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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Mar 16. 2021

디자인 좋은 건물이 더 높은 가격에 팔릴까?

디자인으로 파는 부동산의 값어치


확실히 건축가가 변하고 있습니다. 발주처가 만든 시장에서 제한된 경쟁을 하며 클라이언트 의뢰나 공모 당선을 마냥 기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선제적으로 건축가의 창의적인 Business Plan을 제안하며 부동산 개발자를 겸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와 건축가가 공간을 직접 기획하고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며 오히려 디벨로퍼의 포지션으로 업역을 넓히는 것입니다. 기획자 디벨로퍼 건축가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다학제적 검토를 통해 사업성 있고, 예술적으로도 완성도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과 결이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디자인 잡지 3월호에서 실린 '디자인의 경제적 가치 증명하기'라는 칼럼입니다. MIT부동산 혁신 연구소 Real Estate Innovation Lab에서는 디자인의 가치 'Value of Design'이라는 제목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디자인이 발생시키는 경제적 가치를 연구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아래 적어 놓은 22개의 디자인 항목에 대한 부동산의 경제적 가치에 관한 것입니다. 연구 범위가 뉴욕시 맨해튼이고 분석된 건물은 1799년에서 2016년 사이에 지은 1536채의 건축물로 한정되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나라와 도시마다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뉴욕 맨해튼이란 특수성은 감안하고 보셔야 합니다. 더 나은 디자인을 경제적인 수치로 환산해 내는 과정과 노력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예술적 감성만이 충만한 건축가 작품이 어쩌다 값이 더 나가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유통되더라 하는 오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아래 22개의 항목을 볼 때 단순히 건축가 프리미엄을 운운하기보다는 개발자로 확장되고 있는 건축가의 업역을 생각하면서 디자인의 난이도에 따른 공사원가 대비 부동산의 효용과 경제적인 가치를 상상하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건물 매매가를 비교했을 때, 프리츠커상 등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한 건축가가 디자인한 건물, 곡면 형태의 건물, 지상 포디움이 있는 건물에 각각 23.1%, 15.9%, 14.6%의 프리미엄이 있었다. 또 채광량에 따라 5~6%의 임대료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Real Estate Innovation Lab  Value of Design

1. Iconicity: measures the recognizability of a built structure and its cultural impacts.

아이콘 성: 건축물의 인지도와 문화적 영향


2. Consistency and variations: measures how different a building is from its surroundings.

통일성과 변주: 건축물이 주변 환경에서 도드라지는 정도 측정


3. Literal greens: quantifies the percentage of vegetation and green surfaces.

녹지: 건축물의 입면과 평면상 건물이 차지하는 면적 대비 녹지 비율 측정


4. Non-90 degree angles: quantifies the non-orthogonal moments in a building.

비정형 건축: 건축 물의  형태가 직각으로 만나지 않는 정도 측정


5. Public-to-private ratio: measures the amount of public space within a building.

공공용지 비율 : 건물에서 공용공간이 차지하는 비율 측정


6. Spatial flexibility: measures how adaptive and transformable are the spaces

공간적 유연성: 계획된 용도 외에 공간을 다르게 사용할 수 있는 유연함의 정도 측정


7. Materiality: measures both interior and exterior use of materials

물질성: 외장재와 내장재 평가


8. Setbacks: a dummy variable which checks whether a building has a terrace-like form towards its upper portion

건축 후퇴선: 건축법에 요구되는 건축 후퇴선에 의한 연속적 테라스의 형태로 조형된 건축물



ⓒ Real Estate Innovation Lab  Value of Design


9. Size of the lobby: measures how grand is an entrance

로비 크기: 로비 규모의 웅장함 정도 측정


10. Interior design: a dummy variable which checks whether a reputable interior designer is onboard with the project

인테리어 디자인: 저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프로젝트에 참여했는지 여부


11. Podium extrusion: a dummy variable which checks whether a tower has a horizontal base

포디움: 건물에 포디움 유무 측정


12. Double or triple height spaces: measures the amount of “tall spaces” of a building

높은 층고: 한 건물 안에 일반적인 층고 높이보다 높은 층고 유무와 그 높이 측정


13. Number of interior walls: measures the openness of a space

실내 개방성: 내벽 수를 측정해 인테리어의 개방성 평가


14. Curvature: whether a building has a curve in plan, section or elevation

둥근 형태의 건물: 건물 입면과 평면에 곡선 사용 여부 측정


15. Adaptive reuse buildings: a dummy variable which checks whether a building has had a previous programmatic identity

재생 건물: 건물이 이전에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여부


16. Number of staircases (nonfire-stairs): measures the usage of staircases as an expression of design

계단 수(비상계단 제외): 디자인의 표현으로 사용된 계단이 있는지 여부



ⓒ Real Estate Innovation Lab  Value of Design


17. Diagonal vs. grid: measures whether urban form impacts the market value

대각선 대 그리드: 도시 구조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 평가


18. Daylight: quantifies the amount of daylight each space receives

채광량: 각 공간의 채광량 측정


19.Views: quantifies the contents of a view
조망권: 창밖으로 보이는 광경의 내용


20. Levels of customization: assess how similar a building is to itself (the degree to which customized parts are used)
맞춤화 정도: 한 건물을 위해 특수 제작한 맞춤형 부품의 사용 정도


21. Solid/void ratio: measures how articulated is a building by calculating surface to volume ratio
솔리브/보이드 비율: 건물 부피에 대한 연면적의 비율을 측정해 조형의 정도를 측정


22. Balconies: measures connection to the exterior
발코니: 건물 내외부의 연결 정도 평가









디자인이 부동산의 가격을 올린 것인지.... 값나가는 디자인이 공사원가에 타서 결국 부동산 가격이 더 나가는 것은 아닌지 헷갈리기도 해요. 대부분 항목의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는 일반적인 공사비보다 더 드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공사비에 얽매이지 않고 건축가의 실력으로 더 나은 설계를 통해 프리미엄을 붙일 수 있는 항목이 있습니다. 지혜로운 배치계획을 통해 채광량과 조망권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나머지 인자들은 체적을 늘려 자재가 더 들거나 구조적으로 까다롭거나 공법적으로 디테일이 추가되어 공사비가 증가하는 요인이 되니까요.


연구 결과는 22가지의 디자인 어휘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풍부하게 공간을 만들면서도 결국 이런 장치들이 디자인으로 파는 부동산의 가격을 올려 준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근거를 도출해 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를 통해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개발자의 역할이 건축가에게 더 더해질 텐데 경제적인 가치라는 정량적인 근거로 디자인의 당위성을 붙인다면? 클라이언트에게 정성적인 디자인을 설득해야 되는 건축가들의 불리한 위치가 좀 더 나아질 수도 있는 것일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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