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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02. 2024
워킹맘, 아무리 바빠도 사람사이 내 마음 챙기면서 살자
인간관계 관리
친구가 몇 명이나 되세요?
라고 대뜸 묻고 싶다.
사실 나에게는 친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생일이나 계절이 바뀌거나 친구 직업상 바쁠 시기 정도에 가끔 톡을 주고받는 정도다. 그러다가 어쩌다 한 번씩 밥 한 끼 먹거나 한다. 다소 공식적인 경조사, 학회정도에야 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 오랜 친구들 혹은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친해진 지인들과의 사적인 시간이 이렇게 어색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찾은 답은 지나치게 능률이나 효율에 높은 가치를 두고 살아온 탓이라는 것이다. 시간 날 때 친구들을 만나서 시시콜콜한 이야기 주고받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용기가 없었다. 어떤 이유가 있어야만 편안하게 만날 약속을 잡을 수 있는 성격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래서 두루두루 관계를 맺을 만큼 마음의 여유를 두지 않았고 그중에 몇몇 친구들만 친분을 쌓아왔다.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에너지 총량 자체가 적었던 것이다.
이런 좁은 관계에서는 그만큼 사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수 있고 그만큼 실망도 빨리 찾아오는 법이다. 그러다 보니 서운한 감정이나 가치관이 맞지 않은 점에 대한 실망감이 조금씩 그 친구를 멀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반대로 나의 실수나 이기적인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한다. 서로의 서운한 감정을 풀어 다시 우정을 쌓아나갈 만큼의 관계가 아니었거나 그럴 에너지조차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맞은 씁쓸한 결과다.
물론 그때도 '나 혼자 산다'라는 공식은 맞다. 이 말은 '다른 사람 안만나도 되어'라는 말이 아니라 '관계에 기대지 않도록 자신을 세우라'는 말이다. 혼자라도 열심히 살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다가올 수 있기도 하고 스스로 외롭지 않아야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동등하고 건강한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는 유유상종이다. 스스로 빛나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과 어울린다. 스스로 빛을 삼키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나 혼자 살더라도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있다면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 우리는 관계를 만들고 가꿀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인간관계가 가지는 긍정적인 힘을 알면서도 불편함이나 서먹함과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의 스트레스를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아 지레 포기할 때가 많은 것이다. 또 나의 시간과 공간이 어지러워서 다른 사람을 만날 여유가 없다거나 나의 마음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아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일 때도 있다.
인간관계 어떻게 할 것인가?
워킹맘인 나에게 친구, 인간관계라는 것은 무엇인가. 아이를 낳고 회사생활 하면서 집, 회사, 집, 회사를 반복하면서 결국 인간관계는 가족과 회사 동료와 거래처 사람들 정도다. SNS에서 대학동창, 대학원 지인들, 전 직장동료들의 일상과 성취를 만나보면서 근황 업데이트를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나에게 전해온 소식이 아닌 이상 '좋아요' 이상 관계를 위한 노력을 크게 하지 않게 된다.
중고등학교 동창 중 나의 연애사와 가족 대소사를 다 아는 친구 하나, 예전 회사 생활로 알게 된 지인에서 시작한 친구 넷, 워킹맘의 일상과 커리어에서 롤모델이 되는 선배, 나와 정반대 성향의 동생이 지금 나의 친구들의 거의 전부다.
여기에 올해 시작한 '책 읽어주는 엄마'봉사활동 엄마들과의 관계가 추가되었다. 어쩌면 만나는 빈도나 연락을 주고받는 정도를 따진다면 가장 많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아이와 같은 학교 아이를 둔 엄마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공감할만한 주제가 무궁무진하다. 사는 곳도 모두 같은 동네라서 심리적으로도 더 가깝다.
인간관계는 필요하다. 그리고 그 관계를 통해서 나를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미 안으로 굽은 팔을 가진 가족들은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한 다리 건너 친구, 지인들과의 관계에서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인간관계는 사적인 인간관계다. 두꺼운 가면을 쓰게 되는 직장에서의 관계는 나의 진솔한 모습을 감추기 마련이고 다른 사람들도 그러하기 때문에 나를 돌아보고 행복을 찾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
나는 이제 조금은 소극적이나마 나의 이기적인 성격이나 효율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인정하고 조금씩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를 초대하는 일에 웬만하면 시간을 내려고 노력한다.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일에 조금이나마 마음을 전하려고 방법을 궁리하기도 한다. 물론 아직은 소극적인 방식이지만 매달 친구 생일 축하 연락하기, 봉사모임 빠지지 않고 참석하기 등 목표도 실천 중이다.
그런데 누군가 만나고 오면 괜히 내가 자연스럽지 않은 행동을 하거나 필요 없는 이야기를 많이 한 것은 아닌가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그런 불편함이 사람사이의 관계를 지속하는데 어려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으로 상처를 받거나 불편함을 느꼈다면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계속해서 나빠질 수 있다.
결국 사람사이의 관계는 나의 마음 챙김에서 비롯된다.
나의 마음 챙김과 인간관계의 연관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내 속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주변에 만나는 사람들이 정해지는 것이고 둘째, 나의 감정이 사람사이의 관계를 유지시켜 줄 수 있는 끈이 된다. 마지막으로 사람 사이에서 얻은 즐거움과 행복을 통해 또다시 나의 마음을 가꿀 수 있게 된다. 결국 사람사이 관계를 열고 만드는 과정의 어려움을 버틸 수 있도록 하고 그 결과로 나의 마음이 더 단단해지고 멋있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마음을 챙기기 위해 사용하는 템플릿은 '감정노트'와 '커뮤니티 활동일지'가 있다.
1. 감정노트
감정노트는 흡사 일기와 같다. 감정은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서 만들어진다. 특정 상황을 인식하는 의식, 무의식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만들어지는 감정은 감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따라 신체적 변화를 만들어 내고 행동도 변화시킨다.
'오늘 왜 이런 신체적 반응과 행동을 해버린 걸까.' 하는 의문에 답을 찾기 위해 감정노트는 도움이 된다.
단지 이름처럼 하루하루의 감정이 중심이 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감정노트는 세 가지로 구성된다.
첫째는 그날의 감정을 일으킨 객관적인 상황에 대한 묘사다.
두 번째는 그때 느낀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세 번째는 이를 통해 생각한 것에 대한 서술이다.
오늘 날씨는 맑거나 흐리거나 때로는 비가 내리기도 한다. 나의 감정 역시 항상 흐리거나 비가 내리지만은 않는다. 나의 우울한 날의 감정이 왜 만들어졌고 어떤 행동을 하였는지의 기록은 다음에 그러한 상황에서 나의 감정을 바로보고 나의 행동을 다잡는 '내 사용 설명서'로서의 레퍼런스가 된다.
감정노트는 시중에 판매하는 것을 사용해도 되고 다이어리나 무지 노트에 담담히 써도 좋다. 일상에서 특별한 감정이 매일매일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감정을 기록한다는 것은 그날의 생생한 감각을 다시 떠올리는 거룩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참으로 다양한 감정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감정노트를 브런치의 글로 남긴 적이 있다. 아이의 손톱을 깎다가 울컥했던 때, 은사님에게 혼났던 기억, 대학원 동기들의 따돌림, 주차장에서의 갈등 등에 관한 것들이다. 나는 그 글을 쓰면서 오히려 막연하게 머릿속에 들어있던 감정이나 생각들을 더욱 선명하게 정리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의 생각이 활자가 되어 또렷하게 박히고 보니 그 주변을 어지럽히던 나의 변병이나 회피는 사라졌다.
https://brunch.co.kr/@chj0327/81
https://brunch.co.kr/@chj0327/67
감정노트뿐만 아니라 마음을 챙기는 데 감사노트도 유용하다. 하루 일상에서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는 것은 삶을 보람 있고 의미 있게 만들어 나가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나도 하루하루 아이와 옥신각신하고 때로는 남편에게 서운한 일이 있어도 사소하고 작은 고마움들이 있어 금세 마음을 풀 수 있었다.
나의 플래너, 책리뷰와 하루 일정의 반성과 생각 메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