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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치율 Oct 24. 2021

팀끼리 밥을 같이 안 먹나요?

제조업 공장 구내식당에서 강남파이낸스센터 혼밥까지

자, 다들 식사하러 가시죠. 


LG Display에 있을 때는 항상 대부분의 팀원이 함께 식사를 했다. 팀장님께서 가자고 하시면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회사 내 식당으로 향했다. 팀 막내들은 먼저 배식을 받고 8~10명 팀원 모두가 앉을 만한 테이블을 찾는게 일이었다. 식사 후에는 매점에서 커피나 아이스크림을 사서,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팀원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주말에는 뭘 했는지, 요즘 근황은 어떤지.. 조금은 불편할 수 있지만 그것조차 관심이고 팀워크라고 생각했었다.


입사를 며칠 앞두고 이미 다니고 있는 직원분께 구내식당이 있는지 여쭤봤다. 


나: 나이키에 구내 식당이 있나요?

직원: 인원이 많지 않아서 구내식당은 없고 주로 밖에서 사 먹어요.

나: 그 많은 인원이 매일 식당가서 밥을 사 먹어요?


파주 LCD 단지 출신인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행히 첫날은 상무님과 점심식사가 예정 되어 있었다. 첫 출근 후, 같은 팀 팀원분께 2주만 밥을 같이 먹어달라고 부탁했고, 잠시 후 아웃룩을 통해 점심식사 일정이 예약 되었다. 아니 점심먹는데 아웃룩 일정 예약까지? 라고 생각했지만 매일 다른 사람과 다른 장소에서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기억을 위해서 아웃룩 일정 등록은 필수였다. 식사를 거르고 회사 지하에 헬스장에서 운동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간단한 음식을 사서 자리에서 드시는 분도 계셨다.


팀장님은 늘 드시는 멤버가 있었고, 유일한 다른 팀원은 인기가 많아서 여기저기 선약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점심을 거르기도 해보고, 운동도 해보고, 혼자서도 먹어봤지만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처음 1년은 반강제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식단 조절을 하면서 지낸 것 같다. 


이후에 팀이 개편 되면서 새로오신 팀장님과 면담중에 뭐가 제일 고민이냐고 물으시길래 밥 같이 먹을 사람이 없는게 제일 고민이라고 했다. 새로오신 팀장님은 씨익 웃으시면서 자기가 그건 책임지고 해결해 줄 수 있다며 걱정 말라고 하셨다. 


그 때 부터 일주일에 2~3번씩 나를 데리고 다니시면서 다른 팀분들과 점심약속을 잡아주셨다. 원래 있던 점심약속에 나를 추가한 것이 아니라, 나를 소개 시켜 주기 위해서 마케팅, SCM, 파이낸스등 한번도 만나본 적없는 그런 팀분들과 식사 자리를 주선해 주셨고, 거기서 나를 멋드러지게 소개해 주셨다. 한번은 서울에서 이천물류센터에까지 가서 그 쪽 분들과 식사한 적도 있었다.


지금이야 회사에 아는 사람도 많고, 운동을 좋아해서 오히려 혼자 닭가슴살 먹으면서 점심시간을 즐겼겠지만 당시에는 적응하기 힘든 문화 중 하나였다.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 해주지 않는다. 내가 먼저 친해지려고 다가가야 했던 것이다.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이 오히려 이 같은 점심식사 문화가 늘 같은 팀 사람들과 식사하는 것보다, 다른 팀, 부서분들과 식사하면서 네트워킹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힘든 위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네트워킹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조금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팀원, 팀장님 덕분에 슬기롭게 혼밥 문화에 적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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