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엄마의 거울이로고
‘텐션’(tension)의 어원은 라틴어 ‘tensio’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팽팽하게 당김’을 의미한다. 원래 물리적인 힘을 설명하는 용어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심리적 긴장이나 에너지 수준을 표현하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미국의 평론가 테이트(A. Tate)는 훌륭한 시(詩)에서 느낄 수 있는 확장과 응축으로 충만된 긴장감을 ‘텐션’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뉘앙스로 치자면 다소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텐션이 높다’라는 표현이 에너지가 넘치고 활기찬 상태를 뜻하는 말로 사용된다. 사람들의 분위기나 기운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이며, 특히 방송이나 일상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을 ‘텐션 높은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억지로라도 텐션을 끌어올린다는 억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뮤지컬 배우의 유행어인 김호영의 '텐션 끌어올려~'는 스스로에게 자신감과 활력을 주는 주문과도 같다. 이는 아마도 무기력한 상태의 늘어진 상태와 반대로, 팽팽하게 감각을 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러한 의미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개념을 육아에 적용해 보면, 엄마의 텐션이 아이의 컨디션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엄마가 활기차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유지할 때, 아이 또한 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활동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반면, 엄마가 지치고 의욕이 없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도 무기력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심리학 연구에서도 부모의 정서 상태가 아이의 행동과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많다. 아이의 정서 발달에 관한 연구에서 부모의 긍정적인 감정 표현이 아이의 사회성 발달을 촉진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1). 엄마의 감정 조절 방식이 아이의 자기조절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2). 엄마가 긍정적인 감정을 자주 표현하면, 아이도 더 활기차고 사회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엄마가 아이와 함께 웃고 노래하고 재미있는 활동을 하면, 아이는 엄마와의 친밀감을 더욱 깊이 느끼며 세상을 밝고 안전한 곳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엄마의 텐션을 높이면 아이 뿐만 아니라 다시 엄마에게도 에너지로 되돌아온다. 아이의 긍정적인 반응이다시 엄마의 텐션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엄마가 에너지를 내어 밝은 모습을 보일 때, 아이가 즐거워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면 그 반응이 다시 엄마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순환이 형성되는 것이다. 엄마와 아이의 정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승할 수 있다. 아이를 혼내고 짜증을 내고 난 다음 마음이 무거웠던 적이 있지 않은가. 오히려 아이와 신나게 웃고 떠들고 나면 어질러진 거실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인냥 얼른 치워버리거나 나몰라식으로 마음 편하게 다음으로 미뤄버리는 제법 내안의 대범함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엄마가 항상 높은 텐션을 유지할 수는 없다. 육아와 가사, 혹은 직장 생활까지 병행하는 엄마들은 지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려 하기보다는, 엄마 스스로에게도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가지거나, 짧은 산책을 하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될 수 있다. 또,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감정을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개인의 시간을 최소한이라도 확보하고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와 놀이할 때는 적극적으로 리액션을 해주고, 공부할 때는 아이의 흥미를 유도하며, 집안일을 할 때도 놀이처럼 접근해 아이가 재미를 느끼게 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하루 종일 높은 텐션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체력을 아끼는 방법도 필요하다. 아이가 혼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거나, 함께 조용한 활동(퍼즐 맞추기, 그림 그리기 등)을 하면서 에너지를 조절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엄마가 즐겁고 편안할 때, 아이도 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느끼고 활기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결국, ‘엄마의 텐션은 곧 아이의 컨디션’이다. 행복해서 웃는 것도 있지만, 웃어서 행복할 수도 있다. 따라서, 때로는 의식적으로 텐션을 끌어올리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오늘, 당신의 텐션을 높이기 위해 어떤 작은 변화를 시작해볼 수 있을까?
비로소 소장 장효진
*1)Gottman et al., 1997, The Heart of Parenting: Raising an Emotionally Intelligent Child
2)Eisenberg et al., 2001, The Relations of Effortful Control and Ego Control to Children's Resiliency and Social Functioning