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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Oct 06. 2024

워킹맘 새해 버킷리스트는 10월에 미리 써라

자기 계발에도 영점조절이 필요해

미안합니다. 편지를 짧게 쓸 시간이 없어서 길게 씁니다.


파스칼이 쓴 편지로 유명한 말이다.


만약 시간이 있었다면 편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오해의 소지 없이 정확하고 명료하게 정리해서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편지를 다듬을 시간이 없어서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글을 쓰게 되어 길어졌다는 뜻이다.


만약 잠시라도 시간을 들여서 편지를 쓴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더 잘 이해되고 기분도 살필 수 있도록 글을 다듬고 선명하게 고쳐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런 편지를 읽는 사람이 편지를 읽는 시간, 이해하는 시간, 응답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결국 편지를 보낸 사람의 시간까지도 다시 줄여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애매한 편지는 해석에 시간이 걸리고 오해를 풀고 대답을 준비한 다음 비슷한 형식으로 회신을 하게 마련이다.  


워킹맘도 시간이 없다. 그래서 시간을 조금 들이면 많은 시간을 줄일 수 있는데 그놈의 시간이 없는 것만 같아 서글프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으면 되겠는가. 이럴 때에는 조삼모사의 역발상을 이용하면 좋다.


내게 주어진 똑같은 시간이라도 내년의 계획을 미리 당겨 시작한다면 나의 시간을 짧게 쓰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셈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조금 일찍 시작했다고 지금의 일상의 시간이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당장 미래의 일은 지금의 일보다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허허실실, 조삼모사의 전략으로 내년이 오기 전 3달 전부터 새해 소망 작성과 실행 워밍업에 들어간다.





작심 삼 일러 그들에게는 문제가 없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 법이라고, 버킷리스트나 새해 소원도 지속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성취해 온 사람들에게나 예언서가 되는 법이다. 반면 매해 초 계획이 조삼모사가 되는 사람들의 새해계획은 sf소설일뿐이다. 그래도 계획도 습관이라 이런 계획이 익숙하지 않았을 뿐 그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다. 


계획이라는 것은 자기와 외부 환경을 이해하고 목적을 세운 다음 적정한 목표를 향해 구체적인 일정과 전략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구체적인 준비 없이 상황이나 관심사에 따라 즉흥적으로 적어두는 새해계획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떨어지기 쉽다. 내가 생각하는 버킷리스트는 일상을 벗어나는 비일상의 선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큰돈이 들거나 오랜 기간이 드는 일을 하고자 한다면 그 목적과 목표가 내가 되고자 하는 미래의 모습과 부합하는 것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이해가 필요하다. 또 그러하다면 그 실현을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것과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영점 조정의 시간을 거치게 되면 새해 계획, 나의 1년 버킷 리스트는 생기발랄해지고 내실을 갖추게 것이다. 당장 1년 계획을 세워두면 그다음은 정말 일사천리다. 분기, 한 달, 한주, 하루의 일정으로 쪼갤 수 있기 때문이다.


욕심 같아서는 조금 더 장기적인 미래를 그려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5년 정도 미래를 상상하고 그 이미지를 기반으로 내년 한 해의 목표를 정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 해를 불살라 성취가 그대로 허망하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발판 삼아 다음 해로 이어지는 무언가가 남겨지기 때문이다. 그때 가서 그 목표를 수정하든 뒤집든 하면 된다.


버킷리스트는 나의 인생계획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조금은 모험적이거나 허황되어 보일 수는 있지만 '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사람이 아닌가. 버킷리스트가 만들어지고 나면 나는 나의 인생프로젝트를 위한 '투 두 리스트'를 갖게 된다. 회사 업무의 투두 리스트와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야무지게 써보자. 그리고 그 버킷리스트는 나의 취향을 쌓아나가는 기록의 아카이브가 도움이 된다. '취향일기' 이 기록이 데이터베이스가 되어 왜 내가 그러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의 명분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워킹맘이 버킷리스트 쓰는 법


1. 장기적으로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이미지를 그려본다. 결과 이미지를 그려보는 것이다. 어떤 사람인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가 등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2. 미래에 되고 싶은 사람(나)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3. 그 일을 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습관, 자격, 물건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4. 워킹맘의 세 가지 시간, 8가지 구성 요소로 나누어 분배하고 추가해 본다. 


5. 각 하고 싶고, 갖고 싶고, 얻고 싶은 것들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고 1년 내에서 3개월, 1개월, 1주, 1일 단위로 쪼개어 생각해 본다.




예를 들면, 내가' 나 스스로를 증명하며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모습을 그렸다면, 내가 하는 일은 나를 수단으로 쓰지 않고 목적으로 하며 가족과의 화목한 삶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1)


그런 사람은 나의 생각과 경험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으며 그 관계를 적극적으로 만들고 다듬고 그 안에서 가치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2)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가진 경험들(문화를 바라보고 트렌드를 읽는 기술,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공감을 사는 방법에 관한 마케팅 지식,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작은 성과를 경험하도록 부추기는 힘)을 기반으로 목적으로 삶은 삶의 목표에 맞는 일관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통창구를 만드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소통에 따른 피드백으로 점진적으로 나의 프로젝트를 개선해 나갈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SNS 채널, 홈페이지, 오프라인 모임 등을 만들고 이것과 관련 있는 경험을 쌓는 것이다. 시간관리와 관련된 도구와 툴을 익히는 것도 포함된다. (3)


세 가지 시간, 8가지로 나누어 보자면 이렇게 넣어 볼 수 있다. (4)

- 건강과 자기 관리 : 사람들과 만남에서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갖춘다. 운동과 다이어트, 어울리는 스타일 찾기

- 사회적 활동과 인간관계 관리 : 나의 가치관과 취향을 적극적으로 찾는 시간을 가진다. 취미일기, 커뮤니티활동

- 개인성장 자기 계발 : 시간관리 관련 도구와 선행 프로젝트 레퍼런스를 찾아 분석한다. 아날로그/디지털 도구 리스트 찾고 익히기, 샘플 상품/템플릿 활용 리뷰하기, 시간관리 등에 관한 강의 강연 프로그램 참여하기

- 업무 커리어/ 시간 관리 : 업을 정의하고 관련 프로젝트의 우선순위 결정하고 평가하기,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지원 관계 등 발굴하기, 기존 강의/강연 활동 피드백의 경험을 적용하고 개선하기

- 가사 :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적용하기,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지표와 개선 과정 기록하기

- 가족관계 : 엄마, 아내로서 커리어를 존중받고 응원받기, 가족 사이의 감정을 이해하기, 행복한 시간을 만들고 가꾸기, 각자 개인적인 꿈과 실천을 공유하기

- 재정관리 : 돈의 액수뿐만 아니라 시간을 포함한 비용의 개념으로 바라보기, 적절한 분배를 통한 현재와 미래를 관리할 수 있는 시야 확보하기


 각 항목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분기, 달, 주일 등에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활동을 적어보는 것이다.


3달 정도는 해야 작은 성취를 하나 거둘 수 있다. 살을 빼도 3달은 해야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고 자격증 시험을 공부해도 시험 일정 확인과 기출문제나 시험 경향 정보를 얻고 맛보기 공부를 해보고 나서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막연하거나 너무 거창한 계획을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너무 자주 끼워 넣으면 망한다. 과식하면 체하듯 다른 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나의 역량을 봐 가면서 조절해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잘 모르는 일일 수록 일을 더 구체적으로 쪼개서 만만한 상태로 만들어야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나도 이번 10월 계획에서 1주일을 지나면서 커리어와 관련한 일에서 성공 체크가 유난히 적게 마킹되어 버렸다. 아무래도 완성된 어떤 성과물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그것을 위한 배경지식 습득이나 자료 수집과 벤치마킹과 같은 세부 업무를 뭉뚱그려서 그리된 것 같다.


다시 영점조절을 해야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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