 분해하여 용도를 변경할 수 있는데 이런 방식은 지구와 환경을 위해 더 좋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원할 때마다 집을 추가하고 개조할 수 있게 합니다.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조립식 시공으로 집과 커뮤니티 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하드웨어의 빌리지를 만드는 것을 말할 뿐입니다. 살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지역 문화가 소외된 빌리지 계획은 분명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사업 아이템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살기는 왠지 검증되지 않아 꺼려지는 빌리지!





괜찮아마을

다시 20대로 돌아가 살아보고 싶은 빌리지

전남 목포에 조성된 괜찮아마을 누리집 갈무리│행정안전부
괜찮아마을 홍보 동영상 갈무리


목포의 한 시인이 무상 제공한 건물에 수십 명의 청년들이 6주 동안 함께 밥을 지어먹으며 동네 어르신들과 친분을 쌓아갔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동네를 알아가다가 이들 가운데 일부 청년이 목포에 남기로 결심했다는 극적인 스토리가 이 마을의 시작이라고 해요. 2018년 전국 최초로 전남 목포에 생긴 마을로 한 번쯤 실패했더라도 다시 인생을 설계하고 싶은 수도권 청년들을 지역에 정착시키고, 이들이 인구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마을을 재생하는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사람을 먼저 키우고 이들이 마을의 콘텐츠를 만들며, 필요하다면 정부에서 하드웨어 지원을 해나가는 방식으로 목포의 ‘괜찮아마을’은 건물부터 짓는 게 아니라 재밌고 활력 넘치는 사람들이 도시재생의 자원임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40대가 되어 인생을 다시 설계하고 싶다고 하면 누군가 책임을 묻겠지만, 20대이기에 가능한 인생 설계를 함께 할 친구들을 만나고 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개인의 삶을 회복하고 쇠퇴한 도시를 살리는 너무 훌륭한 빌리지라고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도시의 유휴공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화려한 마을의 사진이 없어서 실체를 이해 못하는 빌리지! 이것이 마을은 하드웨어 만들기가 아님을 반면교사 삼게 하고 오히려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요함을 깨우쳐 줍니다.


마을에 집이 먼저냐 살 사람이 먼저냐 하는 질문을 한다면 저는 살 사람이 먼저라고 말할 것입니다. 자연발생적으로  촌락이 만들어졌다 함은 씨족을 중심으로 공동체가 정착하여 집을 만들고 살았다더라 하는 이야기 아닐까요? 지금도 달라진 게 없어요. 다만 혈연으로 뭉친 무리가 아니라 취향씨족이란 말처럼 공통의 관심사와 취향으로 엮인 무리들이 사는 곳 그곳이 빌리지!





미래의 노인이 될 우리가 알아야 할 빌리지




'Hogewyk' & 'Village Landais Alzheimer'

알츠하이머 마을 시리즈

네덜란드 호그벡마을 (출처 : https://www.dementiavillage.com)


호그벡 마을은 네덜란드의 평범한 마을과 다르지 않은 분위기를 갖춘 마을입니다. 축구장 3개 크기의 면적으로 23개의 가옥과 극장, 커피숍, 슈퍼마켓, 레스토랑, 공원, 미용실 같은 편의 시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치매 환자들은 이 곳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면 된다고 해요. 텃밭에서 채소를 키우고, 교회에서 예배를 볼 수도 있고, 다른 입주자와 공방에서 악기를 다루고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가격표가 없는 물건을 슈퍼마켓에서 사거나, 별도로 돈을 지불하지 않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릅니다. 보통 치매 환자 6~7명이 간병인 1~2명과 함께 한 집에서 살며 환자마다 다른 취향을 감안해 인테리어도 7가지 테마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 마을에서 치매 환자는 길을 잃을 염려도 없는데 마을 어딘가에 항상 집으로 길을 안내하는 스텝이 다정한 이웃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치매환자 152명 외에 의사 간호사 자원봉자사 250명이 함께 살며 하얀 가운 대신 일상복을 입고 슈퍼마켓 직원 미용사 공원관리인으로 치매 환자와 함께 생활합니다.


DVA (Dementia Village Associates)는 치매 유무에 관계없이 노인을 위한 맞춤형 생활환경을 만드는 협회입니다. 이 협회는 컨설팅에 참여한 호그벡 마을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에 치매 마을을 만들었고 조만간 캐나다에 최초의 치매 마을이 완공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Village Landais Alzheimer (출처:https://villagealzheimer.landes.fr)


세계 최초의 치매 마을 Hogewyk에서 영감을 얻은 치매 마을과 노인을 위한 마을이 나라마다 생겨나고 있습니다. 프랑스 남서부 렁드에 위치한  Village Landais Alzheimer 마을 또한 호그벡마을이 진화되어 생긴 프랑스의 첫 번째 알츠하이머 마을이라고 합니다. 환자인 부모님과 함께 식당에 갈 수 있고 모든 게 이전 일상의 연장선상이 된다고 합니다. 치매 환자에게도 이런 일상을 지킬 수 있는 건 아름다운 일이며 하루를 살아도 보다 인간적인 삶... 환자의 '삶의 질'을 존중되는 삶의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정신이 온전한 우리의 숙제가 아닐까요.


저의 기억 속에 지금까지도 생생한 젊은 어른은 어느새 요양원을 떠날 수 없는 어르신이 되어 인생의 마지막을 살고 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언젠가 저 또한 미래의 노인이 되겠지요. 생의  마지막에서 살게될 빌리지를 생각하면 천국행을 꿈꾸는 교회 언니도 믿음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천국은 확신하지만, 내 맘에 드는 아름다운 빌리지가 있을까 의심의 드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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