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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Oct 20. 2024

워킹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하루 얼마일까?

사랑하는 가족의 눈을 들여다보는 시간

아이가 사춘기가 되기 전까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는 한 몸으로 나들이를 계획하게 된다. 가끔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하면 내가 자유시간을 가지고 반대로 남편이 피곤한 한 주를 보낸 주말이면 내가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하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특별 외출일 때뿐이다.


우리가 아이와의 시간을 좀 더 신경 쓰게 된 계기가 있다. 불현듯 우리가 '우리'로 함께 하는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사춘기 아이는 자기 방 안에 갇힌 것처럼 나오지 않게 될 것이고 대학생이 되거나 사회로 나가게 되고 나면 더욱더 엄마 아빠와의 시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자기 나름의 시간이 필요하고 자기 나름의 사회생활이 시작될 것이다. 엄마 아빠와 함께 여행을 가고 주말 여가 시간을 당연히 함께 보내야 하는 것은 아마 점차 잊힐 것이다.


물론 사춘기 때나 대학생, 성인이 되어서 살갑게 서로서로 애틋한 시간을 잘 만들어 가지는 가정도 많이 있다. 그런 가정은 복불복으로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 과연 어떤 유년 시절을 보냈을까 들여다보면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많고 그만큼 서로에게 쌓인 추억과 애정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친밀감이 깊어진 것이라 생각을 하게 된다.  


가족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히 마음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또 워킹맘이 회사에서 피로한 하루를 보내고 경제적으로 가계를 꾸리는 것만으로도 지칠 때가 많다. 그러나 왜 워킹맘을 하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좋겠다. 어떻게 집안에 온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을까?


가족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것들은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남편과 나는 연애를 하면서 서로의 가치관을 알아가고 그 과정에서 맞지 않은 부분에 대해 맞춰 보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서로 존중해 왔다.


아이 역시 부모가 가진 가치관이나 생활 습관 도덕적 기준 안에서 양육될 것이다. 가끔 아이가 교우관계나 학교 생활 관련 상담에서 두드러지는 부분들을 돌이켜보면 엄마와 아빠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되는 부분들도 많다. 아이의 언어습관이나 행동양식이 부모의 것을 보고 닮는다. 매일 보고 듣는 것이 부모였기 때문이다. 아이의 기질 자체는 나와는 달랐지만 나도 모르게 쓰는 비언어적 소통방식이나 행동방식을 따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스스로를 더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가 조금 커 나갈수록 아이에게 잔소리가 늘어난다. 밥상머리 교육, 친구와 놀 때 갈등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공부 습관, 정리정돈과 씻기, 어른과의 대화 예절, 전화 예절, 용돈을 경제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등에 관한 것등 다양하다.  스스로 경험하생각하도록 하고 좋은 팁을 알려주고 때로는 잘못하는 부분을 바로잡아주고자 하였다.


그렇게 하다 보니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지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또 엄마 스스로도 본보기가 되지 못한다면 말뿐인 훈계라서 아이가 받아들이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를 키우려면 스스로에게 잔소리를 한다고 돌이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 스스로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되고 아이의 생활 습관을 돌이켜보게 되면서 남편과 상의하는 일이 늘었다. 남편도 따뜻한 마음과 달리 행동이나 말이 조금은 냉소적인 편이었는데 그 부분을 바꾸려고 노력하기로 하였다. 나 역시 다소 계획적이고 통제적인 성향을 조금 누그려 뜨리고 아이에게 신뢰와 인정을 느낄 수 있게 눈 맞춤을 많이 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 모두 함께하는 계획표 만들고 실천하기



우리 가족은 매일 아이와 함께 무언가를 하는 시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아이에게 핸드폰을 보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그러면 무엇을 하면 좋겠는지에 대한 방안을 만들어주지 않아서 결국에는 아이는 엄마 아빠에게 놀아달라고 떼쓰는 상황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미리 할 것을 정해두고 그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된다. 그 시간이 길 필요는 없다. 아이와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믿음이 하루하루 쌓인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만의 규칙을 만들고 실천하기로 하였다.


1. 매일 가족의 아침밥을 차려주기, 가족이 집을 나설 때 배웅해 주기

남편이 새벽 출근할 때 아침도 안 먹고 혼자 출근했다. 아이가 어리고 밤샘 수유 등 생활 리듬이 깨졌던 것이 한동안 그런 일상이 이어진 것이다. 유독 지쳐 보이는 남편이 안쓰러워서 아침 일찍 일어나 뜨끈한 국 끓여 아침밥을 먹여서 배웅했더니 다음에 와서 그날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는 말을 했다. 신혼 초 남편 아침밥 차리기로 마음먹었던 초심을 떠올리며 밥을 챙겨주기로 하고 배웅도 최대한 온화하고 사랑스럽게 인사하며 보내주었다. 아이도 처음에는 억지로 깨워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더라도 시키고는 하니 이제는 벌떡 일어나서 아빠와 모닝 뽀뽀와 함께 배웅을 한다. 이제는 누군가 집을 나설 때 남아있는 가족은 모두 나와 배웅 인사를 하고 돌아오면 잘 다녀왔는지 인사를 건넨다.

 



2. 가족의 일상을 서로 공유하고 특별한 하루를 만든다.


아이의 시간표를 만들고 아이에게 잔소리할 거리를 줄인다. 학교 가는 평일과 주말을 따로 시간표를 짜고 아이가 직접 학원, 숙제, 씻기 등을 하는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을 지켜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렇게 하면 아이에게 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고 하기 싫은 것을 하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주간 계획표에 우리 가족 식단 계획, 가족의 주요 일정, 각 가족 구성원의 일정을 냉장고에 붙여둔다. 각자의 중요한 일을 챙기기도 하고 그에 맞춰 가족 시간을 조정하기도 한다. 아이의 학교 받아쓰기 100점, 독서노트 20권 달성, 태권도 승급 등의 소소한 성취를 축하하는 외식도 계획한다. 아이가 공들인 시화전 공모에서 낙선한 날은 엄마아빠표 상장을 만들고 수여식을 하기도 하였다. 엄마표 공부는 학원수강증을 만들어 매일 공부후에 도장을 찍어준다. 엄마는 원장, 아빠는 회장님이라 한달 20번 공부하면 만원의 보너스 용돈을 주기로 했다.




매주 목요일 아빠와 그리는 그림은 일주일동안 벽에 붙여두고 다음에는 파일링해둔다. 아래 그림은 최근 읽었던 <소년, 지구별을 보다>를 읽고 전쟁후 하늘에 뜬 무지개를 그린것이라 한다.  



3. 아이와 매일 함께 '무언가'를 함께하는 시간을 무조건 갖는다.


우리는 평일에는 매일 30분, 주말에는 1시간 이상 미디어를 끄고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매일 저녁 저녁을 먹고 난 후, 엄마가 식사 뒷정리를 하는 30분 간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을 내기로 하였다. 막상 놀기로 하고는 매일 '뭐 하고 시간을 보내지?' 하면서 처음에는 이런저런 시간 때우기인 날도 많았지만 이제는 나름대로 노하우가 쌓여서 그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몰입하며 시간을 보낸다. 아이와 함께 요일별 시간표를 짰다. 보드게임, 글씨연습, 독서, 그림 그리기, 실뜨기 배드민턴, 라이딩 등 요즘 관심사를 적용하여 구성하였다.




캠핑장 글램핑, 전시회 관람, 카페에서 독서 놀이 등 아이의 생각과 시야가 넓어질 수 있는 경험을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대규모 상업시설, 문화콘텐츠 관람, 문화유적 탐방 등 엄마아빠표 문화체험을 기획하고 가까운 곳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





4. 경제습관, 정리습관 등 루틴 하게 지켜야 하는 것들 명확하게 하기


기본적으로 우리 가정이 유지되기 위한 가사와 경제에 관해 명확하게 알고 문제를 개선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저축, 투자, 주택대출 등에 관한 중장기 계획에 따라 소득 수준과 소비 습관을 좀 더 들여다보아야 한다.


먼저 가사와 관련한 것은 일정한 분담을 하되 함께 한다.

식사 관련 장보기, 음식 준비와 뒷정리에 관한 부분은 내가 하는 대신 세탁과 욕실청소, 세차 등은 주로 남편이 맡는다. 아이는 밥상에 수저 놓기와 식사 후 식탁 닦기, 자기 방 정리정돈은 하기로 하고 로봇청소기가 물건에 걸리지 않게 물건 치우기 정도를 맡는다. 일요일 아침은 남편이 챙기기로 하였다. 나는 간헐적 단식으로 아침을 먹지 않으므로 나는 일요일만큼은 내가 먹지 않는 밥상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 경제관련한 것에도 매달 생활비 내역을 확인하고 개선방향을 찾기 위해 가계부를 쓰고 있다. 건강과 가족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불필요한 외식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식단계획을 짜고 외식이나 배달의 횟수를 주 1회로 제한하고 불필요한 물건은 정리하고 계획적인 소비를 하려고 한다. 당근을 하거나 불필요한 물건은 과감히 정리하여 공간을 어지럽히지 않는다. 충동구매를 막기 위해 정해진 날에만 장을 본다. 우리는 주로 화요일과 토요일에 장을 본다. 각자 자기 용돈을 주고 그 안에서 취향에 맞는 개인 소비를 운용하도록 한다.

 

아이를 신뢰하고 존중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준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 기준은 아이의 행동의 방향이 도덕이나 예절, 법적으로 어긋나지 않는 것이어야 하고 우리 가족 나름의 가치관에 맞아야 한다.

아이에게 매주 5000원씩 용돈을 주고 용돈기입장을 쓰도록 하여 아직은 매주 탕진하기는 하지만 아이의 소비 습관을 키워나가고 있다. 또 스스로 씻고 정리 정돈하는 것도 나름의 규칙을 정하고 그 안에서 잘 해내고 있어서 대견하다. 가끔씩 꼼꼼하게 씻기거나 정리정돈에서 더 좋은 방법을 찾아 같이 해주고 있다.


아이는 매일 30분 핸드폰, 1시간 텔레비전을 볼 수 있다. 그 외의 시간은 제한되어 특별한 경우에는 조금 더 사용할 수는 있으나 대체로 아이는 잘 지켜내고 있다. 그 외의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알고 그것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나도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많고 남편도 기분 전환으로 게임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있다. 우리 스스로도 아이에게 잔소리하고 참견하는 것처럼 절제하고 다른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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