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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Oct 09. 2024

워킹맘 커리어 고민 조급할수록 돌아가라

열정, 재능, 가치를 이해하고 공통분모를 찾아보자.

우연히 윤여정 배우가 나온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만 77세 곧 여든이 되는 중견 배우는 마른 몸매와 스타일리시한 패션감각, 당당하면서도 세련된 태도 덕에 젊은 사람들에게조차 트렌드 세터로 인정받는다. 영상의 내용은 그녀의 패션 아이템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른바 '인 마이 백'이라는 개인 소지품을 엿보는 코너였다. 샤넬이나 티파니, 까르띠에 등의 명품을 사용하면서 전혀 과하지 않게 자기 무드로 녹여내는 멋스러움을 한 번 더 감탄하게 되었다.


과연 명품이어서 그가 그렇게 멋져 보였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랑이 뭐길래>라는 드라마에서 그녀의 본캐와 전혀 상반된 연기를 할 때를 보면 알 수 있다. 가부장적인 집안의 주눅 든 엄마를 연기할 때 입었던 옷이 바로 샤넬이었기 때문이다. 그 드라마에서 샤넬은 럭셔리하고 다른 사람들의 동경을 받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보다는 오랜 시간 입어도 좋을 단정하고 무난하면서도 여성스런데 가사를 하기 불편함이 없는 이미지를 드러내는 아이템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이미지를 잘 알고 있고 그것을 프로페셔널하게 이용하고 있다.


여자나이 일흔일곱.


나중에 그 나이의 나는 사회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커리어에서 어떤 성취를 얻고 그 나이를 채워나가고 있을까.   




나는 대학에 들어와서 나의 취향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시작했다. 사주는 옷을 입고 차려준 밥을 먹는 시기가 지나고 스스로 용돈을 벌고 사고 싶은 것을 사면서 시행착오를 겪어보기도 하였다.


특히 동아리 활동이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 동아리는 시사영어동아리였는데 매일 수업이 끝나고 빌려둔 강의실에 모여서 영어 시사 토론을 했다. 매주 요일별로 발표자를 정하고 아티클이 정해지면 동아리 카페나 캠퍼스 곳곳에 대자보처럼 써 붙여 두었다. 회장은 사회를 보고 메인 칼럼의 발표를 하였다. 매일 두 사람이 앞에 나와서 아티클과 관련한 내용을 정리한 프린트물을 나눠주고 지문을 읽고 해석하고 시사적인 내용의 배경을 소개한 후 관련한 내용에 관한 토론을 진행하는 순서였다. 단순히 영어 실력을 위한 목적도 있을 수 있지만, 국제 사회적인 내용에 시야를 넓힌다는 측면에서 열심히 참여하는 선배들은 역시나 졸업하고 잘 나갔다.     


이 동아리에서 칼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데뷔칼럼을 준비하던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그 당시 깐깐하고 어려운 선배들 앞에서 칼럼을 한다는 것은 교수님한테 실시간 중간고사 시험 감독을 받는 것보다 부담스러운 일처럼 느껴졌다. 준비하면서 동아리방에 가지 않고 나름 다른 뉴스 기사도 찾아보고 영어 문장이나 단어의 뜻을 고쳐가며 자연스럽게 해석을 해보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발표하는 발음이나 톤, 예상 질문을 추려보기도 하고 프린트물도 보기 좋게 편집했다. 그 사이 내가 활동이 미비한 점에 대해 선배들이 나의 데뷔가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왔었던 듯하다. 동기들이 활동 기간이나 동기간 친밀도를 따졌을 때 진행해도 좋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줘서 다행히 그대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선배들에게 서운한 감정도 들었고 변호해 준 동기들에게는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다행히 데뷔는 잘 마무리가 되었고 이런 우여곡절 때문인지 나중에 나는 다른 동기의 데뷔나 후배들의 데뷔에서 좀 더 호라호락하지 않은 선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한 조직이나 단체에서 인정받는 것은 그 단체의 목적이나 주된 활동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 조직에서 조직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나를 지지해 주는 이들이 있음으로 인해 나의 활동이 동력을 찾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기들은 내가 준비하는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내가 진정성 있게 동아리 활동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졸업한 이후에도 그 동기들의 배려와 우정이 두고두고 고맙게 생각하게 되었다.


또 나의 전공과 다른 영역의 활동에서 나는 누군가 앞에서 어떤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한 준비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글을 유려하게 쓰는 것은 부족하지만 어떠한 내용에 대해 말로 전달하는 것은 조금 자신이 붙었던 듯하다.


공대를 나왔지만 학원강사를 하고 문화콘텐츠 박사가 되어 문화기획 회사를 창업하고 생뚱맞고 연결고리가 없는 산업 각각의 업체에서 마케팅을 하는 일을 하게 된 것도 아마 이러한 나의 경험에서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들을 찾아서가 아닌가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그리고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을 곰곰이 따져보자.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知之者는 不如好之者요, 好之者는 不如樂之者(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는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라는 뜻이다.


나는 이 말이 알기만 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 스스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고민했는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실천했는가에 따른 단계적인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그것을 찾아 모험과 탐색을 한다. 그래서 기존의 것들을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것들을 알아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지식을 쌓아나가는 것이다. '알기만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일단 이렇게 발을 들여놓고 보면 그것을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깨닫게 된다. 내가 이것을 배우고 알게 되는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고 더 많이 알고자 하는 욕심이 드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보다 좋아하는 것을 공부할 때는 좀 더 오랜 시간 더 좋은 성과를 거두게 마련이다.


그런데 좋아한다고 모두 잘하지는 못한다. 어떤 것이든 능력치가 한계에 다다르면 그 이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잘하는 것은 어쩌면 태생적으로나 환경에 적응한 감각적은 것으로 유리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즐기는 사람들은 '그냥'의 힘으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이다.


노력은 기본이고 좋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숙명 같은 것으로 받아 들니 어떤 경우에라도 그 일을 해내고 마는 그런 사람들이 '즐기는 사람'이다. 분명 잘하고 싶고 재미있을 때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때에도 '그냥' 그 일을 자동적으로 하게 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즐기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우선은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어떤 것에는 그저 '아는 사람'으로 끝날 수 있지만 또 다른 것에는 '아는 사람'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의 경험을 만들어 두어야 결국에 '즐기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처음부터 '즐기는 사람'이 되려고 하면 안 된다. 왜냐면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즐기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간략하게 다음과 같은 단계를 밟으면 될 것이다.


첫째,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둘째, 그중에서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찾기 위한 방법에 대해 오랜 기간 고민해 온 야기 짐페이의 <세상에서 가장 쉬운 하고 싶은 일 찾는 법>에서 다음과 같은 방법이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보기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찾을 수 있다.

-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책장에는 어떤 장르의 책이 있는가.

- 내가 이것을 하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여긴 장르나 물건 혹은 분야가 무엇인가.

- 감사인사를 하고 싶은 직업이 무엇인가.

- 역설적으로 세상에 대한 분노를 느낀 일이 무엇인가.


내가 잘하는 것을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것을 돌이켜 보면 된다.

- 내가 가장 충실했던 경험이나 반대로 짜증 났던 상황은 언제 인가; 내가 잘하기 때문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이 그 수준이 아니라서 답답하고 짜증이 났기 때문

- 당장 일을 그만두더라도 더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 지금까지 성과를 냈던 일이 무엇이었는가

- 나를 잘 아는 이들이 말하는 나의 장점은 무엇인가

- 잘하는 것은 버릇 같은 것으로 내가 언제나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자주 하는 것은 무엇인가

- 나의 단점에 대해서는 '오히려'를 붙여보기 ; 어떠한 단점에 대해 '오히려' 이러이러해서 좋아.라고 장점을 찾을 수 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중에 무엇을 선택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대개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잘하는 것을 택하라고 한다. 그런데 오래 하려면 잘하는 것 중에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이해했다면 그중에 나의 성향, 가치관과 맞는 것을 택해야 한다. 일은 삶의 일부이고 삶의 목적과 궤를 함께 해야 비로소 오랜 기간 보람을 찾으며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


나의 가치관은 다음과 같은 형용사들로부터 찾을 수 있다.

- 자녀에게 조언을 해줄 때 가장 권하고 싶은 행동이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행동이 무엇인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이상향과 가치에 맞는 것이 필요하다. 정직하고 성실이라는 가치관이 크다면 리스크가 큰 일보다는 안정적이면서 기복이 크지 않는 일이 맞을 수 있다. 반대로 새로움과 시행착오에서 발전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면 발전 가능성과 긍정적인 파급력을 만들어 내는 일과 같은 것이 좋을 수 있다.


즉, 내가 꾸준히 행복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서는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가치관에 맞는 것의 교집합을 찾으면 된다. 만약 지금 당장의 나로부터 이런 교집합이 찾아지지 않는다면 나의 가치관을 나침반 삼아 그 방향에서 나의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중에 내게 맞고 잘하는 것을 접목하면서 능력치를 오려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니 나의 커리어가 지금 조금 꼬여있다고 해도 속상해하지 말자. 어차피 100살까지 살 것이라면 이왕 사는 거 좀 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면 좋지 않은가. 주눅 들어 기한번 못 펴는 아낙네를 연기하더라도 샤넬을 입어주는 자존감 짱짱한 여배우처럼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 안에서 스스로의 가치관을 반짝일 수 있는 일을 찾아 집중하고 확신을 가지면 된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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