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 엔지니어의 외국계 회사 적응기
LG Display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때, 수요일이나 목요일이 되면 연구원들끼리 모여 주말출근표를 짜곤 했다. 심지어 2교대, 아침출근 저녁출근까지 나눈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주말 이틀 중 하루는 출근하는 것이 당연했고, 동기와 일정을 조율해서 주말 근무를 정했다. 물론 추가수당이 있었고, 주말출근을 아예 하지 않는 사원들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2년을 일했다.
경력직으로 입사하면서 업무를 빨리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나이키에 입사해서도 주말에 종종 출근했다. 원래 하던 습관이 남아 있어서 인지, 아니면 첫 회사생활을 주말출근 하는 곳에서 경험해서 그런지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오히려 주말 저녁약속을 강남에서 잡으면 회사에서 바로 갈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주말에 회사 사무실은 항상 텅 비어 있었고 간혹 한두분정도 잠깐 들르시는 분이 계셨다. 그렇게 몇달, 주말출근을 하니 회사에 소문이 났다. '팀장이 일을 엄청 많이 줬다', '팀에 잘 못 어울린다' 등 이야기가 돌고 있었던 것 같다.
하루는 팀장님이 따로 불러서 왜 주말에 출근하냐고 혹시 내가 일을 많이 주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그냥 일을 익히고 공부하려고 출근했던 건데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 보다.
오히려 급한 일도 없는데 주말에 나와서 일을 공부하고 있는 내가 신기했나 보다. 물론 평일에도 셀프야근을 많이 했다. 일이 많아서도 아니었고, 내가 일을 못해서도 아니었다. 연구원 특성상 단순히 이메일을 쳐내고 답변하는 것이 일을 끝내는 게 아니라 숫자 하나하나,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다 알아야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것들을 다 파악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렸다.
그런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외국계에서 야근을 하거나 주말 출근을 하면 제 때 일을 처리하지 못해서 그런 것 처럼 보여 오히려 안 좋게 볼 수 있다고. 이 때 Tableau, R, Excel, Alteryx 등 Tool 공부를 많이 했었다. 지금이면 5분이면 짤 수 있는 코드를 그 때는 주말 내내 매달려서 겨우 한줄한줄 코드를 짰다. 라떼는 이라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이런 경험이 있기에 인턴이나 신입 분들이 왔을 때 내 경험을 공유 해 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