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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Nov 29. 2021

디벨로퍼는 설계와 건축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Feat "부동산 디벨로퍼의 사고법"


"설계는 사업적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솔루션을 더해 디벨로퍼의 업역으로 가고 디벨로퍼들은 금융을 업고 자산운용의 역으로 가는 것 같지 않아?"


발주처가 되어서 돌아온, 한 때 같이 설계를 하던 직장동료와의 대화에 늘 빠지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꽤 여러 명의 동료는 설계업을 넘어 자산운용사의 개발팀이나 시행사(디벨로퍼)로 이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전 직장에 설계의뢰를 합니다. 같이 일 할 때는 몰랐는데 다른 위치와 관점에서 설계를 이야기할 때 가끔 낯설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건축과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임은 분명할 텐데 입장이 달라지니 생각의 온도 차이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 간극을 메우는 약간의 해법을 "부동산 디벨로퍼의 사고법"책 중에 디벨로퍼와 건축가 그리고 (디벨로퍼가 생각하는) 좋은 설계에 대해 쓴 챕터에서 발견합니다. 흥미롭게도 건축가를 디벨로퍼형 건축가와 전통적인 건축가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디벨로퍼형 건축가가 프로젝트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더 중점을 두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디벨로퍼 생태계를 다룬 책이라 한국의 현실과 같지는 않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이슈인 건축가가 공간을 직접 기획하고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며 오히려 디벨로퍼의 포지션으로 업역을 넓히는 것과는 결이 다릅니다. 미국의 디벨로퍼형 건축가는 단순히 디벨로퍼와 협업하는 건축가로 캐릭터가 분명해 보였습니다.


아래의 문장은 갑을관계를 뛰어넘는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도움이 될만한 글입니다. 물론 쉬쉬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때론 전통적 건축가의 입장(가끔 관료처럼?때론 공급자의 입장?)으로 일하기도 하니까 디벨로퍼의 관점에서 서술한 건축가와 설계에 관한 이야기에서 온도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건축가들이 설계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모든 건축가들이 예술가이며 만약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면 그들은 예술적인 설계를 할 것이다. 때때로 그들은 정렬과 표현에 있어 편집증적으로 꼼꼼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세심한 차이는 종종 전지전능한 신과 건축가들만이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작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 세계를 다루고 있으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침실이 제대로 갖춰져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벨로퍼는 그 경험을 활용하는 사람이어야 하며 건축가는 디벨로퍼를 돕고 디벨로퍼가 그 경험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돕는 사람이어야 한다. 디벨로퍼와 건축가는 일반적으로 충돌하지만 누가 되었든 그들의 최초의 아이디어는 최선이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 이 충돌과 밀고 당기기가 빚어낸 역학은 더 나은 상품을 만들어낸다. 가장 선호되는 사고방식은 아니지만 가끔 디벨로퍼는 건축가에게 자신이 이익을 만들어 내는 수표를 쥐고 있음을 상기시켜야 된다.

-버즈 러텐버그 (시카고의 부동산 디벨로퍼)

P.164



부동산 개발업에서 좋은 설계란 일정 비용에서 완성될 수 있는 상품을 생산하고, 가장 좋은 가격에 팔며, 구매 의사가 있는 구매자 시장이 존재하는 설계다. 건축가는 디벨로퍼가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좋은 디벨로퍼가 성공하기 위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명확하고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설계란 유기적이며 유동적이고 반복되는 과정이다. 그리고 가장 잘 훈련된 건축가도 종종 그 과정에서 콘셉트를 가지고 이리저리 갈팡질팡 하기도 한다.

P.166



건축은 ‘누가 여기에 살 것이며 어떤 시장이 있는가?’하는 물음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대신 디벨로퍼가 프로젝트를 위해 개념적인 모델을 설계할 유명한 건축가를 데려 왔을 때 ‘이 건물이 어떻게 주변 환경과 어울릴 것이며 지역 당국과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P.167





디벨로퍼는 설계와 건축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디벨로퍼)

"먼저 건축가는 내가 제시하는 경제적 모델을 풀여야만 해요. 이 모델은 시간과 돈을 쓰기 전에 우리가 설계를 진전시키는 데 근본적으로 작용하는 것이죠. 다음으로 좋은 건축가는 특별하고 매력적이며 시장가치가 있는 것을 제시하기 위해 시장에 있는 잡다한 제한들을 넘어야 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좋은 건축가는 초기 탐색 단계에서 특별히 자기 관리와 규율의 가치를 이해해야 해요. 건축가가 단지 각도를 조절하는 데만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는 안되며 대신에 초점을 맞추어 높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걸 알거든요"


(건축가의 역설)

"초기 단계에서 디벨로퍼는 설계에 쓸 수 있는 돈 중에서 가장 적은 돈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때가 건축가의 노력이 가장 가치 있을 때이죠. 우리가 하는 일 중에서 가장 높은 가치가 부여되는 일을 제일 처음에 해요. 그런데 그때는 일반적으로 디벨로퍼가 우리에게 돈을 지불할 수 없을 때죠”

"건축가는 프로젝트 초기에 급료를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고의 아이디어와 최고의 작업을 위해 일해야만 해요. 이건 우리에게 항상 좌절감을 주죠"

P.171~172





디벨로퍼형 건축가가 프로젝트에 접근하는 방법


"예를 들어 어떤 디벨로퍼가 이전 모든 프로젝트에서 성공해 왔으며 선호하는 특정 평면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게 좋아요. 협상이 불가능한 몇 가지 사안을 가지고 디벨로퍼와 충돌함으로써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

P.175


"건축이라는 것이 더 이상 개인의 사고 과정을 통해서만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건축은 도시 맥락, 역사, 근린, 디벨로퍼의 비전과 같이 이리저리 충돌하는 아주 많은 생각들의 집합체인 거죠. 저 혼자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할 수 없는 거예요” 건축가가 개발과 정에서 모든 것을 넓게 다 알고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건축가는 특정 영역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것뿐이고 대신 디벨로퍼가 넓은 영역을 포괄한다고 생각해요. 디벨로퍼는 설계뿐 아니라 자금, 토지, 법, 그밖에 여러 분야들을 다 이해해야 해요. 디벨로퍼는 합성 접착제와 같은 역학을 하고 디벨로퍼와 일하는 사람들은 디벨로퍼가 어디에서 돈을 만들어내는 지를 보기 시작하게 되죠."

P.176





 좋은 설계는 운영비용과 관련된다.


디벨로퍼는 소유할 의도가 없었던 건물의 운용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장기간 동안 건물을 소유할 의도가 있었던 사람에게는 그러한 비용들이 훨씬 중요하다. 사람들은 점점 더 이와 같은 비용에 대해 이해하기를 원했고 이러한 수요로 인해 부동산 업계는 장기간에 걸쳐 부동산에 대한 자금 마련, 건설, 소유, 운영, 유지의 총비용인 총소유비용 TCO (Total cost of ownership)을 강조하게 되었다. 공사 초기에는 더 많은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운영하기에 더 적은 비용이 드는 방식인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적용하 건물의 가치를 증가시켰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사고방식은 대부분의 디벨로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건축가들이 이런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큰 비전을 가진 디벨로퍼들만이 이 방식에 관심을 두었다.

P.198




좋은 건축가는
디벨로퍼가 비전을 실현할 수 있게 한다.


디벨로퍼를 위해서 일하는 건축가는 그렇지 않은 건축가와 다르게 디벨로퍼의 일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건축가는 빠르게 일해야 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좋은 설계에 대해 생각하면서도 경제적인 모델을 풀어야 한다. 예산이 맞아 들어가는 몇 안 되는 설계 옵션들을 파악하는 법을 알아야 하며 사용되는 예산 안에서 최대의 효과 혹은 보상을 끌어내야 한다.

P.199







우리에게 가장 큰 혜택을 주는 건축가들은 그들의 천재성을 드러내려고 하기보다는 우아하지만 전반적으로 독창적이지는 않은 상자들을 조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관대한 사람이다. 건축은 약간은 지루해지기 위해 그러한 자신감과 친절함이 필요하다.

-알랭 드 보통, 행복의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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