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효진 Oct 16. 2024

워킹맘 집안일 티나게 잘하는 방법 만들기

가사루틴 설정표 만들고 가족 모두 실천하기

청소, 빨래, 식사준비와 설거지, 정리정돈 등의 가사는 워킹맘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물리적으로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바로 집안일이다. 이 집안일에 매몰되어 버리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잃기 쉽다.


나는 통근시간이 2시간인 곳에 다닌 적이 있다. 아침 7시에 모든 식구가 집을 나서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내가 가장 늦어서 저녁 8시가 되어서야 겨우 가족이 모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녁을 차려 먹으면 9시가 훌쩍 넘기 일쑤고 그 이후 설거지나 빨래 돌기고 간단한 청소를 하고나면 벌써 잘 시간이 되었다. 중간중간 쓰레기도 분리수거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려야 하는데 그마저 정해진 날짜를 지나버리면 쓰레기가 쌓이기도 하였다.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나 주말 등을 활용해서 부족한 가사를 해치우거나 하면서 겨우 집을 정돈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기 싫은 집안일 남편과 미루다가 마음 상한 적도 있고, 흐린눈으로 어지럽힌 옷장 냉장고를 못본체 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었다. 그런데 마음을 다잡고 하나 둘 건들이기 시작해보니 집안일도 마치 회사처럼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면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기 싫은 일이지만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족과의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고 싶다면 집안일을 최소한의 수준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관리하면 좋다. 이 때, 가사는 누구 한사람의 몫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일이라는 사실을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가족 누군가가 한 일을 두고 부족한 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칭찬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지적을 하는 순간 모든 일은 다 나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가사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의 분류와 방법, 주기를 정하고 담당자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1. 가사의 분류


가사는 크게 '의', '식', '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입는 것과 관계있는 가사를 먼저 생각해보자. 옷 외에도 가방, 모자, 장갑 등의 잡화류를 포함하고 소지품까지도 확장할 수 있다. 의와 관련한 가사는 주로 빨래, 건조, 수납과 관리 등으로 볼 수 있다. 빨래는 주로 세탁기를 사용하고 요즘에는 건조기를 사용하는 집이 많아져서 시간과 노력을 많이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더군다나 스타일러 등의 가전은 이들 의류를 좀 더 섬세하게 관리하고 보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와 관련해서 설정해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 세탁 분류와 주기 정하기

- 세탁 세제와 섬유 유연제 구매

- 건조 후 빨래 접는 방식 및 수납 위치 설정

- 세탁 및 건조와 수납의 동선

- 더이상 입지 않는 옷의 처리와 계절별 옷, 침구 정리


둘째, 먹는 것에 해당하는 가사를 생각해보자. 장보기, 식사 준비와 설거지, 냉장고 정리, 음식물 쓰레기 처리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장보기가 잘 되어 있지 않으면 식사준비할 맛이 나지 않고 그렇게 되면 배달이나 외식, 음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된다. 건강에 좋지 않은 식습관이 될 수 있고 식비도 많이 오른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식과 관련한 가사는 다음과 같다.


- 집밥 원칙 세우기

- 식단 정하기, 장보기

- 식사준비

- 설거지 뒷정리

- 냉장고, 팬트리 창고 관리


셋째, 쉬고 자고 때로는 일하는 집을 관리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거실, 침실, 아이방, 서재, 화장실 등 사용 목적에 맞는 공간의 바닥과 창 그리고 가구의 청소, 가구 배치와 수납, 냉방 난방, 전기 수도 가스 등의 문제 해결 등이 해당한다.

 

- 바닥 먼지 청소

- 물건 정리 및 쓰레기 버리기

- 창틀, 화장실 청소

- 생활 패턴에 따른 가구, 수납 배치

- 에어컨, 청정기, 정수기 필터 교체 및 청소



넷째, 가족과 집에 관한 물건을 관리하는 것이다. 정원이 있다면 잔디관리나 화단관리가 추가된다. 자동차의 세차나 집주변 환경 보수와 청소도 생각해볼 수 있다.


- 세차방식과 주기

- 집주변 관리



2. 가사 주기 설정


위에서 나열한 분류된 일들 중 매일, 매주, 매달, 분기별로 하게 되는 주기를 정한다. 예를 들면 집밥은 아침 저녁 주 5회 이상 집밥을 하게 되면 그만큼 설거지를 하게 되고 주 2회 장을 보고 매주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야 한다. 청소역시 매일 쓸고 이틀에 한번 닦고 창틀과 화장실은 여름에는 1주, 겨울에는 2주에 한번 씩 하기로 하는 식이다. 옷장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버릴 옷을 정리하고 손이 잘 가는 곳에 계절에 맞는 옷을 배치하는 등의 변화를 준다.


주기는 가족 구성원의 수, 집의 크기와 집기의 양 뿐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각자 가사 중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먹고 자는 환경은 매일 정돈하는 것이 맞고 그 외의 것을 날을 잡아서 한번 정리해두면 그 동안 해온 것들과 했으면 하는 것들, 해야 하지만 막연하게 미루었던 것들이 떠오르게 된다. 일단 적고 눈으로 확인하게 되면 언젠가는 반드시 하게 되고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3. 담당자 정하기


우리집에서 매일 매주 해야 할 일의 목록이 정해졌다면 적절하게 가족 중 누가 할 것인지 분배하는 것이 남았다. 그런데 그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가족이 다함께 집안을 꾸려 나가야한다는 공감이다. 일을 나눈다는 것은 자칫 내일 네일로 삭막하게 일을 나누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일을 나누고는 내일이 아니면 거들떠도 보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또 누군가가 돈을 벌고 벌고를 따라 집안일을 나눌 것이 아니다. 가사를 나누는 것은 가족이 나누어 동시에 쉽고 효율적으로 하며 더 잘하는 사람이 주축이 되어 집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담당은 시간여유나 체력안배, 잘하는 가사가 무엇인지에 따라 나누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많이 벌어오는데 집안일까지 하느냐는 말보다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야근이 많은 관계로 집에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을 배려한다는 말로 바꾸어 본다면 같은 결과라도 느낌이 다르다. 게다가 당연한 것이 '안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해야 한다고 여기나 없어서 최소한만 하는 것'이 되는 것이 이해를 얻기 쉽다.


그리고 여기에서 끝날 수 없다. 시간이 없고 체력이 부족해서 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가 그 일을 해야 한다는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해줄 사람이 없다면? 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먼저 일거리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물건을 없애고 비우는 것이다. 나눔이나 당근이나 버리고 비우면 그만큼 정리할 것이 줄어든다. 쉽게 어지럽혀지지도 않고 먼지를 닦거나 바닦을 쓰는데도 간편하다. 로봇청소기도 걸릴것 없이 순조롭게 청소한다.


가사도 템빨인 경우가 많으니 일을 쉽게 해줄 수 있는 도구나 가전을 알아볼 수 있다. 로봇청소기는 매일 구석구석 한톨 먼지도 집요하게 잡아가며 방 전체를 매핑하여 몇시간을 두고 청소를 한다. 출근할 때 설정하고 돌아오면 정리가 필요한 곳만 정리하면 되는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건조기는 세탁시 빨래를 너는 번거로움이나 긴 건조시간으로 빨래를 망설이던 것을 단숨에 해소해준다. 식기세척기는 설거지 후 뒷정리까지 번거로운 일을 설거지를 대강 하고 뒷정리만 하도록 시간을 반으로 단축해준다는 점에서 환영받는 아이템이다.  비싼 가전을 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화장실 청소는 대개 바닥 때가 생기는 것을 없애기 위한 경우가 많으므로 샤워 바닥을 스퀴지로 한번씩 물기를 밀어내 주면 습기 차기 쉬운 화장실을 빨리 건조할 있다.


그 다음은 외주 서비스를 생각해볼 수 있다. 주기적으로 집으로 와서 청소나 음식장만 등을 돕는 인적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또는 세탁, 식단, 쓰레기의 처리를 주기적으로 해주는 서비스를 활용해볼 수도 있다.


가끔 쓰레기집처럼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아니라도 물건이 많아 정리가 되지 않아 청소를 해도 집안이 어수선한 집이 있다. 때 지난 물건들에 얽힌 추억으로 모두 떠앉고 있느라고 그것들에 치여 사람이 있을 장소가 없어진 것이다. 매일 장을 보기는 하지만 먹을 것이 없어서 배달을 하고 냉장고에는 상한 식재료들이 넘쳐나는 상황을 맞기도 한다. 혹은 청소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청소 요령을 몰라서 노력대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집도 있을 수 있다.


제대로 바라보고 관심을 기울이면 그만큼 집은 반짝반짝 윤이 나고 그만큼 가족도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일의 목록을 만들고 그것을 누가 하는 지 정하는 것은 일거리가 늘어나는 것이라기 보다는 일을 나누어 줄이는 것이라 생각해보자. 아이는 밥상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고 다 먹은 밥상을 닦는 것으로 집밥에 기여하고 남편은 화장실이 집에서 가장 깨끗한 곳으로 변신시키는 능력을 발휘한다. 나는 30분이면 냉장고에 있는 것들로만 밥부터 국, 반찬 서너가지를 만들어 푸짐하게 집밥을 차려낼 수 있다. 각자의 역할이 주어지면 그 속에서 나름의 마법을 연마하게 되는 지도 모를 일이다.


혹시 목록을 정하고 담당을 정하고 나름 해보았으나 안될 경우 포기하지 말고 적어도 세달은 해보기로 하자. 그래도 안되는 것들은 조금 유연하게 청소 주기를 넓혀주고 기대치도 조금 내려놓아서 최소한의 모습을 유지하는 데에 의미를 두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휴일, 연휴, 어쩌면 청소 신이 강림한 새벽 어느날 갑자기 밀린 청소를 말끔히 해 두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나의 매일 밤 12시 바닥 걸레질의 기억을 떠올리면 없는 일은 아니다.


청소와 정리 정돈은 단순히 나의 편의를 위해 집을 가꾸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집을 깨끗하고 정돈하는 것 자체가 곧 나의 삶을 정리하고 나를 정결하게 만드는 일인 것이다. 집안이 깨끗하고 비싼가구 하나 없어도 잘 정돈된 집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이나 말씨조차도 여유있고 기품이 느껴진다. 나와 남편이, 아이가 머무는 우리의 집 역시 깨끗하고 온기가 가득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누구나에게 온화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느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계속 -




이전 21화 워킹맘 스트라이크 치려면 핀 말고 중간 화살표를 노려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