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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Jan 28. 2019

박원순 시장님   헤앙벙떼 쎄울 아닌가요?

 Réinventer Paris VS 리인벤터 서울

지난 연말 서울에 실험적 공공주택 8만 호를 짓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서울시 도심 유휴공간을 혁신하는 리인벤터 서울이라는 프로젝트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Réinventer Paris를 벤치마킹하고 리인벤터 서울이라 부른다. 개인적으로 2015년 현상설계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회사에서도 누가 알까 싶어 유사시설 프로젝트 사례로 자주 언급했었다. 2022년 이후 완공되면 꼭 방문해 보겠다며 구글 지도에 표시해 놓은 프로젝트가 공개적으로 소개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제는 미래의 입체도시 서울을 준비하기 위해 도시에 대한 혁신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며, ‘리인벤터 서울’이 그 첫 단추가 되기를 기대한다. 도심 유휴공간 활용사업은 도심 가용토지 부족과 평면적 도시개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역 간 단절을 극복하기 위한 필연적 과제이며, 미래도시 서울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이번 시범사업이 유휴공간 활용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향후 바람직한 입체도시의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
<김태형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장>



'도로 위의 집' 8만 호…박원순 아이디어 통할까 _ 한국경제  TV - YouTube

보도용 자료나 기사를 보면 맞는 설명이다. 그러나 너무 한국 현실에 맞게 재해석되어 보고 싶은 부분만 크게 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유휴공간의 입체적 활용이나 공공주택의 확충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알려지지 않은 더 중요한 사업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Réinventer Paris 헤앙벙떼 파리

: 혁신을 배양하는 도시생태계의 인큐베이터


우선 참고한 자료에 대해 언급을 하겠다. 아래 링크에는 23개 프로젝트의 위치와 대지 상황, 당선작 설명이 나와 있다. 영어도 지원된다.

http://www.reinventer.paris/2015-2016/fr/sites/

358개의 응모작 설명이 잘 나와 있다. 개중 훌륭한 낙선작도 볼 수 있다.

http://arsenal.napsy.com/

그리고 세계도시정보에 정희원 건축가님이 정말 잘 정리해 주셨다. 소제목 또한 가장 집약적으로 잘 표현하신 것 같아 그대로 썼다.

https://ubin.krihs.re.kr/ubin/wurban/world_city_instance_view.php?no=1621

당선작 설명에는 설계사무소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와 건축가의 인터뷰, 기사 등을 참고했다.






"도시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생태계에서 삶의 방식과 일하는 방식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순환경제로의 전환 및 디지털 혁명 등에 힘입어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지만, 도시민의 생활을 담는 건축물들은 이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완공되기도 전에 현실에 도태되고 마는 실정이다."
<장루이 미시타>



프로젝트 책임자인 장루이 미시타는 헤앙벙떼 파리가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언급했으며, 이 점을 염두한 나의 관전 포인트는 네 가지다.  공모전에서 요구되는 가치인 혁신, 실현 가능성, 친환경적 가치, 소외계층의 사회적 포용, 이 네 가지가 계획안에 얼마나 잘 녹아있는지와 최소한으로 주어진 프로그램을 어떻게 반영했고 준공시점의 건축을 어떻게 예상했는지 보는 것이다. 언론에 언급된 두 개의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 Pershing. Paris 17 : MILLE ARBRES

1000 ARBRES - YouTube


보도자료에 가장 크게 인용한 프로젝트로 23개의 프로젝트 중 규모도 두 번째로 크다. (실제로 23개의 부지 중 절반 가량은 1,000㎡ 미만의 필지로 소규모 프로젝트가 다수라 한다.) 파리 17구 외곽순환도로 옆 버스주차장과 정류장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이다. 공모전에 주어진 프로그램은 주거이고, 그중 임대주택을 최소 30%로 확보하되 도로 소음으로 보호된 곳에 배치해야 되는 정도로 제시되었다. 대지의 범위는 기존 버스주차장과 정류장 대지와 외곽순환도로 상부도 포함된다.

당선작 MILLE ARBRES는 천 개의 나무라는 뜻이다. 도심 속에 자연을 불러들인다는 단순한 콘셉트를 강력하고도 명쾌한 건축적 해법으로 녹여내면서, 대지의 남다른 스케일과 상징적 가치를 잘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상부는 입주자들의 개인 정원과 2~3개 층으로 이뤄진 주거시설과 입주자 전용 공용 부엌, 레스토랑 등이 있고, 숲과 집을 받치고 있는 쟁반처럼 생긴 부분은 호텔과 오피스로 구성되었다. 그 아래 2층에도  나무들이 울창한 개방된 정원이 있고 거리에 면한 1층은 레스토랑 등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다. 주거와 함께 상업시설 업무시설 보육시설과 여가시설도 있어서 직주근접과 한국식 원스톱 라이프가 가능한 곳이 아닌가 싶다.

또, 호텔이 들어서 소규모 MXD(Mixed Use Development: 복합용도 개발)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입지적 특성상 루브르와 개선문, 라데팡스를 잇는 파리의 역사적인 축과 인접해 있고, 외곽순환도로에서 접근이 용이한 것과 근처 컨벤션센터 등 파리를 찾는 비즈니스 투어리즘의 핫스폿이 교차하는 곳이라니 호텔의 제안도 합리적으로 보인다.

당선의 포인트 중 하나 낙선작과 비교하여 주거를 동으로 구분하지 않고 최상층에 숲과 어우러지는 파리시의 새로운 스카이 라인을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일본의 젊은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가 참여한 작품으로 이방인의 시선으로 그의 새로운 작품을 파리시에 만들었다.




# Ternes-Villiers. Paris 17 : LA VILLE MULTI-STRATE 

La ville Multi Strates, Réinventer Paris Place des Ternes Paris 17 - YouTube


이 프로젝트 또한 외곽순환도로 일부분을 덮어 인공대지를 조성하고 그 위에 건물을 제안하는 프로젝트이다. 사실 공개된 자료가 많지 않다. 당선된 자크 페리에라는 건축가 홈페이지에도 별 소개가 없다. 추측하건데 위에 소개한  Pershing  프로젝트에 자크 페리에라는 건축가가 응모했던 낙선한 작품과 (La ville plurielle et généreuse) 개념이 비슷해 보인다. (한 건축가가 여러 프로젝트에 비슷한 생각으로 응모할 수 있으니까 문제 될 것은 없다.) 공모전에 주어진 프로그램은 없었으나 당선작을 보면 크게 주거와 (임대주거 포함) 업무시설 두 동으로 구성되었고 거리에 면한 1층에는 상업시설과 교육공간을 두었다. 보존해야 되는 예배당을 중심으로 나뉜 주거동과 업무동은 도로 상부 인공대지 위에 여러 개의 동선으로 연결된다.

제목을 복층 도시라고 번역한 기사를 보고 웃었는데 다층 도시가 맞을 듯싶다. 접지층에는 Urban Layer라고 설정된 도시와 관계를 맺는, 대개 상업적 배경을 가진 시설과 대중에게 개방된 외부공간이 있다. 그 위에 또 정주하는 시설로 주거와 업무시설이 들어간다. 또 그 위에 친환경적인 옥상을 만들어 입주자들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만든다. 당선작에는 주거동 옥상에는 산책로와 온실이 업무동 옥상에는 식물을 경작하는 곳으로 구성하였다. 정주하는 시설을 어떤  Layer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옥상을 활용하는 Layer까지 여러 개의 레이어가 겹쳐 있다는 의미로 다층 도시라는 제목을 붙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여하튼 제목은 맘에 든다.


두 프로젝트는 17구 외곽순환고속도로 위 인공대지 위에 건설되며 거리상으로도 멀지 않다. 다리 같은 역할을 하는 건물은 도로로 단절된 파리시와 변두리 동네를 연결하는 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도로 위 유휴공간을 활용한 프로젝트 외에 358개 응모 작품에는 다양한 도시 유휴부지를 활용한 프로젝트들이 많다. 헤앙벙떼 파리 프로젝트는 어쩌면 좀 철 지난 프로젝트라 볼 수 있는데, 지하 유휴 공간을 활용하고 개선하는 Réinventer Paris II와 센강 주변 유휴 공간을 개선하는 Réinventer la Seine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건축 도시 프로젝트의 진행에서 공공의 역할이 큰 나라로 분류되어 왔지만, 헤앙벙떼 파리는 공공이 제시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민간업체들이 주도적으로 사업모델을 제안한 이례적인 사례로 공공은 최종적으로 사업자를 평가하고 선정하는 새로운 관민 파트너십의 형태를 실험하는 계기였다고 한다.  (민간업체는 주어진 프로그램도 없이 준공 시점을 예측해야 했고 도시 유휴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한 건물을 지어야 했다.) 한국의 민간개발사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에는 땅만 들고 와서 무엇을 채울지 함께 고민하는 개발 형태도 등장하면서 건축가의 기획 영역이 더 확장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록 수익성 부동산일지라도 기획을 통해 수익을 담보하고,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도출하는 역량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러나 프랑스처럼 건축가가 선두에서 주도적으로 개발의 모든 담론을 취합하는 창구가 되어 건축가, 조경전문가, 경관 전문가, 엔지니어 등의 기본 멤버 외에 사회학자, 지역주민, 미래의 사용자, 자본가, 투자자, 시공사, 운영사, 컨설팅사, 전문 연구원과 행정가를 포함한 팀으로 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의지도 중요하고, 사업주체의 자금 조달과 사업계획도 중요하지만 실제적인 건축가의 기획과 디자인이 우선시 되어야 리인벤터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질러 놓고 보니 꿈도 야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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