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 엔지니어의 외국계 회사 적응기
입사 6개월 정도 되었을 때, 팀장이 나를 불러서 한 말이다.
사실이었다. 그래서 난 죄송하다고 했다. 그 때부터 였던 것 같다 주말 출근을 시작한게
첫 회사였던 LG는 인화원에서 첫 회사 생활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합숙하며 2~3주 정도 지내고, R&D 부서였던 나는 다시 후반기 교육을 4개월동안 구미에서 받았다. 입사는 1월초에 했지만 실제 부서로 가게 된건 여름이었던 것 같다. 팀에 배치를 받고 나서도 바로 윗 선배들을 따라 다니면 일을 배웠다. 그렇게 1~2 개월 정도OJT를 받고 실제로 내 업무를 받아서 시작한 건 입사 후 6개월이후 였던 것 같다.
당시 나는 나이키에 대리로 입사를 했다. 경력직이라고는 하지만, 그 흔한 업무 메뉴얼도 없었고 사수도 없었다. 입사 첫날 팀장과 30분 정도 내 업무에 대해서 설명 들은게 전부였다. 노트북 수령 부터, 권한 요청, 시스템 설치까지 전부 혼자 알아서 진행해야 했었다. 다행히 같은 팀 대리님께서 친절하게 도와주셔서 기본적인 세팅은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 때부터는 혼자 알아서 일을 배워나가야만 했다. 외국계라서 전담 사수가 붙을 거라고 예상은 안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각자도생 해야 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렇게 눈치만 보다가 한달 두달 흘러갔고, 맡은 일은 있지만 어떻게 하는지 왜 하는지에 대한 감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계속해서 실수를 하고, 자신감도 많이 잃어갔었다. 그렇게 6개월 쯤 되었을 때 팀장님이 나를 따로 불러 저런 피드백을 주셨다.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따라오는 속도가 느려요.'
억울한 부분도 있었지만 사실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그 때 당시 나는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난 팀장이, 또 다른 누군가가 나를 알려주고 이끌어주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 때부턴 진짜 이악물고 공부했던 것 같다. 일이 아니라 일을 위한 공부를 했었다. 데이터는 어떻게 구성이 되고, 이 데이터로 어떤 리포트들이 만들어지고 활용되는지. 부서 전체로 공유되는 메일들 하나하나 전부다 읽어봤다. 계속해서 읽고 데이터를 만지고, 다른 사람이 만든 리포팅을 분석하면서 공부를 했다.
그렇게 1년 정도를 야근하고 주말출근 했을 때 어느 날 갑자기 팀장님이 다시한번 나를 불러 피드백을 주셨다.
'처음에는 따라오는게 더뎠는데 어느 순간 업무 능력이 exponential 하게 늘었어요. 그래서 내가 처음에 기대했던 것 보다 지금은 더 많이 해주고 있어요'
나는 물리학을 전공하고 첫 회사생활을 R&D 연구원으로 시작했다. 기본 이론이 중요하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다 알기 전까지는 그 다음으로 넘어가질 않았다. 이러한 성향이 외국계에서 또 리테일에서는 남들보다 느린 러닝커브를 가질 수도 있지만, 이후에 이러한 경험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