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니던 대기업 퇴사하고 MBA 과정에 입학하다
디스플레이 막내 연구원으로서 계속 된 실험과 개발, 생산 공정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었다. 과연 이게 내가 하고 싶었 던 일일까? 20대 중반의 나는 나이에 비해 많은 연봉을 받고, 좋은 회사에 있었지만 진짜 이게 나에게 맞는 길인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 있었다.
여느 주말과 같이 나는 출근해서 실험을 하고 있었고, 회사에서 부장님과 식사 중이었다. 식사 중 부장님의 자제분께 전화가 왔고, 부장님은 대수롭지 않게 바쁘다고 하시면 전화를 일찍 끊으셨다. 나와는 하루에도 수차레 전화통화와 미팅을 하시는 분이 가족과의 전화는 채 5분을 못 넘기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내 아들 보다도 너랑 대화를 더 많이 하네"
"네 부장님, 저도 부모님보다 부장님과 식사를 더 같이 하고 전화통화를 많이 합니다"
학부 졸업생으로 R&D 연구원이라는 직무는 크게 부담이 됬었던 것 같다. 그 때 부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멈춰버린 실험실이 아닌 난 살아 있는 그곳으로 가고 싶었다.
'서울에서 일하고 싶었다'
내 롤 모델인 친구 B군은 당시 여의도에서 종로로 이직을 했고 늘 그럿듯이 나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MBA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우연히 카이스트 MBA 입학 설명회에 참가했다. 내가 알고 있었던 MBA는 임원승진을 앞두고 계신 분들이나, 경력이 10년 넘으신 회사의 핵심인재 분들이 회사의 지원을 받아 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실제 입학설명회에서 들은 내용은 조금 달랐다. MBA 지원자들은 크게 경력 강화와 경력 전환의 목표를 두고 있는데, 경력 전환의 경우 많은 경력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에 2~5년의 짧은 경력자들을 더 선호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좋은 학부를 졸업하지도 못했고, 경영학을 배운적도 없으며, 공인영어성적도 없었다.
경험이라도 해 볼겸 부랴부랴 영어 점수를 만들고, 지원서를 작성해서 원서를 넣었다. 운 좋게 1차 서류 전형에 통과했고 2차 면접 후에 최종 합격 메일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입사 2년만에 연구원의 꿈을 접고, 대학원으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 후에 나는,
2014년 2월 LG Display 퇴사와 동시에 카이스트 Techno MBA 과정에 입학했고,
2015년 2월 독일 만하임(Mannheim)에서 대학원 교환학생 과정을 했고,
2016년 2월 MBA 졸업 후 나이키 코리아에 입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