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해 Jun 14. 2019

채플과 외투는 같은 말이다

프랑스




다음 중 '채플'과 뜻이 같은 단어는?

(1)외투 (2)십자가 (3)목도리 (4)기도


프랑스 중서부 루아르 강변 도시, 투르(Tours). 그곳에 있는 생 마르탱 성당 찾았다. 인기척을 내자  높이 쯤에  손바닥만 한 미닫이 창이 스르륵 열렸다. 바깥 동정확인한 늙수그레한 문지기가 쪽지를 내민다. 구라도  질문에 답을  문을 열어준다. 정 (1)번 외투.



생 마르탱 성당, 외투, 십자가


무슨 얘기? 교회나 예배당을 가리키는 단어 채플이 한겨울에 입는 외투와 같은 말이라니. 다들 고개를 갸우뚱한다. 글자만 보면 교회와 외투는 버마재비와 공중제비만큼 애먼 사이다. 전혀 관계가 없다는 뜻. 근데 같은 말이란다. 근거를 알려면 낱말의 족보를 거슬러 올라야 한다. 채플의 할아버지는 채펠레(chapelle). 채펠레는 라틴어 카펠라(capella)에서 비롯하였다. 카펠라가 바로 외투다. 두건이 달린 긴 외투. 어떻게 채플과 외투가 같은 말 뿌리를 가지게 되었을까. 속사정은 생 마르탱 성당의 문지기가 들려주었다.


두 단어는 투르의 3대 주교 성 마르티노 (St. Martinus)로부터 비롯하였다. 마르티노는 316년 헝가리 판노니아 (Pannonia)지방 사바리아(Sabaria)란 곳에서 태어났다. 로마 기마부대 장교였던 아버지를 따라 15살 때 파비아(Pavia) 에서 군인이 되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 시절 군인 마르티노는 북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에 걸친 갈리아(Gallia) 지방 아미앵(Amiens)에 주둔하였다.



생 마르탱 성당에 비치된 마르티노 이야기 책자. 스페인 화가 엘 그레꼬가 그린 '생 마르탱과 걸인'


때는 355년 유난히 추운  겨울 밤. 군인 마르티노는 아미앵 성문 앞을 말을 타고 지나다 벌거벗은 채 추위에 떨면서 구걸하는 거지를 만났다. 그가 가진 것은 입고 있던 외투와 허리에 찬 무기뿐. 마르티노는 자신이 걸친 외투를 벗어    자르듯  동 후 한쪽을 거지에게 건네주었다. 그날 밤 마르티노는 꿈속에서 반쪽짜리 외투를 입은 예수를 만났다. 예수는 사람들 앞에서 마르티노를 가리키며 "마르티노가 나에게 외투를 입혀 다" 라고 말하였다.


꿈에서 깬 마르티노는 그 길로 나서 세례를 받았다. 곧 푸아티에(Poitiers)의 주교 힐라리우스(St. Hilarius)를 찾아가 사제가 되었다. 360년 그는 프랑스 최초 수도원, 리귀제(Liguge) 세우고 이교도를 전도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마르티노를 주인공으로 한 수많은 기적이 이때 일어났다. 372년 마르티노는 투르의 주교되었다.



생 마르탱 성당 제단에 걸린 마르티노의 일생


마르티노는 병든 사람을 보살피러 투르 갔다가 사람들이 갑자기 주교직을 맡기 손사래를 치며 헛간에 숨어버렸다. 그런데 거위 울며 사람들을 헛간으로 안내하는 바람에 발각되 말다. 마르티노는 마지못해 주교품을 받아들였다. 그는 주교가 되어서도 투르 근처에 마르무티에 (Marmoutie) 수도원을 세우고 복음을 전했다. 병 고침과 기적이 계속되었다.


하루는 이교도 상으로 숭배  나무를 베는 것을 락하면서 대신 나무 밑에 마르티노가 서 있기를 요구하였다. 마르티노는 의연하게 나무가 쓰러지는 방향으로 가서 섰다. 이교도 도끼 내려치자 나무 스스로 몸통을 틀어 마르티노를 피해 쓰러졌다.


그가 여든한 살에 죽자 따르던 사람들이 석관 위에 작은 예배당을 지었다. 바로 투르 한복판에 있는 생 마르탱(Basilique Saint Martin de Tours) 성당이다.  



투르에 있는 또 다른 성당인 생 가르탱 성당


생 마르탱 성당 이름에 basilique라는 말 다. 바실리카(Basilica)란 로마 시대 집회 공간을 가리킨다. 가톨릭 성인의 유해 위에 지 성당을 이렇게 부른다. 순례자가 모여들고 자연스럽게 규모가 커다. 주로 성인의 이름을 따서 붙인다. 바티칸에 있는 베드로 대성당 (Basilica Sancti Petri)이 그렇다.


커테드럴(Cathedral)은 주교좌성당이다. 주교가 상주하며 제단 위에 주교가 앉는 의자가 있다.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 (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  그렇다.


다음 패리쉬(Parish). 보통 본당(本堂)이라고 부른다. 사제가 있으며 매주 미사를 여는 동네 성당을 말한다. 그리고 채플(chapel)이 있다. 우리말로 경당(經堂). 본당으로 구분지 않지만 기도와 미사 전례가 이루어지는 곳을 말한다.



왼쪽 생 가르탱 성당. 오른쪽 생 마르탱 성당.


마르티노의 외투는 마르무티에 수도원에 있는 프랑크 메로빙거 왕조 기도실에 보관되었다. 중세 때 이미 '성 마르티노 입던 기적의 외투'(Cappa Sancti Martini)라고 널리 알려졌다. 프랑스 왕들은 전에 나갈 때  르티노의 외투를 다.


싸움을 앞둔 날엔 반드시 외투를 갖춰 입고 승리를 기원하는 예배를 드다. 터에서 외투를 보관하는 임시 장소를 카펠라(capella)라고 불렀다. 이때부터 외투(capella)라는 말과 외투를 보관하는 장소(capella)라는  분하지 않고 다. 그 후 외투라는 의미는 점점 휘발되어 버리고 지금은 예배당(chapel)이란 뜻남았다.   



투르의 올드시티 광장. 체스를 두는 투르 젊은이.


마르티노가 죽은 후 황청은 그를 성인으로 추대하였다. 프랑 평생을 겸손과 사랑으로 살았던 성 마르티노를 수호성인으로 삼다. 스페인 화가 엘 그레코는 '생 마르탱과 걸인'라는 그림을 그렸다.  마르탱 성당에도 비슷한 걸개그림이 있다. 긴 설명이 끝났다. 어스름 창밖으로 푸드덕 저녁 까마귀가 날아올랐다.


생 마르탱 성당을 나다. 빗장을 걸던 문지기가 등 뒤에서   인사를 다. 죽비 같은 소리였다.


"당신의 외투는 어디 있나요?"









posted by chi



매거진의 이전글 아내를 훔친 모네의 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